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G 2013 GF 워3 종목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게 된 3명. 왼쪽부터 엄효섭-노재욱-장재호.
전세계 게이머들의 축제이자 게임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월드 사이버 게임즈(이하 WCG) 2013 그랜드 파이널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워크래프트3(이하 워3) 한국대표 선수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올해를 끝으로 워3가 WCG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게 된 워3 선수 3명의 각오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워3는 2003년 WCG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10년간 꾸준히 사랑 받았으나, 세월의 지나면서 유저들이 대부분 빠져 나갔고, 선수 확보 등에도 어려움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e스포츠 종목으로서의 생명력이 한계에 부딪혀 결국 2013년을 끝으로 WCG 역사에서 워3가 사라지게 됐다. 물론 지난 2011년 스타크래프트1이 스타크래프트2로 대체되면서 종목에서 빠진 적은 있지만 완전히 제외되는 것은 워3가 처음이다. 얼마 전에는 WCG 측에서 워3 종목을 기리기 위해 2013 그랜드 파이널에 참가하는 워3 선수들 전원에게 기념 반지를 수여하고 우승자에게는 특별히 제작한 우승 트로피를 전달키로 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안드로장' 장재호, '루시퍼' 노재욱, '포커스' 엄효섭, 세 명의 선수들 중 장재호는 WCG 금메달이 가장 간절한 선수라고 볼 수 있다. 워3 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장재호일 정도로 엄청난 인기와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유독 WCG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팬들도 이러한 점을 알기 때문인지 선발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한국 대표가 될 수 있는 특별한 자격을 망설임 없이 장재호에게 안겨줬다.
창의적인 언데드 플레이로 유명한 노재욱은 2009년 군입대로 사실상 선수 생활을 접었다가, 이후 온라인 리그를 통해 활동을 이어가다 개인적이 사정이 생겨 공백기를 가졌다. 현재는 게임이 아닌 다른 일을 하면서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WCG에서 워3가 마지막이라는 소식을 듣고 스스로 도전해 한국 대표 자격을 따냈다.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았기에 노재욱에게 이번 WCG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한 시간이라고.
막내인 엄효섭은 셋 중 가장 커리어가 적지만 워3에 대한 애정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한다. 곧 군입대를 앞두고 있어 한국 대표로 뽑힌 것이 마치 운명 같다는 그에게 WCG 2013 그랜드 파이널은 워3 게이머 생활의 마침표를 찍기에는 최고의 무대인 것이다.
이렇듯 각기 다른 사연으로 이번 WCG에 임하는 3명. 오랜만의 인터뷰인 만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근황부터 들어보기로 했다.
곧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는 엄효섭. 이번 WCG가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 엄효섭(이하 엄)=사실 워3는 거의 1년 반 정도 손을 놓고 있었어요. 프로게이머로 살고 있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운전면허도 따고 LOL도 다이아 티어에 오를 정도로 많이 했죠. 그러다가 이번에 WCG 때문에 4개월 정도는 워3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어요.
▶ 노재욱(이하 노)=아버지가 건설 쪽 일을 하시는데 거기서 일을 도와 드리고 있었어요. 게임은 주말에만 간간히 하는 정도였고요. 그러다가 WCG가 열린다는 얘기를 들었고 워3가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시기가 맞아 떨어져서 참가하게 됐고 이상하게 게임만 할 때보다 몸 쓰는 일을 하면서 게임을 병행했더니 더 잘되더라고요. 한국대표가 됐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이번 달부터는 연습에 몰두하고 있어요. 온라인 대회도 참가하고 있고.
▶ 장재호(이하 장)=잘 아시는 것처럼 워3랑 스타2를 병행하면서 게이머 생활을 했어요. 작년까지는 프나틱하고 계약관계였는데 올해 초에는 휴식을 조금 취한 뒤 지금은 워3만 하고 있어요. 인비테이셔널로 중국 대회도 나가고 여러 온라인 대회에도 참가하고 그랬죠.
- 셋이서 이렇게 만난 것도 오랜만일 것 같은데
▶ 엄=장재호 선수, 아니 재호 형이랑은 정말 만나기 힘들더라고요(웃음). 프나틱에 있을 때 코칭스태프 중에 지인이 있어서 한 번 놀러 갔었는데 그 때도 못 만났어요.
