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김연정의 게임트레킹] 롤드컵 한국 개최?..즐기는 관객 문화 필요하다

Talon 2013. 10. 11. 20:30

'유치(誘致')의 사전적 의미는 '꾀어서 데려옴, 행사나 사업 따위를 이끌어 들임'이다. 우리는 그동안 월드컵, 올림픽 등에서 '유치'란 말을 자주 접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유치'에 대한 관심이 스포츠가 아닌 게임산업 내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이다.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은 라이엇게임즈가 서비스, 개발한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를 가지고 국가대항전을 펼치는 형식이다. 축구의 월드컵과 개념이 비슷하다고 해서 영문 League of Legends의 앞글자를 딴 LoL과 월드컵을 합쳐 '롤드컵'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하게 됐다.





롤드컵 결승전이 열린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 결승전에는 1만1000여명의 관객이 운집했고 스테이플스 센터는 하나의 거대한 축제의 모습으로 변모했다./스포츠서울닷컴 DB

열렸다 하면 전 세계의 눈이 집중되는 롤드컵. 이번 롤드컵 시즌 3의 전 세계 시청자수는 1000만명이 넘었다. 또 결승전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초대형 경기장 '스테이플스 센터'에는 1만 1000여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그들은 마치 거대한 파티장에 들어선듯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으며 뜨거운 함성으로 경기장 안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이번 결승전 좌석은 모두 유료였다. 그럼에도 1차 판매분은 1시간 만에 매진됐고 2차 판매분 역시 6분 만에 모두 소진됐다. 롤드컵 시즌 2 결승전 입장권이 매진될 때 까지 걸린 시간이 4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시즌의 입장권 판매 결과는 롤드컵에 대한 관심도가 급상승했다는 것을 알려줬다.

팬들은 정가 판매 입장권 뿐만 아니라 암표에도 눈을 돌렸다. 좌석 별로 45달러에서 100달러까지 판매된 롤드컵 결승 입장권은 900달러에 이르기까지 가격이 치솟아 이베이 등의 경매 사이트에 올랐다. 하지만 올라오자마자 e스포츠 팬들의 열정에 곧바로 팔려 나가는 모습을 보였으니 롤드컵의 인기는 실로 엄청났다.

이런 롤드컵의 열기에 한국 역시 차기 롤드컵 개최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 e스포츠협회 전병헌 회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트위터에 "내년 롤드컵, 꼭 우리나라에 유치해서 모든 e스포츠팬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남기며 라이엇게임즈의 더스틴 벡 부사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지난 5일 용산 e스포츠상설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 이벤트'에서도 그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또 여기에 더해 최근 라이엇게임즈는 오진호 아시아 총괄 및 한국 대표가 라이엇게임즈의 국외사업 총괄 매니징 디렉터 자리까지 맡게 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오진호 대표의 '승승장구'로 한국팬들은 롤드컵 한국 개최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신날 일만은 아니다. 당장 한국의 롤챔스만 자세히 봐도 관객의 문제점은 드러났다. 인기팀과 비인기팀에 따라 경기장에 모이는 관객수는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 인기팀이 경기를 펼치는 날이면 경기 시작 시간이 7시 30분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낮 12시 혹은 그 전부터 입구 앞에서 줄을 서며 선착순 입장권에 대한 목마름을 표출했다.

비인기팀 경기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나마 있는 좌석도 비어있기 일쑤고 경기장을 잡는 카메라의 방향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앞쪽을 향할 뿐이었다. 인기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각 팀의 팬카페에는 끊임없는 게시물이 올라오며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데 급급하다. 하지만 그 외 경기에는 "그 근처에 갈 일이 있는데 오늘은 oo팀이니 시간 맞춰 가도 앉아 볼 수 있겠죠?"라는 여유로움이 묻어 나오는 게시글들이 드문드문 올라올 뿐이었다. 이렇듯 한국팀 내에서도 팬에 대한 '빈부격차'가 심한 상태다.

이 상황을 한국에서 롤드컵이 열린다는 가정하에 그대로 'Ctrl+C, Ctrl+V' 해 봤다. 그리고 현 '세계 최강'인 한국팀에 일어나기 힘든 일인 줄은 알지만 한국팀의 '부진'을 상상했다. 한국팀이 일찍 탈락한다면? 한국팀이 결승전에 못 오른다면?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경기장은 그나마 롤드컵을 보러 한국을 찾은 외국인으로 대부분 자리를 메워질 것이다. 그리고 롤 커뮤니티에는 한국팀에 대한 욕설과 외국팀에 대한 비아냥으로 가득 채워질 게 뻔했다

하지만 롤드컵 시즌 3는 달랐다. 미국에서 열린 결승전은 한국과 중국의 대결로 펼쳐졌지만 푸른 눈의 외국인들은 각각 'SKT', '로얄'을 외치며 국가라는 명찰을 떼고 응원전을 벌였다. 또 모든 참가팀들에게 '축하' 혹은 '위로'의 박수를 보냈다. 마치 그들은 각 팀들의 '전투'를 보러온 것이 아닌 하나의 '축제'를 즐기러 온 것처럼 보였다. 거대한 조명 밑에서 그들은 행복해했고 친구와 연인과 심지어 가족까지 함께 자리를 채우며 '게임 축제'에 빠져 들었다.

그렇다.'축제'라는 말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팬들의 모든 관심은 '승리' 아니면 '패배'로 쏠려 있다. 남의 '승리'에 배 아파하고 남의 '패배'에 '즐거워 하는' 이런 마음을 버릴 필요가 있다. 응원 외에 대회 자체를 '축제'로 인식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응원팀을 위한 '치어풀'을 들고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고, 패배했을때 눈물을 흘리는 그런 것이 아니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자처한다. 라이엇게임즈의 사장단도 한국팬들의 e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높이 산다고 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한국팬들은 '즐김'에 있어서 모자란 것도 사실이다. 이를 보완하고 '롤'이라는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어울리며 즐길 수 있는 관객 문화가 형성된다면 롤드컵 한국 개최도 머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이런 한국의 관객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동안 롤드컵이 보여줬던 뜨거움, 찬란함, 화려함 그리고 감동은 한국에서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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