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롤챔스 서머 1라운드가 마무리됐다. 이번 라운드는 예측을 뒤엎는 경기가 자주 등장하며 많은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1위부터 9위까지의 성적을 떠나서 한 달여의 장정을 마친 9개 팀에게 수고의 의미로 4종류의 상을 각각 선물해봤다. 각각 ‘소나무’상, ‘깜놀’상, ‘아차’상, ‘힘내라’상이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처럼 늘 상위권을 지키는 세 팀 SK텔레콤, ROX, KT에게 ‘소나무’상이 제격이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은 SK텔레콤 걱정’이라는 말을 이제는 3강 모두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ROX와 KT는 초반 2패에도 불구하고 연승 질주를 이어가며 7승 2패라는 호성적으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SK텔레콤은 시작부터 5연승 질주를 했지만 진에어에게 일격을 맞은 뒤, 아프리카와 에버에게 패하며 아쉬운 6승 3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압도적으로 쌓아 올린 세트득실 덕분에 순위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3위다.
▲ 제철 만난 KT, 올 여름도 결승전 진출할까
KT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여름왕자’다. 서머 시즌만 되면 폭발력 있는 경기력으로 결승 대진에 이름을 올려왔기 때문이다. 2012년 10월 창단 이후, 이듬해 서머 시즌서 KT 불리츠가 결승에 올라 SK텔레콤 T1 K에 아쉽게 패했다. 2014시즌 서머에는 KT 애로우즈가 결승서 당시 최고 주가를 올리던 삼성 블루를 꺾고 처음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015년에는 다시 한번 SK텔레콤의 벽에 부딪혀 2위에 머물러야 했다.
다시 맞이한 2016시즌의 여름은 시작부터 드라마틱했다. MVP와 첫 경기를 치른 KT는 2세트에서 넥서스 체력을 소위 말하는 ‘피 1’만 남긴 채 지키는데 성공하며 그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후 승리를 이SK텔레콤과 ROX에게 연달아 패하며 주춤했지만, 불변의 3강임을 입증하듯 나머지 팀을 모두 잡고 5연승을 기록해 합산 7승을 올렸다.
게다가 SK텔레콤이 진에어에게 강펀치를 얻어 맞은 이후 아프리카와 에버에게 연달아 패하며 KT는 단독 1위까지 꿰찼다. 2위 ROX와는 세트 득실 1점 차이. 그들의 ‘여름 버프’가 새삼 느껴지는 결과다. 특히 SK텔레콤과 ROX가 상대적 약팀에게 경기를 내줬고, KT는 그러지 않았다는 점도 청신호다. 혼돈의 롤챔스 속에서 제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한 팀이 아닌가.
2라운드에 접어든 KT는 지난 라운드와 마찬가지로 라이벌 SK텔레콤-ROX와 초반부터 맞붙는다. 기세 좋게 5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KT 입장에서는 그간의 패배를 갚아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과연 여름 버프를 받은 KT는 올 서머 시즌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 봄의 호랑이, 더위에도 끄떡없다
지난 스프링 시즌, 16승 2패라는 독보적인 성적으로 결승에 직행한 ROX. 비록 결승서 만난 천적 SK텔레콤에게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고 하나 정규 시즌의 기세만큼은 그 어느 팀보다 강력했다. 때문에 이번에도 ROX에게 기대를 거는 팬들이 많았다.
그렇게 시작한 서머 시즌, ROX는 시작부터 벽에 부딪혔다. 처음으로 만난 삼성에게 0-2 완패를 당한 것. 다음 상대였던 MVP에게도 한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그들이 상대적 약팀 삼성과 갓 롤챔스 무대에 올라온 MVP를 상대로 보여준 아쉬운 경기력은 봄의 호랑이를 떠올리게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ROX는 패배를 약으로 삼은 듯 곧바로 제 궤도에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쿠로’ 이서행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주기 위해 팀에 합류한 식스맨 ‘크라이’ 해성민이 점점 제 기량을 찾아갔다. 덕분에 ROX는 약점으로 꼽히던 아지르 활용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었다.
캐리형 탑솔러 ‘스멥’ 송경호도 라운드 초반 보여줬던 잦은 실수는 확연히 줄였고, 탑 메타가 변화하면서 이렐리아, 럼블, 레넥톤 등 다양한 챔피언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기 시작했다. 탑과 미드가 안정감을 되찾자 ROX의 빠른 합류라는 강점이 살아 났다. 천적 SK텔레콤에게 패한 후로는 5연승을 내리 달렸다.
언제나 준우승 타이틀에 머무른 ROX이기에 우승컵을 향한 욕심은 그 누구보다 클게 분명하다. 특히나 오는 10월 열리는 롤드컵을 향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ROX는 2라운드 전력을 다해 결승까지 기세를 이어나가고 싶을 것. ROX가 스프링 시즌 이상의 성적표를 거둘지 주목해보자.
▲ ‘디펜딩 챔피언’ SK텔레콤의 위기? 혹은 쓸데없는 걱정?
5연승이라는 찬란한 질주로 스프링 시즌을 독식할 것 같던 SK텔레콤이 늪에 빠졌다. ‘의적’ 진에어에게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연달아 아프리카와 에버에게도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했다. 최종 성적 6승 3패. ROX와 KT보다 1승이 모자란 아쉬운 성적표다.
진에어전 패배의 원인은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쳐 지고 들어가버린 픽밴 싸움과 경기 내에서의 ‘쓰로잉’이었다. 특히나 3세트서 상대 미드 챔피언이 나오지 않은 상태서 꺼내 든 르블랑은 최악의 수가 됐다. 리산드라를 필두로 한 진에어의 강력한 CC기에 이렇다 할 활약도 하지 못하고 노킬 5데스 노어시스트라는 참담한 결과를 마주해야 했다.
아프리카와 경기선 말 그대로 완패였다. 두 세트 모두 몰아치는 아프리카의 공세에 수시로 빈틈을 보이며 경기를 패했다. 1세트는 심지어 킬과 타워를 하나도 챙기지 못한 채 아프리카에게 퍼펙트 승리를 허용했다. 에버전도 마찬가지로 1, 3세트서 한발 늦은 움직임이나 실수를 연발하며 세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3강 중 유일한 3패로 1라운드를 마무리한 SK텔레콤의 분위기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체팀’ SK텔레콤을 따라다니는 문장들 때문인지 희한하게도 그들이 쉽게 3강 자리서 내려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은 SK텔레콤 걱정’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 등이다.
SK텔레콤은 지난 스프링 시즌 초반에 이보다 더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체적인 피드백과 성장을 거듭하며 보란 듯이 롤챔스 스프링 우승과 MSI 우승을 거머쥐었다. 기가 막힌 회귀본능이다. 과연 SK텔레콤이 2라운드에서도 또다시 제자리를 찾아 올라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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