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라이브인터뷰]스타2 신성 정윤종, “즐기자는 마인드가 중요해요”

Talon 2012. 12. 26. 17:47

큰 목표를 이루는 것도 좋지만 즐기면서 게이머 생활 이어 가고 싶어


SK텔레콤 T1의 프로토스 정윤종.
2012년 한 해 동안 e스포츠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2가 도입되면서 병행 리그가 시작됐고, 스타1과 스타2로 나눠 진행되는 프로리그로 인해 다양한 신인들이 등장했다. 물론 정윤종은 스타1 때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선수이기에 완벽한 '쌩신인'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지만 '택뱅리쌍'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로 급성장한 것은 분명하다.

'윤종神'이라는 별명과 더불어 '스페셜원(Special one)'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정윤종에게 2012년은 특별한 한 해임에는 분명하다. 핫식스 GSL 시즌4 준결승전에 오르면서 화제가 됐고, 뒤이어 스타2로는 처음 열렸던 온게임넷의 스타리그인 '옥션 올킬 스타리그 결승전'에도 진출하며 양대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이어 WCS 아시아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정윤종은 MLG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비록 WCS 파이널에서 우승컵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꿈 같은' 한 해를 보낸 정윤종, '연습실 본좌'로 불렸던 정윤종이 스타2 최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우승컵 차지했지만 승리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옥션 올킬 스타리그 우승자인 정윤종은 스타2 스타리그의 첫 우승자로 기록됐다.
"스타1이 끝난 이후로 여기저기서 두각을 드러냈고 상도 많이 받았죠. 스타2로 완전히 전환된 프로리그에서도 여전히 실력을 과시하고 있고요."

"최근에 인터뷰를 좀 많이 해서 특별히 더 들려드릴 내용이 없을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일단 인터뷰를 하게 돼서 너무 좋아요. 프로리그 개막했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하면서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카페에 앉자마자 메뉴를 선뜻 고른 정윤종은 얼핏 보기에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보였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넘치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스타리그 결승 무대에서도 떨지 않고 경기를 펼쳤던 것처럼 말이다.

"스타리그 무대는 원래 그냥 구경만 갔던 곳이었는데 그 무대에 섰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어요. 형들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갑자기 저 무대에 제가 서 있으니까 형들도 신기해 했을 것 같아요. 확실히 그 때는 결승전이라는 느낌보다 게임을 즐기러 왔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부담도 별로 없었어요."

결승전에서 아무런 부담 없이 경기를 치른 것과는 달리 4강전은 힘들었다. 김성현(STX)과 만난 4강전에서는 0:3으로 수세에 몰리기도 했다.

"0:3이라는 스코어로 지고 있어서 창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한 판도 따내지 못하고 지면 수치라는 생각에 한 세트만 이기자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어쩌다 보니 계속 이기게 됐어요(웃음).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의외였죠."

처음에 그리고 왔던 그림은 4:1 또는 4:2의 승리 시나리오였다. 빌드가 많이 갈려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좀 짜증이 났을 정도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정윤종은 "운도 없고, 실력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는 말로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3판 연달아 지고 나니까 '나 정말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어느 정도 팽팽하게 경기가 흘러갈 줄 알았는데 한 방에 훅 간 느낌이었죠."

하지만 연달아 3세트를 이기고 나니 다시 마음이 편안해졌다. 완패의 위기에서 벗어난 덕분일까? 정윤종은 "마지막 경기 때 엄청 마음이 편했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0:4로 질 뻔 했는데 3:3까지 만들어 놓고 나니 상대가 더 심리적인 압박감이 클 것 같았어요. 심리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죠. 7세트 경기 하기 전부터 굉장히 마음이 편했고, 상대 빌드도 어느 정도 예측이 돼서 괜찮았어요."

사람들의 기대가 커진 만큼 경기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정윤종.
이렇게 어렵사리 차지한 우승 트로피였지만 바뀌는 건 크게 없었다. 본인 스스로도, 주변의 반응도 달라진 게 없었다. 딱 하나 달라진 게 있었다면 전보다 부담감이 가중됐다는 사실, 그 하나였다.

"우승을 한 번 하고 나니까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졌어요. 이제는 우승을 안 하면 '잘 못했네'란 이야기를 듣게 돼요. 전 우승이 아니라 8강, 4강에만 들어도 괜찮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는 아니에요. 거기서 떨어지면 다들 아쉬워하더라고요(웃음). 해외 대회도 많이 나갔는데 모두들 제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의 기대가 커졌지만 정윤종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게 목표일지 궁금해서 묻자 예상 외의 답변이 나왔다.

