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사에 한 획을 긋는 한 주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진출한 한국 지역 ROX 타이거즈, SK텔레콤 T1, 그리고 삼성 갤럭시가 모두 4강에 오른 것. 2013년부터 한국이 롤드컵을 차지했고, 2015년에는 한국팀이 결승에서 만났다. 그리고 2016년 롤드컵에 참가한 한국팀은 모두 4강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대회 전 8강 진출 가능성조차 낮게 평가받았던 삼성은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4강에 올랐다. 정글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SKT는 예전처럼 빈틈없는 무서운 모습을 보였다. ROX 타이거즈는 날카로운 이빨을 상대에게 드러내며 중국 1번 시드 팀을 격파했다.
■ 삼성 갤럭시 - 팀과 같이 성장한 '큐베' 이성진, 삼성에 정점을 찍은 '룰러' 박재혁
이번 롤드컵에서 삼성의 테마는 '성장'이다. 2014년의 영광을 뒤로하고 2015년은 강등권을 모면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삼성은 올해 선수단 개편을 통해 스프링 시즌 강등권 모면이 아닌 아쉽게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한 팀이 됐다. 그리고 섬머 시즌 kt라는 벽을 넘어 롤드컵에 이름을 올린 것. 그러나 D조에서 삼성의 8강 진출 확률은 반반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계속 성장했다. 16강에서도 탄탄한 운영을 보이며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8강에 오른 삼성은 이제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팀이 됐다. 그 중심에는 '큐베' 이성진이 있다. 이성진은 C9 전력의 핵심인 '임팩트' 정언영을 경기 내내 압도했다. 라인전 내내 이득을 거둔 이성진은 이후 운영에서도 활약했다. 과거 수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하지만 메타 변화로 이성진이 자신 있는 챔피언이 활용되고, 팀에서도 탑 라인을 지원한다. 자신감을 얻은 이성진은 자기의 기량을 만개하며 수준급 탑 라이너로 성장했다. 삼성의 성장과 이성진의 성장은 겹치는 부분이 많다.
■ SKT - 조용히 강한 바텀 라인, 안정감 찾아가는 정글
RNG의 특징은 '우지' 지안 지하오- '마타' 조세형 봇 듀오의 파괴력이다. 이 조합이 활약하면 경기에서 이기지만, 이 조합이 힘을 내지 못하면 승리는 힘든 팀이 RNG다. 그리고 RNG의 8강 상대는 SKT. '뱅' 배준식과 '울프' 이재완이라는, 조용하면서도 강한 듀오였다. 이렇게 조용하게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선수가 있을까 할 정도로 둘은 조용하고, 그만큼 눈길을 덜 끈다. 그러나 이 둘은 RNG의 장점인 바텀을 제압했다.
SKT의 대회 전 약점은 정글이었다. 대회에서 평균 이상의 활약을 해도 칭찬보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SKT가 약점을 드러낸다면 정글일 거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RNG와 벌인 8강에서 SKT 정글은 더이상 약점이 아니었다. '벵기' 배성웅이 출전한 1세트를 RNG에게 내주긴 했지만, 배성웅이 못했다기보다 몰래 바론을 체크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컸다. 배성웅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고, 4강에 다시 출전해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2세트부터 출전한 '블랭크' 강선구는 자신을 향한 비난을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증명을 넘어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 다시 알린 경기가 이번 8강이다. 선발이 아닌 교체 선수로 8강 2세트에 출전했지만, 팀원과의 호흡은 문제가 없었다. 강선구는 자크라는 챔피언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 ROX - 실력에서 나오는 자신감, 압도적인 정글, 사이드 운영의 묘미를 보여주다
이날 경기에서 ROX에게는 자신감이 보였다. 3세트에 보인 송경호의 피오라도 그 자신감의 연장이다. 초반에 경기도 잘 풀렸지만 사소한 실수가 있었고, 그 실수로 스노우볼이 커졌다. 그리고 피오라를 꺼낸 타이밍도 너무 일렀다. 이를 본 EDG가 아우렐리온 솔을 꺼낸 것. 최소한 상대 미드를 보고 꺼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ROX의 자신감은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다.
삼성의 탑과 SKT 정글에 비하면 큰 약점은 아니지만, ROX의 미드 라이너인 '쿠로' 이서행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ROX 역시 '쿠로' 이서행이 1세트와 2세트 활약했다. 로밍 능력이 좋은 아우렐리온 솔로 활발하게 전장을 누비며 스노우볼을 굴렸다. 이서행의 플레이는 ROX의 8강 경기의 중심이었다. 16강에서 보인 불안한 모습을 아우렐리온 솔 운영으로 극복한 것. 그러나 위험한 상황은 몇 번 있었다. 다만 거기서 잘 살아나며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4강 SKT전에서 '페이커' 이상혁을 이서행이 어떻게 상대하느냐가 ROX의 관건이다.
EDG 역시 '데프트' 김혁규의 저력이 무서울 정도였다. 하지만 ROX는 바텀 라인에서 이를 잘 받아쳤고, 탑에서도 '스멥' 송경호가 '코로1' 양 통을 잘 압박하며 판을 짰다. 이렇게 짜인 판의 주인공은 '피넛' 한왕호였다. 한왕호는 정글의 파괴신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이번 롤드컵에서 엄청난 킬 스코어를 기록했다. 특히 마지막 4세트에서 한왕호의 올라프는 적에게 재앙이었다. 바텀에서 매복 한 번이 그대로 경기를 끝내는 플레이가 됐다. 바텀이 중요한 지금 메타에서 정글러의 강력한 갱킹 중요성을 보인 플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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