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군 입대 앞둔 CJ 손재범 코치의 마지막 인사

Talon 2012. 10. 31. 18:03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진 뒤 내년 상반기에 입대할 예정


선수 시절의 손재범 코치.
"박수칠 때 떠나는 느낌이다"

선수 시절부터 코치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CJ와 함께했던 손재범 코치가 태국 푸껫 워크숍을 끝으로 CJ에서의 공식적인 일정을 마무리했다. 2006년 하반기 드래프트를 통해 CJ 엔투스에 입단한 손재범 코치는 비록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시즌에서 팀플전 다승왕을 차지하는 등 팀의 숨은 인재였다.

"선수시절에는 정말 정신 없이 지냈어요. 일어나서 잠자기 전까지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일 빼고는 모든 시간을 오직 연습에만 쏟아 부었죠. 요즘 선수들은 충분한 휴식 시간도 있고, 여가를 즐길 수도 있어서 제가 선수 생활을 할 때 보다 훨씬 편한 것 같아요(웃음)"

손재범 코치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경기에 투자했지만, 녹록하지 않은 현실에 막혀 게이머로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손 코치는 조규남 전 CJ 감독에게 코치직을 제안 받았고, 2010년 7월 로스터부터 선수가 아닌 플레잉 코치로 이름을 올렸다.

"깜짝 놀랐어요. 정말 아무런 낌새도 없이 갑작스럽게 제안을 하셨거든요.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생각에 많이 괴로웠죠. 그래도 플레잉 코치인 만큼 경기에는 나갈 수 있으니까 일단 승낙을 했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많이 힘들더라고요. 선수로서 연습도 다 하면서 동시에 코치가 해야 할 일도 했어야 했으니까요. 그나마 올해는 정식 코치가 돼서 편해졌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고생 좀 했죠(웃음). 애들 재우고, 숙소 정리한 이후에 같이 잠들었다가 다음 날 일어나서 또 같이 연습하는 식이었어요"

선수와 코치를 병행하면서 고단한 날들이 많았지만, 손재범 코치에게 그 보다 힘든 것은 팀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였다. 충분히 높은 전력을 갖고 있음에도 마지막 고비에서 번번이 무너졌던 CJ였기 때문에 그 고충은 더욱 컸다.

"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회를 치르면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거예요. 그럴 때마다 정말 힘들었어요. '내가 뭘 잘못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죠. 그냥 선수 생활만 했을 때는 몰랐는데, 플레잉 코치를 하면서 게임단 전체를 보는 시야가 더 넓어진 것 같아요"

지난 시즌 프로리그에서 창단 이후 첫 우승을 차지한 CJ.
하지만 결국 CJ는 지난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2 결승전에서 삼성전자를 꺾고 창단 이후 첫 정규리그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당초 CJ가 정규시즌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 많은 팬들과 관계자들이 비관적으로 전망했지만, CJ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를 연파하며 보란듯이 그 예상을 깨트렸다.

"선수들도 그렇지만 저도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프로리그 우승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도 크게 흥분되기 보다는 '아, 결국 해냈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뭔가 오랫동안 봉인됐던 것들이 해제되는 듯한 기분이었죠. 사실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동안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SK텔레콤을 이긴 후에는 자신감이 붙었어요. 제가 선수 시절에 이루지 못한 우승을 지금의 선수들이 해줘서 정말 고맙죠"

손재범 코치는 CJ가 우승한 직후에 팀을 떠나게 돼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박수칠 때 떠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이제 CJ와 6년을 함께 보낸 손재범은 군 입대를 통해 잠시 휴식기를 갖게 됐다. 아직 정확한 입대 날짜는 나오지 않았지만, 당분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뒤 내년 여름 즈음에 군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군대를 갔다 돌아왔을 때, 상황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아직까지는 조금 불투명 한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제가 워낙 게임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e스포츠를 쉽게 떠나지는 못할 거예요. 저를 찾는 곳이 있다면 계속 e스포츠계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마지막 인터뷰에서도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손재범 코치. 끝으로 손 코치는 CJ 게임단과 관계자들, 그리고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우선 저를 인간으로서나, 코치로서나 잘 이끌어 주신 김동우 감독님께 정말 감사해요. 저의 부족한 점을 잘 채워 주셨거든요. 또 제가 CJ에 있는 동안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게임단 관계자 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김준호 팀장님-김유상 과장님-(서)지훈이 형, 이 분들이 주신 도움을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CJ 엔투스는 오래된 팬 분들이 정말 많은데요, 항상 높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CJ에 많은 애정을 보내주세요"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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