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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가 만난 사람] '데프트' 김혁규, "선수 오길 원하는 팀 이미지 만들겠다"

Talon 2018. 12. 5. 09:07
이적 시장서 최대어로 평가받은 '데프트' 김혁규는 국내 팀 뿐만 아니라 2개 이상의 중국 팀에서도 입단 제안을 받았다. 지난 20일 소속팀 kt 롤스터와 결별하며 자유계약(FA) 신분이 된 김혁규는 중국 팀 이적이 유력했지만, 고민 끝에 같이 팀을 나온 '폰' 허원석과 함께 킹존 드래곤X에 합류했다. 

주전 5명을 모두 놓친 킹존은 '데프트' 김혁규와 '폰' 허원석, 아프리카 프릭스와 결별한 '투신' 박종익을 잡으면서 지난 시즌과 비슷한 전력의 로스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터뷰를 하면서 놀란 부분은 김혁규가 나이 순에서 '투신' 박종익에 이어 두 번째가 됐다는 것이다. 

김혁규를 29일 저녁 숙소 근처에서 만났다. 그는 kt에서 나온 뒤 킹존으로 합류하게 된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들려줬다. 그는 내년 시즌 목표를 묻자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다른 선수들도 오길 원하는 팀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 이적 시장서 최대어로 평가받았는데 킹존을 합류하게 됐다
내가 '투신' (박)종익이 형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경력으로 치면 팀에서 가장 길다. kt 롤스터에 있을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책임감이 생길 거 같다. 동생들을 잘 이끌어야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킹존도 후보 중에 한 팀이었지만, 복수의 중국 팀도 영입에 나선 거로 알고 있다. 최종적으로 킹존을 선택한 배경을 듣고 싶다
계약서를 쓰기 30분 전만 하더라도 팀에 관해 결정을 하지 못했다. 사실 팀마다 '나와 함께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한 선수가 있었다. 팀을 정하지 않고 계속 시간을 끌면 그들에게 상처를 줄 거 같았다. 연봉을 떠나 그 부분 때문에 팀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고민 끝에 킹존에 합류하기로 했다. 킹존은 '라스칼' 김광희와 '커즈' 문우찬이 잔류했는데 함께 들어온 '폰' (허)원석이와 함께 절실하다고 느꼈다. 이 선수들이면 정말 열심히 할 거 같았다. 예전에 나도 절실했던 적이 있어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선수라면 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들과 함께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자신 있었다. 

- 3명 중에 가장 절실한 선수는 '폰' 허원석인 거 같다
그렇다. (허)원석이와 5년 동안 함께 했는데 지금이 가장 절실해 보였다. 그런 부분을 믿어보기로 했다. (웃음) EDG, kt 롤스터 때도 열심히 했지만, 예전과 다르게 지금에서야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거 같다. 나한테 '모든 팀을 다 이겨주겠다'라고 강력하게 어필을 했다. 잘할 자신 있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원석이가 EDG 막바지부터 kt에 합류할 때까지 힘든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을 잡은 거 같다. 개인적으로 원석이가 마음만 잡는다면 어떤 선수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고 본다. 

- 그렇다면 '커즈'와 '라스칼'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커즈' (문)우찬이는 나이가 어리고 솔로랭크에서도 상위권에 있다. 저는 솔로랭크를 잘하는 선수는 대회서도 못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킹존에 들어오는 걸 결정하는데 플러스 요인이 됐다. '라스칼'은 지금까지 '칸' 김동하(현 SKT)에게 가려졌는데 다른 팀 코칭스태프, 선수들과도 이야기해보니 포텐셜이 있고 잘하는 선수라고 들었다. 

- 킹존에 합류한 이후 '프레이' 김종인의 컴퓨터를 받은 거로 알고 있다.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고 하던데 
대부분 선수들은 인터넷 주소창에 모 커뮤니티를 등록하는데 (김)종인이 형은 '메이플 스토리 궁수 게시판'이 나왔다. 롤에서도 활을 쏘는데 그 게임서도 궁수라서 정말 웃겼다. '이 형은 다른 게임서도 할 수 없는 직업을 하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참고로 메이플 스토리서 궁수 직업이 안 좋다고 한다)
- kt 롤스터에서 지낸 2년 생활을 되돌아보자. 2017년에는 부진했지만, 올해는 롤챔스도 우승했고 롤드컵에 나갔다  
2년 전에 들어왔을 때는 '정말 무조건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첫해는 시행착오가 있었고 '네임밸류'보다는 팀원들끼리의 끈끈함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각자 모든 걸 내려놓고 뭉치려고 노력했다. 올해는 그런 것이 빛을 봤다. 실제로 올해 초 성적이 안 좋았을 때, 후반부에 좋을 때도 팀원들끼리 신뢰했다. 

