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롤챔스 서머 1라운드가 마무리됐다. 이번 라운드는 예측을 뒤엎는 경기가 자주 등장하며 많은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1위부터 10위까지의 성적을 떠나서 한 달여의 장정을 마친 10개 팀에게 수고의 의미로 4종류의 상을 각각 선물해봤다. 각각 ‘소나무’상, ‘깜놀’상, ‘아차’상, ‘힘내라’상이다.
깜짝 놀랄만한 성장이라고 하기엔 아쉽지만, 약팀으로 평가하기엔 아까운 팀들이 있다. 진에어는 SK텔레콤의 연승에 제동을 걸며 초반 5승 1패로 최상위권 자리를 줄곧 지켰지만, 의적 본능이 살아나며 당시 하위권이었던 MVP에게 승리를 허용했다. 기세가 꺾여 KT와 ROX에게도 패한 진에어는 초반에 비해 너무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아프리카와 MVP는 초반 부진이 아쉽다. 상대적 약팀에게 한, 두 경기만 더 승리했어도 순위를 훨씬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기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2라운드에 거는 팬들의 기대가 크다.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온전히 자신들의 몫이지만 말이다.
▲ ‘의적’, 이제는 버려야 할 타이틀
진에어는 2015시즌부터 강팀에게 불의의 일격을 날리는 팀으로 유명했다. 승승장구하던 팀이 진에어를 만나 연승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도 자주 발생했다. ROX나 SK텔레콤이 주로 그 희생양이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상대적 약팀에게는 세트 득실을 내주거나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하는 경우도 잦았다.
팬들은 그래서 진에어를 ‘의로운 적, 의적’이라고 불렀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다.’ 현실에서는 좋게 평가되는 성격이지만, 단 하나뿐인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경쟁 구도에선 이야기가 다르다. 상대가 누가 됐던 경쟁에서 승리해 최고의 자리에 올라야 한다.
이번 2016 서머 시즌 1라운드에서도 진에어는 의적이라는 별명을 씻어내지 못했다. 강팀 KT-ROX를 꺾고 5연승을 달려 마치 불사신처럼 보였던 SK텔레콤을 격파해 단숨에 주목을 받았지만, 곧바로 만난 MVP에게 0-2 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5승 1패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던 진에어는 MVP전 패배 이후 2패를 내리 추가해 5승 4패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비록 MVP와 경기 이후 만난 상대가 KT와 ROX였다고는 하지만 SK텔레콤은 제압했던 기세를 유지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뒤바뀌었을지 모른다. 반대로 MVP는 진에어를 꺾은 뒤 마치 보약을 먹은 것처럼 달라진 경기력으로 3연승을 질주하며 의적 메타의 수혜자가 됐다.
진정한 강팀이 되기 위해선 이 꼬리표 같은 ‘의적’ 타이틀을 지워내야 한다. 'LoL은 기세 싸움’이라는 말처럼 정신적인 요소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패배는 곧 독이다. 진에어가 2라운드에서 의적이 아닌 완전한 강팀의 모습으로 상위권에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 아프리카 “우리만의 메타를 찾았다”
삼성, KT, 진에어에 이어 ESC에게까지 지면서 순식간에 4패를 당한 아프리카의 서머 시즌은 마냥 어두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연패의 늪 속에서 SK텔레콤이라는 대어를 낚으며 탈출했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승리였다.
1세트는 킬과 타워를 하나도 내주지 않은 말 그대로 ‘퍼펙트 승리’였다. 아프리카는 합류, 전투 유도, 한타, 운영 등 모든 면에서 SK텔레콤을 압살했다. 게다가 신예 ‘린다랑’ 허만흥과 ‘성환’ 윤성환을 기용해 얻은 승리라 더욱 의미가 컸다. 2세트에서 바통을 이어 받은 ‘익수’ 전익수-‘리라’ 남태유도 깔끔한 경기력으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승리 인터뷰에서 전익수는 “우리는 메타를 따라가는 속도가 다른 팀보다 느려, 우리만의 카드를 찾고 난 뒤에야 경기력이 나오는 팀인 것 같다”고 초반 부진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만의 메타를 찾았으니 치고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자신감에 비해 아직은 경기력이 완전히 자리잡았다고 보긴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1라운드 동안그들이 보여준 방대한 챔피언 폭이나, 우월한 전투력, 유리한 상황에서 상대를 몰아치는 능력 등과 탑-정글의 신인 선수가 무대 적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2라운드 뒷심을 기대해 볼만 하다.
▲ 마지막에 웃은 ESC, 2라운드 반등할까
다양한 이변이 속출했던 1라운드지만 그 중 가장 큰 충격을 심어준 경기를 꼽으라면 단연 마지막 경기였던 SK텔레콤-ESC전이다. 1부 리그 승격 이후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하위권에 머물렀던 ESC가 SK텔레콤을 잡아내며 한 방에 기대주로 우뚝 솟아 올랐다.
사실 ESC의 부진이 더 크게 다가온 건 그만큼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 2015 케스파컵에서 2부 리그 소속이었던 ESC는 내로라하는 프로팀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혁명’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처음 출전하는 글로벌 대회인 IEM 쾰른에서도 롤챔스를 겪은 H2k와 LPL 서머 시즌 2위 QG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승강전을 거쳐 합류한 ESC를 반겼던 팬들은 연이은 ESC의 부진이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함께 승격한 MVP에게 0-2로 셧아웃 당했던 경기는 그 아쉬움을 더욱 더 증폭시켰다. 이대로 롱주-CJ와 함께 최하위권서 승강전 여부를 다툴 것만 같았던 ESC는 케스파컵 당시 ‘혁명’이라는 왕관을 씌워줬던 SK텔레콤에게서 다시 한번 동아줄을 받았다.
이제 그 동아줄을 타고 올라갈 것인지 미끄러져 떨어질 것인지는 순전히 자신들의 역량에 달렸다. 마지막에 웃은 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표현대로 ESC는 과연 이 기세를 유지해 2라운드서 하위권을 탈출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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