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스타크래프트2 WCS 글로벌 파이널이 열린 미국 캘리포이나주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 블리즈컨 현장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얼마 전 프로게이머 은퇴를 발표한 이제동이었다.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이제동은 지난 10월 은퇴를 발표한 뒤 처음으로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로게이머로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5일, 블리즈컨 현장에서 이제동을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제동은 작년부터 은퇴를 고민했다. 이영호가 작년 말 은퇴식을 가졌을 때 이제동 역시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수로서 욕심이 남았던 이제동은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은퇴하기 전 마지막으로 한국 리그에서 게임을 하고 싶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다.
이어 GSL 예선에 도전해 Code A에 진출에 성공한 이제동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단계까지 준비해서 후회하지 않을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동에게 라이벌을 넘어 의지가 되는 존재이자 동반자 같은 이영호가 은퇴하며 그는 더 외로워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지만, 자신과의 싸움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것이다.
이제동은 그의 말대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Code A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협회 팀 숙소를 찾아가 연습하고, 후배 선수들의 조언을 받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리고 2월 3일, 늦은 시간에도 많은 팬이 바라보는 가운데 국내 방송 경기 복귀전을 가졌다. 상대는 kt 이동녕이었다.
분명 아쉬운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제동은 힘들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했고, 패배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결국 아쉬움을 떨쳐냈다고. 다만 이제동은 늦은 시간까지 남았던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은 마음이 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동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결국 지켰다.
Code A 탈락 이후 이제동은 자신이 프로게이머로 얼마나 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긴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이제동은 자기 생각을 정리해 소속팀인 EG에 전달했다. 더는 프로게이머로 스타크래프트2를 하기 힘들다고. EG 역시 이제동의 결정을 존중해 은퇴 발표 시기를 정했다. 이제동의 은퇴 발표는 10월에, 마지막 인사는 블리즈컨 2016 현장에서 하기로 결정됐다.
긴 프로게이머 생활과 여러 번의 우승 순간 중 이제동은 브루드워 신인 시절 첫 우승까지의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고,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결국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2013년 WCS 글로벌 파이널 경기 역시 이제동의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매 경기 힘든 상대를 꺾고 결승까지 올랐고,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 덕분에 이제동이 힘을 얻은 순간이었다.
이제동은 이번 WCS 글로벌 파이널에 참가한 한국 선수와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프로리그 운영 종료와 팀 해체로 힘든 상황이지만, 눈앞에 경기에 집중하려는 걸 보며 선배로서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는 것. 이어 이제동은 자신의 선수 생활 시절과 지금은 주변 환경이 다르니 함부로 이야기 하기 어렵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노력으로 빛을 발하는 게 진짜 프로라고 말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이 결정한 길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종목은 달라도 프로게이머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가르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자면 프로게이머 인생에는 기회가 언젠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준비한 사람은 그 기회를 잡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기회가 온 줄도 모르죠. 항상 준비하고 매일 훈련으로 자신을 갈고닦으면 기회는 무조건 옵니다. 어떤 종목이든 평소에 열심히 하면 기회를 잡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죠. 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프로게이머 시절 이제동은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를 제외한 다른 게임은 바라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기 일에 집중하고 노력한 이제동은 선수 생활을 잠정적으로 정리한 시기인 2016년에야 리그 오브 레전드를 처음 해봤다고 말했다. 오버워치도 한때는 종목을 바꾸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그리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이벤트 경기를 준비하며 접했는데, 그때 재미를 느끼고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 히어로즈는 열심히 했다는 이제동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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