"고의가 아닌 행정적인 착오로 인해서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헛되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 집행부의 김승희 전무이사는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광주 FC에 내려진 국제축구연맹(FIFA)의 선수등록 금지 징계와 관련한 답변에서 이같이 말했다.
축구협회가 지난 16일 광주FC 논란에 대해 발표한 입장문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축구협회는 "협회 행정 절차상의 미숙함으로 K리그 현장에 혼란이 야기된 부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해당 선수들을 무자격 선수로 규정하여 지난 경기 결과들을 번복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치러진 경기 결과를 인정하여 귀책사유가 없는 선수들의 출전 자격을 보장하고 대회와 리그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광주는 아사니 영입에 대한 연대기여금 3,000달러(약 416만 원)를 제때 납부하지 못했다. 구단 측에서 연대기여금 전액을 지불하지 못했고, 1차 환불 이후 진행된 송금도 가상계좌 기입 착오 등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담당 직원이 휴직한 뒤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난해 12월 FIFA 징계가 확정돼 이때부터 선수등록이 금지됐다.
문제는 올해 초 광주가 새 시즌을 나기 위해 영입한 선수만 10여 명이 된다는 것. 그간 광주는 물론 축구협회나 한국프로축구연맹도 광주의 징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이적생들이 그대로 K리그와 코리아컵에 참가했다.
심지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도 그들은 출전했다. 당장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TWO(ACLT)에서 8강에서 산프레체히로시마가 라이언시티세일러스를 6-1로 대파했음에도 ACLT를 앞두고 영입한 발레르 제르맹이 AFC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부정 선수임이 뒤늦게 밝혀져 0-3 몰수패를 당한 전적이 있다. 관련해 광주의 ACLE 16강 상대였던 비셀고베가 AFC에 공식 이의제기를 한 상황이다.
광주는 지난 18일 포항스틸러스와 경기에서도 선수등록 금지 징계 기간 동안 영입한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헤이스가 선발로 나서고, 박인혁은 결승골을 넣은 주인공이 됐다. 관련해 포항은 프로연맹에 무자격 선수 출장에 따른 처분을 요구할 거란 의사를 내비쳤고, 19일 공문을 보내 공식 이의제기를 했다. 프로연맹 대회요강 제21조에 따르면 공식 경기에 무자격선수가 출장한 것이 경기 중 또는 경기 후 발각되어 경기 종료 후 48시간 이내에 상대 클럽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된 경우, 무자격선수가 출장한 클럽은 0-3 몰수패를 당한다. 현재 프로연맹 법무팀은 올해 영입된 광주 선수들을 무자격선수로 볼 것인지 등을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전무가 한 발언에 대해 곱씹을 필요가 있다. 당연히 2025년 4월에 취임한 김 전무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직접적인 귀책은 없다. 김 전무는 앞으로 FIFA와 소통하고 광주 FC와 관련한 처분에 잘 대응한다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 것에 다름없다.
다만 김 전무의 입을 통해 나온 축구협회의 '온정적 시선'은 다소 아쉽다. 광주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헛되게 만든 주체는 어디인가. 광주 구단인 동시에 축구협회다. 축구협회는 FIFA의 광주 징계를 알 만한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안일한 행정으로 이를 놓쳤다. 광주의 노력이 정말로 폄하된다면 축구협회가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김 전무 설명대로 FIFA의 '클리어링 하우스'가 문제 원인 중 하나일 수는 있다. 해당 제도는 광주의 연대기여금 문제가 발생한 시점에 도입 2년도 안 된 신생 제도였다.
그러나 이것이 면책 사유가 될 수는 없다. 그건 외려 다른 구단 행정 직원들과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다. 심지어 클리어링 하우스는 그간 제대로 운영되지 않던 연대기여금 보상을 제대로 하기 위해 FIFA가 주관하면서 편의성을 도모한 제도다. 익숙지 않을 뿐 연대기여금 납부에 있어서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K리그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도 역설적으로 광주에 대한 명확한 처분이 필요하다. 만약 광주가 축구협회가 말했듯 별다른 제재 없이 넘어간다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손상될 수 있다. 축구협회는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게 아니라 K리그 구단 전체가 행정 처리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온정적인 시선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김 전무 말대로 고의가 아닌 행정적 차원의 문제였다면 적어도 광주와 포항 경기에 출전한 무자격 선수에 대한 징계는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FIFA의 최종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겨울 영입생들이 문제가 될 걸 알고 있었음에도 광주 측에서 이들의 출전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향후 FIFA의 처분 결과에 따라 축구협회가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FIFA나 AFC에서 광주에 직접적인 제재를 내릴지는 미지수다. FIFA는 2019년 콩고민주공화국의 모테마펨베에 선수등록 금지 징계를 내렸음에도 펨베가 2021년 선수 영입을 강행하고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주관 대회에 참가한 게 밝혀지자 구단이 아닌 콩고민주공화국축구협회에 징계를 내렸다.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 출처 :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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