▶ 노=셋이 예전에 같은 팀으로 활동했었기 때문에(세 명 모두 MYM 소속으로 활동한 바 있다)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효섭이랑은 온라인 대회도 같이 나가고 했는데 재호랑은 거의 2년 만에 만난 것 같아요. 원래 연락이 잘 안 되는 스타일이에요.
평소 연락이 잘 안된다는 장회장님. 하지만 만나면 어색함 없이 어울리는 사이다.
- 이번 WCG가 워3로서는 마지막이라고 하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 엄=저는 이번이 3번째 WCG 본선 출전이에요. 올해 초까지만 해도 WCG를 할 지 몰랐어요. 곧 군대에 갈 예정인데 12월 17일로 날짜가 잡혔거든요. 이번 WCG가 워3 마지막이라는 것도 그렇고 날짜도 그렇고, 저한테는 뭔가 운명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 WCG에서 워3 인생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좋아요.
▶ 노=WCG랑 인연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도 2006년이 제 전성기였는데 그 때 한국 대표 선발전 에서 3위를 했어요. 근데 그 때 갑자기 시드가 2장으로 줄어서 그랜드 파이널에 나가지 못했죠. 작년에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가지 못했고, 오히려 이번에는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운 좋게 출전하게 됐네요. 박준 선수가 떨어진 게 운이죠(웃음). 게이머 생활을 오래한 편이기 때문에 딱히 욕심을 낸다기 보다는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 장=일단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것에 대해서 워3 유저들이나 팬들, 선수들 모두에게 안타까운 소식일 것 같아요. WCG는 꾸준히 참가해 왔는데 아직까지 우승 타이틀이 없어서 많이 아쉽기도 하고, 10년 동안 WCG 정식종목이었기 때문에 언젠가 마지막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올해가 됐네요.
WCG 2013 그랜드 파이널 워3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기념 트로피.
-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특별 트로피를 주던데
▶ 엄=노재욱 선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걸 봤는데 굉장히 멋있더라고요. 누가 이기더라도 꼭 한국이 우승해서 그 트로피를 같이 들고 왔으면 좋겠어요.
▶ 노=잘 만든 것 같아요. 언데드 검 같기도 하고, 그걸 보니까 욕심이 또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 장=그렇게 검 모양으로 만들어진 트로피는 갖고 있지 않아서 저도 욕심이 생기네요. 중국에서실물로 봤는데 굉장히 크고 무거워 보이더라고요.
- 각자 워3 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추억이 있을 텐데 어떤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지, 아무래도 전성기 시절일 것 같다.
▶ 엄=굳이 전성기를 꼽으라면 2007년 쯤인데 저는 음식으로 따지면 피클이나 단무지 같은 존재였어요. 당시에 어떤 대회를 하든 제가 있었으니까요. 물론 거의 다 상위권에 입상해지는 못했지만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는 MVP도 두 번 타고 그래도 꾸준하게 활약했던 것 같아요. 솔로 플레이나 팀플레이 둘 다 비슷한 수준으로 할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선수였다는 자부심도 있는데 그건 제가 그 어떤 선수들보다 워크래프트3라는 게임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이에요. 캠페인도 10번 이상 클리어 했고, 영웅 시스템이 굉장히 독특했잖아요. 아이템, 스킬을 공유하는 팀플레이 같은 것들도 당시로서는 정말 새롭고 매력적이었어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후회되는 점을 얘기한 노재욱.
▶ 노=아무래도 성적이 가장 좋았던 2006년이 피크였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 슬럼프가 찾아오고 군대에 가면서 흐지부지됐죠. 그런데 꼭 전성기 시절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워3를 하면서 후회가 되는 건 전역하고 나서 생긴 일들이에요. 제가 일을 좀 저지른 적이 있거든요. 중국 팀에서 활동할 때였는데 그 당시 주위 분들에게 "일이 안 좋게 되면 저를 버리셔도 좋다"고 까지 말하고 온라인에서 팬들에게 막말하고 악플에 하나하나 대응하고 경솔한 짓들을 많이 했죠. 아버지가 인터넷 검색을 해서 당시 상황을 파악하시고 연락을 주실 정도로 일이 커지기도 했고, 그 전까지는 올바른 이미지였는데 그 일로 인해서 제 주위에 사람들도 많이 떨어져 나가고 동료 게이머들에게 실망감도 많이 준 것 같아요. 공든 탑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죠. 그런 일이 있으면서 성적도 더 안 나오고 결국 자멸했죠. 조용히 자숙하고 지낼 수 밖에 없었고 지금에서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그 때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자신의 전성기를 짧게 설명한 장재호. 하지만 워3 팬이라면 누구나 그의 활약상을 알 것이다.
