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L 초기 스타크래프트2팀 중 슬레이어즈는 테란으로 유명했다. 임요환을 시작으로 문성원-김동원-윤영서까지 당시 내로라하는 테란은 모두 슬레이어즈에 소속되어 있었고, 이정훈-변현우-조성주-최성훈으로 이어지는 프라임 테란 라인에 어깨를 견줄 정도로 강력한 테란 라인을 자랑했다.
이중 김동원은 유독 결승과 인연이 없었다. 문성원과 이정훈, 변현우는 GSL에서 결승에 올랐고, 최성훈은 슈퍼 토너먼트, 조성주는 스타리그, 윤영서는 드림핵에서 결승에 오른 전적이 있지만 김동원은 2012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GSL 시즌5 4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약 4년이 흐른 지금 2017 GSL 시즌1 4강이 확정됐다. 어윤수와 김대엽, 김유진, 그리고 김동원이 4강에 올랐다. 앞의 세 선수는 성적에 기복은 있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성적을 냈었다. 반면 김동원은 꾸준히 16강이나 8강의 성적을 냈지만, 준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4년 만이다.
프로 게이머가 4강에 가기에는 쉽지 않다. 꾸준함 이상의 무엇인가 있어야 한다. 어윤수는 2013년 말부터 2014년 말까지 위기에 몰렸을 때 엄청난 공격 성향을 보이며 계속 결승에 올랐고, 김대엽은 공허의 유산 프로토스가 필요로 하는 안정감이 빛나며 2016년 이후 개인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김유진은 큰 무대에서 그의 담대함이 빛을 발하며 스타크래프트2 전향 직후부터 심심치 않게 결승에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김동원이 분석한 조성주의 스타일은 이렇다. 조성주는 자신의 피지컬로 상대를 찍어누른다. 상대와 비슷한 상황에서 조성주는 피지컬에서 나오는 자신감으로 계속 공격을 거듭하고, 이를 버티지 못한 상대들이 무너지는 경기 양상이 자주 나왔다. 그러나 자신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운영으로 경기를 끌고 가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빨리 끝내려다 경기를 그르치는 문제도 있었다. 김동원이 주목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상대의 빠른 템포를 따라가다가는 피지컬에서 따라갈 수 없어 경기를 내줄 거로 예상한 김동원은 경기의 템포를 늦췄다. 템포가 늦다고 하더라도 꼼꼼함만은 놓치지 않았다. 조성주의 드랍이 올 예상 루트에 해병을 배치해 정찰로 상대의 변수를 막았고, 이렇게 확보된 시야로 상대가 공격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되면 바로 엄청난 양의 병력을 드랍해 조성주를 흔들었다.
3세트를 이긴 조성주는 자신감을 찾고 4세트에서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김동원을 압박했다. 160대 120이라는 인구수로 설명될 만큼 조성주는 전차 위주의 병력 구성으로 승리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또다시 자신감이 너무 과했던 조성주는 무리수를 던졌다. 지키고만 있어도 승리하는 상황에서 공성 전차의 공성 모드를 풀고 공격을 감행한 것.
패배 직전에 몰린 상황에서도 김동원은 사령부를 내주며 상대를 깊숙이 끌여들였고, 조성주가 공성 모드를 푸는 순간 해병으로 달려들어 상대 주력을 궤멸시키며 경기를 뒤집었다. 이어 김동원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조성주의 본진으로 달려가 생산 건물을 모두 파괴하며 결국 4강에 진출했다.
누가 봐도 8강 4경기, 김동원대 조성주의 경기는 모든 부분이 조성주에게 기울어있었다. 8강 최고령 김동원 대 8강 최연소 조성주, 공허의 유산 들어 테테전에서 23승 2패를 기록한 조성주의 기록만 봐도 4강 마지막 주인공은 조성주가 될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김동원은 주눅 들지 않고 경기를 준비했고, 자신의 실력이 통한다는 걸 스스로 확인하자 자신감을 얻은 김동원은 마지막 위기상황에서 마치 줄을 타는 듯한 모습으로 자신의 기지로 상대를 끌어들이고, 이를 포위해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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