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박진영의 After GSL] 한 서린 창과 방패의 대결, 어윤수 대 김대엽

Talon 2017. 3. 26. 00:04

2017년 GSL 시즌1에서는 기존 팀들이 해체된 상황에서 선수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가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특히 기업팀 소속 선수들은 기존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신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경기력을 유지하느냐가 이번 시즌의 관건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선수 둘이 결승에 올랐다. 바로 김대엽과 어윤수다.

김대엽은 kt에서, 어윤수는 SK텔레콤에서 데뷔한 이후 10년 가까이 한 팀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 중후반기 들어 개인리그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냈고, 개인 리그 결승에서 아쉬움을 맛본 경험이 있다. 마치 두 선수는 색만 다른 데칼코마니 같은 모습이다.

어윤수, GSL에서 무려 네 번이나 연속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전무후무한 선수다. 네 번째 준우승 이후 다시 결승에 올라올 수 있을지 생각했지만, 이번 시즌 기어코 다시 결승 무대를 밟았다. 2014년 전성기를 보냈지만 이후 2년 동안 부진했다. 잘하는 선수지만 한창 기세가 좋을 시절의 임팩트가 없었다.

그리고 어윤수는 이번 시즌 다섯 번째 결승에 올랐다. 잃어버린 임팩트를 다시 찾아온 채로. 계속 결승에 오를때 보였던, 불리하더라도 과감하게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 승리를 얻은 그 모습이었다. 어윤수는 4강에 오르기 전까지 힘겹게 승리하며 고비를 넘겼다. 저그의 모든 유닛을 활용한 조합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선수는 어윤수 뿐이다. 다양한 스타일로 경기를 보였기에 힘들었지만 모든 상대를 꺾고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어윤수를 상대할 김대엽은 이번이 GSL 첫 결승이다. 그렇지만 김대엽은 스타리그를 비롯해 프리미어급 대회에서 여러 번 준우승에 머물렀고, 어윤수만큼이나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한 선수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며 결승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김대엽은 '잘하는 프로토스 중 한 명'이 아닌 '프로토스라면 김대엽'이라는 모습을 보였다.

대격변 패치 이후 프로토스는 안정감보다 공격적인 주도권을 잡는 데 집중했다. 수비만 하다가 이기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프로토스도 상대를 흔들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토스가 흔들리는 타이밍이 생겼지만 김대엽은 흔들리지 않았다. 프로토스에 대해 완벽히 이해한 김대엽은 실패하지 않는 타이밍에 묵직한 견제 한 방으로 상대를 흔들어 지지 않는 경기를 만든다. 언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아는 선수가 김대엽이다.

이번 시즌 저그와 프로토스를 대표하는 두 선수는 스타일과 상성이 맞물린다. 어윤수는 공격적이고 김대엽은 수비적이다. 지금은 저그가 공격적으로 상대 조합이 갖춰지기 전에 먼저 들어가야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김대엽은 이런 저그의 공격을 가장 잘 막아내는 선수다. 얼마 전 같은 팀인 강민수와 벌인 경기에서 김대엽은 2대 1로 패배했지만, 그 이긴 경기에서 김대엽은 완벽한 수비를 보였다. 그렇다고 저그가 같이 마냥 경기를 후반으로 가기에는 후반 상성에서 프로토스에게 밀리기에 어윤수는 어떻게든 김대엽의 수비를 뚫어야 하는 상황이다.

프로게이머라면 누구나 우승을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어윤수와 김대엽 모두 우승 직전에서 누구보다 많이 좌절했다. 그래서 이번 결승은 그 어느 대회보다 간절한 선수 둘이 대결한다. 어윤수의 창이 4전 5기의 신화를 이뤄낼지 김대엽의 방패가 10년 인생 최고 정점의 발판이 될지 모두가 기대하는 대회가 이번 결승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