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김용우가 만난 사람] '프로즌' 김태일, "터키 리그, 나의 '터닝 포인트'"

Talon 2018. 11. 27. 09:35
지난 2016년 롱주 게이밍(현 킹존 드래곤X)을 떠나 '변방'이라고 평가받는 터키 리그(TCL)에 진출한 '프로즌' 김태일은 지난 해 열린 TCL 서머서 1907 페네르바체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중국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서는 터키 팀 처음으로 본선 무대로 이끈 김태일은 올해 열린 대회서는 모두 3위를 기록하며 국제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터키 리그서 2년을 활동한 김태일은 '터키리그의 선구자'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김태일이 성공하면서 터키 다른 팀들은 한국인 코치와 선수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많은 한국 선수들이 고려하는 리그 중에 하나로 터키 리그를 꼽는다고 한다.  

올해 1907 페네르카체와의 계약을 끝낸 '프로즌' 김태일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터키 뿐만 아니라 한국 리그 복귀도 생각하고 있다. 만약에 팀에서 테스트를 필요로 한다면 보겠다고 이야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년 간의 터키 리그 생활을 마무리 한 김태일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요즘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 휴식을 취했고, 여가 생활도 즐겼다. 20살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주짓수도 배웠다.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도 놀았고, 영어학원도 다니는 중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고 보면 된다.  

- 2017년 1907 페네르바체 소속으로 롤드컵을 경험했지만 올해는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아쉬웠을 거 같다 
▶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성적에 대해선 연연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원망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윈터보다 서머 시즌에서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팀을 바닥으로 끌고 내려가려고 했던 선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게이머를 처음 할 때부터 같이 해서 믿었는데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 그래도 보면 윈터나 서머 시즌을 보면 슈퍼매시브가 걸림돌이었던 거 같은데  
▶ 그런 생각은 안 했다. 그 팀이 잘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도 정규 시즌 4번 만나서 2승 2패를 기록했다. 서머 플레이오프서는 먼저 1세트서 승리했다. 상성으로 보면 박빙이었다. 만약에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4전 전패를 당했으면 깔끔하게 털어냈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다 같이 한 마음이었으면 이겼을 거로 생각한다. 슈퍼매시브가 아닌 우리 자신에게 패했다. 앞에서 말한 그 친구는 '같이 잘해보자'라는 마인드를 깨트렸다. 그때를 생각하면 열이 나고 잠을 못 잔다.  

- 한국서 열린 롤드컵 플레이-인은 관전했는가?  
▶ 보기 싫었다. 슈퍼매시브 경기는 안보고 하이라이트로 챙겨봤다. 보기 힘들더라. 다 빼앗긴 느낌이었다. 항상 롤드컵에 간 건 아니지만 터키 리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 그랬다. 슬프고 아쉬웠다.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거 때문에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됐다.  

- 본인이 처음 터키 리그를 갔을 때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많은 발전이 있었다  
▶ 자국 선수는 자리를 잃었지만, 외국인 선수가 많아졌다. 각 팀마다 외국인 선수 슬롯 2자리를 채웠고 코치도 영입됐다. 실력은 많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른 리그에 비해 부족한 건 사실이다. 문화적인 부분도 크게 작용한다. 한국과 달리 코치가 주목받지 못하고 선수가 '갑'인 경우도 많다. 우리 팀은 그러지 않았지만 다른 팀은 그런 경우가 많았다.  

- 최근에 보면 터키 리그에 소속된 팀이 돈을 많이 써서 그런지 선수 에이전트도 안전장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 터키 리그는 선수들에게 돈을 쓸 수 있는 리그가 아니다. 잘못 알려져 있다. 축구팀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서(페네르바체, 베식타스, 갈라타사라이 등) 돈을 많이 받을 거 같은데 그러지 않는다. 특정 팀을 제외하고 대부분 팀은 돈을 주지 않는다. 돈이 있더라도 구단 돈보다 스폰서 비용으로 충당하길 원한다.  

- 터키 리그로 떠난 2년 전과 현재를 비교하면 어떤 성장이 있었나?  
▶ 한국에서 실력으로 잘 나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즌'이라는 선수가 있다는 느낌 정도다. 게임 실력보다는 다른 외적으로 주목받았을 뿐이다. 터키 리그를 간 건 후회하지 않는다. 좋은 선택이었다. 터닝 포인트라고 하는 게 맞을 거다. 한국서 3년 동안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터키로 넘어가서 실력이 올라갔다. 도움닫기를 했다고 보는 게 맞을 거다. 
- 터키 리그는 어땠나? 혈혈단신으로 넘어간 거라 힘들었을 거 같다 
▶ 통역사가 없어서 많이 힘들었다. 향수병도 있었다. 이제는 언어가 늘어서 선수들과도 친해졌다. 생활도 편안하고 팀에서도 잘해줬다. 다른 선수들은 힘들어한다고 하던데 지원 여부에 따라 다른 거 같다. 터키는 배를 버스 타듯이 다니는 게 신기했다. 배를 타고 다니면서 갈매기한테 과자도 주곤 한다. 우리는 놀이 문화, 예를 들어 PC방, 노래방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데 터키는 식사하면서 이야기하는 게 일상적인 놀이다. 돗자리를 들고 다니면서 이야기하는 게 특이했다. 또 길고양이도 사람을 잘 따른다. 사람이 부르면 도망을 안 간다. 사람을 잘 따른다.   

- 해외를 나가다 보면 가장 힘 들어가는 게 언어인 거 같은데 
▶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고 피드백을 할 때도 디테일하게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다. 언어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혼자 연습할 때 필요한 단어, 문장을 정리해서 공부했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선수들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뜻을 모르고 따라 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에 맞게 문장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개월이 지나면서 늘기 시작했고 6개월이 지나면서는 의사소통에서는 문제가 없을 정도가 됐다. 팀에서 신인 선수가 있었는데 그들을 가르쳤고 문제가 있는 선수는 공원 같은 곳으로 데리고 나가서 이야기도 들어줬다. 형, 동생처럼 지냈고 선수들의 가정사를 알고 있을 정도다. 선배로서 상담을 많이 해줬다.  

- 아쉬웠던 점은?  
▶ 자기 관리를 못했다. 지금은 하고 있지만 더 일찍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SNS 글을 보니 테스트도 각오하고 있던데  
▶ 만약에 내가 팀 관계자라면 '프로즌'이라는 선수를 보면 의심부터 할 거 같다. 예를 들어 스타 플레이어, 실력이 검증된 선수는 계약을 먼저 하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할 거다. 그래서 테스트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팀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했고 현실 직시를 위해 노력했다. 올해는 부족했고 입증한 게 없었다. 팀적으로도 무턱대고 계약을 하면 안 될 거다. 지금 상황을 보면 리스크가 있는 선수다 보니 테스트를 통해 내가 팀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떠나기 직전에 깨달음을 얻었고 하게 된 역할이 있었다. 터키리그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부분을 한국서도 보여주고 싶다.  

- 그러면 한국 리그가 1순위인가?  
▶ 한국을 1순위로 두고 있다. 한국이 1순위이며 그다음은 터키, 유럽, 북미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오픈 마인드다보니 어디든지 갈 생각을 가고 있다. 
- 게이머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가?  
▶ 항상 이야기한 부분이 있는데 '잊혀지지 않는 선수'가 되는 거다. 이름만 대도 '그 선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게이머로서 마음가짐은 변한 게 없다. 쭉 마인드 변하지 않고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려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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