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김용우가 만난 사람] '뱅' 배준식, "헤어짐이라 생각 안해..발전 위해 떠날 뿐"

Talon 2018. 12. 4. 09:29

SK텔레콤 T1 송별회를 앞두고 만난 '뱅' 배준식은 "지금은 덤덤하다"고 했다. 황토색 후드 집업 차림인 그는 인터뷰 장소인 커피숍 바로 윗층에서 회식을 한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2012년 나진 쉴드 소속으로 프로 데뷔를 한 배준식은 제닉스 블라스트를 거쳐 2013년 SK텔레콤 T1S에 입단했다. 단일팀 체제가 도입된 2014년 SK텔레콤 T1의 일원이 된 배준식은 '울프' 이재완과 함께 최고의 바텀 듀오로 불리며 팀을 정상의 자리로 올려놨다. 

5년 동안 팀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배준식은 2019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국 팀을 떠나 북미 팀 100씨브즈와 계약하며 제2의 프로 생활을 이어가게 된 것. 배준식은 북미로 가는 것에 대해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일'이라고 했다. 

- 정들었던 SK텔레콤을 떠나게 됐다
처음에는 팀을 나가는 거보다 프로게이머로서 어떤 팀에서 어떤 플레이를 할지 등 게임 내·외적으로 생각을 많이 했다. 타 지역 도전은 팬들이 안 거보다 전에 결정했다. 오랜 시간 동안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지금은 덤덤하지만, 당시에는 슬프고 무섭기도 했다. 새로운 지역으로 가는 것에 대한 설렘도 있다고 해야 할까. 이제 내가 가야 할 길이 정해졌기에 속시원하고 기대되는 부분도 많다. 

- '도전'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까? 
'도전'이었다.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다. '도전', '만남' 등 어떻게 표현해도 좋을 거 같다. '도전'이라면 '다른 리그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것인가'라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사실은 MSI에 가고 싶었다. 

배준식은 정상과 바닥 둘 다 경험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대부분 롤챔스를 석권했고,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서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서는 스프링 시즌서 4위, 서머 시즌서는 8승 10패로 7위에 머물렀다. 한국 지역 선발전서도 패하면서 롤드컵에 참가하지 못했다. 

- SK텔레콤에서 있었던 5년을 추억해보자면.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가? 
사람들은 전성기였던 2015~2017년 초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있었던 일들, 완벽한 경기력으로 승리했던 순간도 기뻤지만, 시즌이 끝나고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됐을 때 들었던 기분. 부담감이 사라졌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여행 갔을 때가 기뻤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에서 승리하고 팬분들과 함께한 시간이 기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때가 좋았지'라며 지난 5년을 회상해보면 그 순간이 먼저 생각난다. 

- 5년 시간 중 2018시즌 성적이 가장 안 나왔다
프로게이머로서 어떻게 됐든지 성적이 안 나온 건 아쉽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성장한 계기가 됐다. 지나고 보면 아쉬움도 있고, 시간을 돌리면 어땠을까 생각도 했지만, 지금보다 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즌 성적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안 좋은 상황이 와도 다음에 더 잘하면 되니까. 

- 그래도 기억에 남는 대회를 들자면
큰 경기들이 기억난다. 다 비슷하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6년 롤드컵 결승전서 삼성 갤럭시(현 젠지e스포츠)를 3대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을 때다. 국내 결승보다는 해외 결승이 더 기억에 남는다. 

배준식이 입단하는 100씨브즈는 올해 초 북미 LCS 프랜차이즈가 도입되면서 합류한 팀이다. NBA 클리블랜드 캐빌리어스가 만든 팀으로 화제가 됐고 최근에는 유명 랩퍼인 드레이크와 유명 연예 기획자인 스쿠터 브론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팀의 중심은 '아프로무' 재커리 블랙이며 한국 선수로는 탑 라이너 '썸데이' 김찬호와 '후히' 최재현이 속해있다. 정글러는 '안다' 앤디 후앙이다. 올해 롤드컵에 참여했지만 그룹 스테이지서 탈락했다. 
- 100씨브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100씨브즈 뿐만 아니라 복수의 팀이 관심을 가진 걸로 알고 있다  
여러 팀으로부터 제의가 왔는데 100씨브즈가 관심을 많이 보였다. 가장 우선적으로 성적을 봤다. 팀에 갔을 때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중요했다. 많은 분이 의아해할 수 있지만 나는 팀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 선수, 게임단 주, 감독, 보조 코치와도 이야기한 결과 그런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나의 목표와 팀이 생각한 목표, 구성원의 목표가 잘 맞아떨어졌다. 당연히 쌍방 통행이라서 빨리 결정할 수 있었다. 매력적인 팀이라고 생각했다. 

- 그렇다면 데뷔할 때부터 현재까지 프로게이머 '뱅'을 스스로 평가해줄 수 있는가? 
잘 견뎠다고 생각한다. 아마 원거리 딜러 프로게이머 중에 저만큼 오랜 시간 꾸준하게 잘한 선수는 없을 거다.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나를 자랑스러워했다. 지금까지도 좋아해 준다. 인복이 많다는 걸 많이 느낀다.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힘든 시간이 있어도 기뻤다. 앞으로도 든든할 거다. '인간 배준식'을 사람들이 좋아해 줘서 그런 부분서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복 많은 사람이다. 

- 주위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한데
'잘했다'고 많이 격려해줬다. 가서도 잘할 거라고 했다. 헤어져서 아쉬움보다 오랜 시간 고민한 나의 감정들을 자주 겪어봐서 그런지 기뻐하고 좋아했다.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그런지 모른다. 그리고 헤어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발전을 위해 '잠시 떠날 뿐'이다. 

- 북미로 가서 이제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 
적응해야 하며 극복할 레벨은 아니다. 지금도 팀 GM과 영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말하는 것만 트이면 괜찮을 거다. 항상 대회 때문에 해외에 나가면 영어로 이야기하려고 했다. 최근 열린 롤드컵 결승 뒤풀이 때도 거의 영어만 사용했다. 가더라도 문제없을 거다. 배워야 하며 나아질 거 밖에 없다. 

- 100씨브즈는 차기 시즌을 앞두고 CLG서 '후히' 최재현을 영입했다. 로스터 중 한국 선수만 3명이다  
'썸데이와 함께 '후히'가 들어왔는데 지금 로스터를 보면 북미서도 우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썸데이', '안다' 등 잘하는 선수들이다.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 어쩌면 세계 대회서도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항상 강조하는 거지만 구멍이 없어야 한다. 열심히 하고 잘할 수 있을 선수들이라서 내년이 기대된다. 

- 다음 주 시작되는 올스타전서는 클라우드 나인 '스니키'와 코스프레도 선보인다 
기대된다. 새로운 경험도 하고 호기심도 많다. 코스프레를 해본 적이 없어서 한번 겪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재미있을 거다. 코스프레는 많이 접해보지 못했지만 '스니키'가 하는 걸 보면서 저런 게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정말 몰랐다. 코스프레한 걸 봤는데 진짜 똑같이 입었다. 이번에 준비하는데 의상 제작부터 어떻게 입을 것인지 생각할 게 많았다.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기사를 통해 팬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항상 그렇지만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 매우 든든하다. 팬들이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준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감사하다. 그런 사랑, 관심, 응원 덕분에 점점 더 나은 선수가 되는 거 같다. 정말 내 곁에 있어서 든든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사실 나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니 다른 사람에 대해 잘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도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다양한 감정에 대해 알게 됐다.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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