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핑크

[일사일언] 에이핑크 촬영을 許하라

Talon 2017. 1. 4. 17:06

2017.01.04.

지난해 말 걸그룹 에이핑크 콘서트에서 재미난 모순을 봤다. 공연장의 안전 요원과 무대 위 에이핑크 멤버가 엇박자를 일으킨 것이다. 안전 요원들은 경사가 가파른 2층 객석을 위태롭게 오가며 "고객님, 공연장에선 사진 촬영이 안 됩니다"를 외쳤다. 물론 거기 모인 정예 '판다'(에이핑크 팬의 애칭) 대군이 그에 굴할 리 없다. 판다가 폰을 꺼내면 안전 요원이 오고 안전 요원이 돌아서면 다시 판다가 폰을 꺼내는 눈치 싸움이 공연 내내 계속됐다.

하지만 1층 스탠딩석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애초 거기는 안전 요원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는 데다 무대 위 에이핑크 멤버조차 정반대 모습을 보였다. 판다가 폰을 들이밀면 동선과 안무가 허락하는 한 최대한 포즈를 잡아줬다. 심지어 폰을 건네받아 셀카를 찍고 돌려주며 판다를 조련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사진 촬영은 금기가 아니라 함께 추억을 만드는 방편이었다.

에이핑크 멤버와 안전 요원 모두 주최 측인데 왜 이런 엇박자를 일으킨 걸까. 관성 내지 타성이 원인이라고 본다. 분야를 막론하고 일단 금지하는 게 가득하니 그걸 표준으로 인식했다는 의미다. 실제로는 금지할 만한 사안이 아닌데도, 오히려 함께 즐길 수 있는 거리인데도 말이다. 장충체육관 내부 구조가 국가 기밀인가. 관객이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저작권, 초상권 등을 크게 침해해 손해라도 끼치는가. 둘 다 아니다. 차라리 그런 콘텐츠가 SNS에 돌아다니면 홍보가 되는 요즘 시대다.

'~하지 마라'며 싹을 자르는 방식의 규제는 구시대적이다. 기본적으로는 허용하되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에 한해 제재하는 방식의 규제가 창의력, 생산성 등을 고취한다는 연구가 여럿 있다. 무조건 금지하고 통제하는 게 능사가 아니란 소리다. 한데 가장 자유롭고 창의적이라고 여겨지는 문화·예술계조차 곳곳이 이렇다. 어쩌면 '가만히 있으라'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풍토 또한 그 연장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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