"스타2라는 게임이 국내에서 아직까지 큰 인기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스타1에 비해서 아쉬운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승리뿐만 아니라 경기력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멋있는 경기도 필요하다는 거죠. 물론 첫 번째로 중요한 건 경기에서이기는 거지만 멋진 경기력도 필요해요. 박진감 넘치는 팽팽한 경기를 선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정윤종의 추천 경기는? 정윤종은 "장기전을 했던 게 마음에 들어요"라며 GSL에서 변현우와 32강에서 경기했던 것을 꼽았다.

"변현우 선수와 경기 했을 때 힘겹게 이겼어요. 고위기사를 3줄은 뽑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팽팽한 경기가 나온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요. 경기력도 괜찮았던 것 같고 말이죠. 보통은 한 방 전투에서 승패가 많이 갈리는데 쉽게 누가 이길 것인지 가늠할 수 없는 경기였어요. 경기의 흐름이 왔다 갔다 했기 때문에 그런 점이 특히 마음에 들어요."

스타리그 결승까지 밟은 정윤종이지만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두 대회 경기 모두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정윤종은 "GSL에서는 잘 모르는 맵도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할 수가 없었어요"라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결승에 여러 번 가본 선수도 아니었기 때문에 4강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했어요. 물론 이제는 그러면 안 되겠죠?"

양대리그에서 활약한 것을 두고 정윤종은 "우승할 만큼의 실력은 아니었어요"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실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두 대회에서 모두 우승할 수 없었다고.

그러나 KeSPA 소속의 정윤종이 처음 도전한 GSL 무대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점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기에는 충분했다. 정윤종은 GSL에서 '200 싸움'을 벌일 때마다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방 묵직하게 모아서 싸운다면 절대 지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다.

"유닛 조합에 있어서 제가 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상황마다 판단을 해서 유닛을 채우기 때문에 일종의 '감각'이 필요한 부분이죠. 프로토스의 차원 관문은 전과 비교해서 유닛을 빨리 소환하기에는 좋지만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한 번에 소환이 되고 취소가 안 된다는 점이죠. 스타2에서 프로토스는 더더욱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한 종족이 됐어요. 이 상황에서 어떤 유닛을 뽑느냐에 따라 많이 갈리거든요.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수비에 성공하기도 하고, 수비에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인데 실패할 때도 있어요. 스타2에서는 인공지능이 굉장히 좋아져서 한 방 싸움의 컨트롤은 어렵지 않지만 조합이 중요해요. 전 상대 유닛 구성을 보고 조합하는 편이에요."

▶ 스타2 완전 전환, "정말 좋죠"

스타2로 전환한 프로리그에서도 단연 두각을 드러내는 중.
이처럼 스타2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정윤종이기에 이번 시즌에 거는 기대감 또한 남다르다.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12-13시즌을 맞이한 정윤종은 "굉장히 좋아요"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사실 축구 선수가 야구도 함께 연습하는 기분이었어요. 다른 선수들도 굉장히 힘들어 했는데 완전 전환돼서 다행인 것 같아요."

하지만 아쉬운 마음 또한 있었다. "1999년도부터 스타크래프트를 했기 때문에 슬펐어요. 동네 형들과 함께 게임을 하러 다녔고, 재미있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해왔는데 떠내 보내려니 아쉬워요"라며 정윤종은 스타1의 오랜 유저임을 밝혔다.

"처음에는 종종 게임을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게임을 하는 시간이 길어졌죠. 본격적으로 게임을 열심히 하기 시작한 건 사실 얼마 안 됐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열심히 했죠. 그 전까지는 다른 게임을 많이 했어요. 와우도 하고 서든도 했죠."