- '로컨' 이동욱은 포모스와의 인터뷰서 IG와 kt가 롤드컵서 우승할 거 같았다고 했다. 8강전서 IG에게 2대3으로 패해 탈락했을 때는 매우 아쉬웠을 거 같은데 
IG가 우리를 이겼고 잘하는 팀인 건 맞다. 그 경기서 패하기 전까지는 우리 팀이 롤드컵서 우승할 거 같았다. 그래서 조금 더 아쉬움이 남는다. 연습 과정서도 그랬지만 kt 코칭스태프는 내가 '캐리'하기 쉬운 경기를 만들어줬다. 폼도 괜찮았다. '캐리'해서 우승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연습했지만 8강전서는 잘하지 못했다. 밴픽서도 내가 하고 싶은 걸 어필하지 못했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내가 조금만 더 확실하게 어필했으면 게임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 C9 복한규 감독은 개인방송서 대회 중간에 메타가 바뀐 것을 언급했다 
결과만 놓고보면 이긴 팀이 만드는 게 곧 메타가 된다. 만약에 팀이 이겼다면 많은 팀이 우리가 만든 걸 따라 했을 것이다. 밴픽에서 진 거보다 팀이 하지 않던 실수가 나와서 패했다. 상대 팀이 고른 픽 모두 예상 범위 안에 있었던 거다. 다시 돌이켜보면 1세트를 이겼어야 했다. 1세트를 내주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 킹존을 선택한 뒤 주위 반응은 어땠나?
부모님은 예전에는 내 선택에 관여했지만 항상 좋은 팀만 갔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도 '넌 항상 옳은 선택을 했기에 이번에도 잘할 수 있을 거다'라고 믿어줬다. 친형은 롤을 자주 챙겨보는데 후보로 듣던 팀 중에 킹존이 베스트가 아닌 거 같더라. 그래서 '집에 있지 말고 빨리 가서 연습하라'고 했다. 

- '마타' 조세형과 헤어지고 '투신' 박종익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올해는 조금 덜했는데 작년에는 24시간 옆에서 피드백했다. 그리울 수도 있지만 지금은 없으니까 편안하다.(웃음) 개인적으로 롤에는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박)종익이 형은 '잘하는 선수'라고 항상 생각해왔다. 아무래도 같은 바텀 라인이다 보니 상대를 많이 했다. 단점이라고 할 건 보이지 않았다. 챔피언 풀, 라인 전, 한 타 싸움서도 약점은 없다.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무한대로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건 항상 어려운 일이다. 매년 그런 선택을 하는데 후회는 없는가? 
나는 팀을 많이 옮긴 선수지만 옮길 때마다 우승은 항상 했다. 새로운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있어 불편함은 없다. 오히려 이 선수들과 맞추면 재미있을 거 같은 느낌이다. 

- 킹존에 있다 보면 '프릴라(프레이+고릴라의 애칭)'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프릴라' 조합이 오래됐고 킹존서 커리어를 많이 쌓았다. '프릴라'보다 더 많은 커리어를 쌓으려면 롤드컵 우승은 해야 한다. '프릴라' 조합이 여기서 잘했다고 해서 내가 갖는 부담감은 없다. 그냥 목표인 우승만 바라볼 뿐이다. 

- 사실 외적으로 킹존의 숙소와 연습실 환경이 안 좋다는 평가가 있다. 개인적으로 합류해보니 어떤가? 
들어오기 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숙소가 안 좋다는 이야기였는데 나는 달랐다. 연습실과 숙소가 같은 건물에 있지만, 따로 사용한다. 공간도 넓어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 개인적으로 팬들의 응원 문구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는지 궁금하다
이번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서 EDG에게 패한 이후 다음 경기가 LMS 매드 팀이었다. 팬들이 실망할 거로 생각했는데 kt를 응원해서 프로게이머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IG와의 3세트서 극적으로 승리했을 때 팬들이 응원해준 것도 기억에 남는다. 이건 중국 때 일인데 EDG에서의 마지막 대회였던 데마시아컵서 우승한 뒤 열린 시상식서 한국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MVP를 수상했다. 당시 팬들이 내 이름을 불러줬다. 그건 프로게이머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 2019시즌은 정말 치열할 거 같다. SK텔레콤 T1은 잘하는 선수를 다 데리고 가서 '슈퍼팀', '드림팀'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kt도 2년 전에는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네임벨류'를 가진 팀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기대한 것에 비해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생각이 바뀐 게 '네임밸류'보다는 팀원들 간의 신뢰, 연습량이 중요하다. 더 열심히 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고 본다. 다른 팀이 좋은 라인업을 구축했다고 해서 두려운 건 없다. 
- 마지막으로 내년 시즌 목표를 들려달라 
킹존에 들어온 이유 중의 하나가 '킹존'이라는 팀의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선수들은 기업 팀을 선호하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저는 킹존에서 성적도 중요하지만 다른 선수들도 오고 싶어 하는 좋은 팀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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