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e사람]CJ 우승의 숨은 공신, 전략가 박시현 코치를 만나다!

Talon 2012. 11. 5. 18:19

스타1 선수 지망생에서 스타2 전담 코치가 되기까지


CJ의 코치로서 새롭게 인사를 전하는 박시현 코치.
"코치로서의 그랜드 슬램을 이루고 싶다"

지난 9월 4일, 프로리그 플레이오프를 코앞에 둔 CJ 엔투스는 새롭게 박시현 코치를 영입했다. 그 어느 때보다 우승이 목말랐던 CJ는 박시현 코치의 합류로 팀의 스타2 전력 상승을 꾀했고, 실제로 김정우-김준호 등의 활약으로 SK텔레콤과 삼성전자를 연파해 창단 후 첫 우승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고등학교 시절 때부터 프로게이머 지망생이었던 박시현 코치는 이전까지 LG-IM에서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트)2 선수는 물론 코치로 맹활약 한 숨은 인재 중 하나다. 새롭게 CJ 엔투스에서 팀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박시현 코치. e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컸던 그를 만나봤다.

- 우선 e스포츠 팬들에게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CJ 엔투스에서 코치를 맡고 있는 박시현입니다. 나이는 올해로 서른이고요, 아직 미혼입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서는 처음으로 인사 드리는데, 정말 반갑습니다.

- 얼마 전에 푸껫으로 워크숍을 갔다 오셨는데, 어떠셨나요?
▶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봤어요(웃음). 큰 기대를 안고 갔는데, 제 기대를 완전히 충족할 만큼 정말 좋았어요. 색다른 문화를 체험하면서 아름다운 풍경까지 볼 수 있어서 진짜 즐거웠죠. 또 모든 CJ 팀원들과 함께해서 더 행복했던 것 같아요.

- 선수들과는 얘기를 많이 나누셨나요?
▶ 버스로 이동하면서도 선수들과 최대한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숙소로 복귀하고 나서도 미처 얘기를 듣지 못한 선수들 방을 방문해서 지난 시즌에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을 물어봤죠. 선수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솔직한 얘기도 들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뜻 깊은 워크숍이었어요.

-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1 프로게이머 지망생이었다고 들었어요.
▶ 1999년, 그러니까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마추어로서 스타1을 즐기기 시작했어요. 일반 웨스트 서버뿐만 아니라 피지투어나 게임하이 같은 사설서버에서도 게임을 정말 미친 듯이 열심히 했어요. 그냥 취미로 즐기는 유저가 아니라 선수 생활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거죠.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고, 아무래도 지방 출신이다 보니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했어요. 커리지 매치에도 몇 번 나갔는데, 결승에서 아쉽게 져서 준프로 자격증을 얻진 못했어요.

- 혹시 특별히 좋아하던 스타크래프트 선수가 있었나요?
▶ 제가 프토로스라서 그런지 박정석 나진 감독과 강민 해설을 제일 좋아했어요. 박정석 감독은 플레이가 정말 강하고 탄탄해서 좋았고, 강민 선수는 몽상가다운 화려한 플레이에 완전히 반했죠. SKY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2002에서 박정석 감독이 임요환 수석코치를 이겼을 때는 저도 감동을 느낄 정도로 좋아했어요. 나도 생활을 했다면 저 자리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부러운 마음도 컸죠. 나중에 LG-IM에서 LOL 코치를 맡을 때 강민 해설을 잠깐 만났었는데요, 솔직히 엄청 설레었어요. 물론 애들 앞이라 티를 내진 못했지만요(웃음).

- 그렇다면 스타2 선수 생활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 2010년도에 스타2 오픈 베타가 시작됐잖아요. 그 때 28살이라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게임을 해보니까 잊고 있었던 예전의 승부욕과 꿈들이 다시 자라나더라고요.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소니 에릭슨 스타2 오픈 시즌2에 출전했는데,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까지 올라갔어요. 본선에서도 32강까지 올라갔고요. 그 후에 LG-IM 강동훈 감독님께서 팀 합류를 제안하셔서, 숙소 생활을 시작하게 됐죠.

- 뒤늦게나마 선수의 꿈을 이뤄서 정말 기쁘셨겠어요.
▶ 처음에 강동훈 감독님이 배틀넷으로 메시지를 보내셨어요. 혹시 지금 들어간 팀이 있냐고요. 그 순간 '나도 이제 팀에 들어 갈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많이 설레었어요. 온라인 상으로 간단하게 면접을 보고서 하루 뒤에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이틀이 지나도 소식이 없는 거에요. 혹시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싶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진짜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셨대요(웃음). 그래서 제가 감독님께 나이는 상관 없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 때 팀에 저보다 한 살 많은 (임)재덕이 형도 있었으니까요(웃음).

- 선수로는 언제까지 활동하신 건가요?
▶ 작년까지 말 쯤에 플레잉 코치가 됐고, 2012년 초부터는 정식 코치가 됐어요. 그리고 LG-IM에서 마지막 2개월은 LOL 전담 코치로도 생활했고요. 사실 아직도 스타리그나 GSL 오프닝만 보면 가슴이 뛰어요. 어릴 적부터 10년 넘게 꿈꿔왔던 무대라 지금도 가슴 속에는 열정이 계속 타오르고 있죠(웃음). 하지만 선수들을 통해서 제 꿈을 실현시키는 것도 좋아요. 선수들을 잘 가르쳐서 제가 못한 것들을 꼭 실현시키고 싶어요.