▶ 장=남들이 생각했을 때와 제가 생각하는 전성기가 비슷할 것 같은데 국내 대회는 물론이고 해외 대회까지 많이 참가하면서 성적이 잘 나왔던 2007년이 생각나요. 그 때를 떠올려 보면 우승도 많이 하고 누구랑 붙어도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굉장히 많았을 때였어요. 딱히 전략을 준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했던 것 같아요.
장재호의 경우 전성기 시절의 일화나 활약상을 일일이 나열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대단한 선수다. 특히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팬덤을 형성했고, 중국 베이징 올림픽 당시 성화봉송에 참여했던 것은 아직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사례 중 하나다. 기자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손목에 금이 가서 기브스를 한 상태로 대회에 나가 심지어 같은 프로게이머를 이기기까지 했던 그의 모습이다.
▶ 장=대회 때문에 중국에 있을 때였는데 저녁에 호텔 복도를 걸어가다가 같은 팀에 있는 선수가 저를 불렀어요. 뒤를 돌아보면서 모퉁이에 부딪혀 넘어졌는데 일어나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손목에 금이 갔고 순간 마비 증세가 왔어요. 다행히 구급차가 빨리 와서 병원 치료를 받았고, 그 때 팀 내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그래도 제가 자신 있을 때라서 경기에 나갔던 것 같아요.
▶ 엄, 노=그 때 장재호 선수한테 졌던 선수가 두 명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 났는지는 우리들도 이해 불가에요(웃음).
워3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게임 속에 녹아 있는 이들의 희로애락이 느껴졌다. 하지만 WCG에서도 워3가 마지막이듯 이들의 워3 인생도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 수 밖에 없다. 끝으로 이번 WCG에 임하는 각오와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등을 들어 보기로 했다.
이번 WCG 2013 그랜드 파이널에서 각각의 이유로 금메달을 노리는 세 사람.
▶ 엄=군대도 가야 하고 지금 당장은 프로게이머를 할 생각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게임들이 많아요. 워3의 경우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게이머가 된 경우고 스타2는 게이머가 되기 위해 게임을 했었는데 앞으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든 워크래프트4든 또 제가 좋아하는 게임이 나와서 대회도 나가고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WCG에 임하는 각오요? 이번에 정말 우연인지 운명인지 시기적절하게 참가하게 됐으니까 마침표를 잘 찍고 싶어요. 대회 자체를 즐기다 오겠습니다.
▶ 노=WCG가 끝난 다음에 아버지 일을 조금 더 도와드리다가 기회가 된다면 게임을 계속할 계획도 있어요. 꼭 프로게이머가 아니더라도 이쪽 계통의 일을 하고 싶어요. 워3는 프로게이머의 꿈을 빠르게 이뤄준 게임이지만 선수로서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아쉬움을 새로운 게임으로 찾고 싶은데 나이도 많고 현실적으로 힘들겠죠. 그래도 게임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네요. 이번 WCG는 그냥 최대한 많은 경기를 하고 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선수랑 해도 재미있을 것 같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 장=저도 이번 WCG가 끝나면 내년에는 군복무를 해야 해요. 스타2를 병행하기도 했고, 게임과 관련된 광고를 찍으면서 롤이나 하스스톤 등을 잠깐씩 해보긴 했지만 지금 현재 워3 말고 딱히 흥미가 있는 게임은 없어요. 이번 WCG는 마지막 대회인 만큼 유종의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열심히 준비할게요.
-출처 : 포모스
반응형
'워크래프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6번 째 확장팩 '군단' 8월 30일 전 세계 출시 (0) | 2016.04.19 |
---|---|
블리자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군단 8월 30일 출시 (0) | 2016.04.19 |
WCG가 워크래프트3 기념 트로피 제작한 이유는? (0) | 2013.11.14 |
WCG, '아듀 워크래프트3' 특별 제작 트로피 공개 (0) | 2013.11.14 |
[블리즈컨] 모하임 대표 "동업자로서 한국게임업계 안타까워" (0) | 2013.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