선수들의 연습 경기를 지켜보는 박시현 코치.
- CJ에 스타2 코치로 영입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 처음 스타2 코치를 찾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계속 얘기를 듣다 보니 새로운 환경에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C & C 이광세 대표님께서 CJ측에 연락을 해주신 뒤에 김동우 감독을 만나서 면접을 보게 됐죠. 감독님과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눠보니 정말 좋은 분이라고 느꼈고, 제가 뭔가 할 수 있겠다는 비전도 보였어요. 강동훈 감독님께서도 저와 계속 하시고 싶지만, CJ면 나쁘지 않다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잘 할거라고 응원도 해주셨고요.

- CJ에 처음 왔을 때 선수들에 대한 첫 인상이 궁금해요.
▶ 게임적인 부분에서는 워낙 유명한 선수들이라 잘 할거라고 믿었어요. 실제로 봤을 때도 완전히 다듬어 지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손을 보면 기존의 연맹 선수들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출 거라고 생각했죠. 솔직히 지금도 몇 명은 이미 뛰어 넘거나 비슷한 선수도 있어요. 하지만 에이스 선수들을 빼고서는 아직도 뒤쳐지는 선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죠. 선수들과 얘기를 해보니까 다들 착하고, 마인드나 생활적인 면에서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CJ에 오자마자 SK텔레콤과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렀어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 일단 감독님, 손재범 코치와 함께 엔트리 구성에 집중했어요. 먼저 스타1 엔트리를 만든 뒤에 스타2 엔트리 준비하고, 선수 별로 각각 빌드를 하나씩 준비를 했죠. 상대방 팀에 대한 심리전도 많이 준비했고요. SK텔레콤 정윤종 선수에 대응해서 김준호 선수로 맞불을 놨는데, 1차전에서 정말 잘 맞아 떨어졌어요. 1, 2차전 모두 에이스 결정전 승리로 이겨서 정말 짜릿했어요. 더군다나 포스트 시즌의 강자인 SK텔레콤을 꺾어서 더 기뻤고요.

- 사실 SK텔레콤도 정규시즌 막바지에 임요환 코치를 영입했는데요.
▶ 사실 임요환 코치가 코치로 활동하면서 주목을 많이 받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속으로 '그래? 그럼, 나랑 한번 해보자'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신경을 썼죠. 그런데 임요환 코치는 정말 평소에도 존경하는 분이에요. 한국 e스포츠를 대표하는 인물과 경쟁 구도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는 생각이 더 강했죠.

김준호-장윤철과 함께 기뻐하는 모습.
- 결승전에서는 삼성전자를 4:1로 격파했어요.
▶ 저희가 예상했을 때는 스타2에 송병구, 김기현, 신노열 선수가 나온다고 봤어요. 그런데 김기현 선수가 전반전에 나온 것을 보고 당황스러우면서도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죠. 스타2에서 우리 팀에게 힘이 더 실리니까요. 그리고 전반전을 이긴 후에 승리를 예감했어요. 4:0으로 이길 수도 있었는데, 신동원 선수가 유리한 상황에서 아쉽게 지고 말았어요. 아무래도 신동원 선수가 결승전의 묘미도 살리고, 현장에 오신 분들을 생각해서 경기를 더 보여주려고 했나 봐요.

- 우승의 소감은 어떤가요?
▶ 정말 기뻤지만, 동시에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선수들이 우승할 만한 기량을 충분히 갖고 있고, 유능한 감독님이 있었기 때문에 우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솔직히 저까지 '몇 년 동안 우승하지 못한 팀', '포스트시즌에서 늘 부진한 팀'이라는 편견을 신경 썼으면, 선수들을 지도할 때 제대로 주문하지 못했을 거에요. 온지 얼마 안 된 신입의 패기로 자신 있게 결승에 임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요.

- 코치님이 들어온 이후에 성장한 선수가 있나요?
▶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김준호 선수가 포스트시즌에서 정말 잘해줬어요. 제가 준비한 것을 얘기 했을 때 바로 이해하고 잘 따라줬거든요. 김준호 선수가 이기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또 아직 신인이거나 유명하지 않는 선수들 중에서도 치고 올라오는 몇몇 선수가 있어요. 다음 시즌에 쓸 비밀병기이기 때문에 지금은 노코멘트 하겠습니다(웃음).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박시현 코치.
- 앞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 차기 프로리그 우승이 1차적인 목표고요, 스타그리와 GSL에서 CJ 선수를 우승시키고 싶어요. 해외 대회 우승도요. 그것들을 다 이루면 코치로서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지 않나 싶어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 CJ 선수들이 지금처럼 앞으로도 잘 따라 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쓴소리를 할 경우도 많이 생길 텐데 나쁘게만 보지 말고, 절 믿어줬으면 해요. "얘들아, 나도 열심히 같이 노력할 테니까 다음 시즌에도 좋은 성적 보여주자!"

그리고 그 동안 부모님과 누나가 진짜 많이 도와주셨는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항상 승리 인터뷰에서 누나 얘기를 꼭 하겠다고 했는데, 많이 늦었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요. 또 LG-IM에서 고생한 강동훈 감독님과 형수님, 저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신 이광세 대표님께도 감사 드려요. 마지막으로 CJ 엔투스를 계속 지켜봐 주시는 팬들에게 반드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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