동네 형들과 몰려다니며 게임을 즐기던 정윤종이 본격적으로 게이머가 되기 위해 마음 먹은 건 좀 늦은 타이밍이었다. 게이머를 하고 싶었다기 보다 커리지에 나갔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서 진로를 변경했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게이머를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공부도 좀 하기 싫었고, 노는 게 좋았던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다음 커리지부터 맵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나가 보게 됐어요.첫 도전이었는데 결승까지 올라갔죠. 당시 노준규(웅진) 선수를 만나서 졌지만 계속 도전했고, 3번 만에 커리지 우승을 차지하게 됐어요. 그 이후에 본격적으로 게이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 저그를 골라서 플레이 하던 정윤종은 프로토스로 종족을 바꿨다. 저그로 테란을 이기기 힘들다는 생각에 프로토스를 골랐던 것. 정윤종 역시 가끔 '프징징'을 잊지 않지만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종족 같아 만족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프로토스로 우승도 했는데…(웃음). 어쩔 수 없이 이젠 프로토스로 해야죠. 우승하고, 성적도 잘 내고 있으니 저랑 잘 맞는 종족인 것 같아요. 스타1과 스타2에서는 프로토스의 플레이 스타일이 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비슷한 편이에요."

한 때 최약체 종족이었던 저그가 살만해지면서 프로토스가 오히려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프로토스로 저그를 이기기 너무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프징징'이 탄력받고 있지만 정윤종은 고개를 내저었다.

"저그가 더 좋다고 말하고 싶긴 한데 프로토스도 많이 발전했거든요. 이제는 종족 상성이 크게 중요치 않은 것 같아요. 그냥 실력이 좋은 선수가 이기는 거죠. 전 오히려 테란을 상대로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테란은 빌드가 너무 많아서 대응하기 어려워요. 오히려 저그는 좀 예상 가능한데 비해 테란은 빌드가 갈려버리면 더 맞춰가기 힘들거든요. 전 프프전보다 테프전 빌드 싸움이 더 심한 것 같아요. 갈리면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가위바위보 싸움이 심하죠. 그리고 래더 상위권에 테란이 너무 없는 것도 힘들어요(웃음). 시간 날 때마다 가끔 래더를 하는데 테란 선수들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에요."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겸손한 모습도 잊지 않았다.
연습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테란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한 정윤종. 그렇다면 테란의 명가로 불리는 SK텔레콤 연습실 내의 성적은 어떨지 궁금해 졌다.

"저희 팀 테란들은 다 잘하고 실력이 비슷해요. 테란 선수들이 5, 6명 정도 되는데 다 비슷한 수준이에요. 물론 (정)명훈이 형이 더 잘하긴 하죠. 성적도 더 잘 나오고 있고요."

연습실 성적에 대해 묻자 정윤종이 바삐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프로토스 중에서도 정윤종은 "제가 1등은 아니에요"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저도 아직까지는 잘 못 하는 것 같아요. 요새는 개념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전에는 손 가는 대로 많이 했어요. 다른 선수들 영상을 보고 많이 따라했죠. 그런데 요새는 타이밍을 딱딱 재면서 연습하고 있어요. 좀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다. 정윤종은 승자 인터뷰에서 늘 "아직 잘 못하는 것 같다"는 말로 일관해 왔다. 팬들은 댓글로 "정윤종이 못 하는 거면 도대체 누가 잘 하는 거냐"라고 이야기 했고, 그럴 때마다 '잘하는데 겸손하기까지 한 선수'로 불렸다.

"인터뷰 때 했던 말들은 정말 100% 진심이었어요. 겸손한 사람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일부러 노력해서 겸손해 보이고 싶진 않아요. 전 제가 잘하면 잘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런데 당시에 실력이 정말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죠. 운이 많이 따라 줬어요."

▶ 연습실 에이스에서 방송 경기를 장악하는 진정한 에이스로!

연습실에서 한창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겸손한 것인지, 쑥스러운 것인지 제대로 분간이 되지는 않았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이렇게 말하는 정윤종이 사실은 예전부터 쭉 기대를 모았던 '연습실 본좌'였다는 것. 스타1 때부터 정윤종은 SK텔레콤이 주목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정윤종의 아쉬움도 더해 갔다. 그랬던 정윤종에게 스타2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다.

"방송 무대에 오르면 너무 떨렸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스타2를 할 때는 긴장이 안 돼요. 게임이 조금 달라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최근에 스타1 때 연습실 성적을 봤는데 정말 잘 했더라고요(웃음). 오히려 스타2보다 연습실 성적은 더 좋았어요. 그래서 팀에서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는데 방송 경기에서의 성적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저 역시 많이 답답했어요."

하지만 팀에서는 정윤종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부진할 때도 항상 엔트리에 포함시키며 성장할 기회를 줬다. 연패 중일 때도 계속해서 출전한 정윤종은 당시 많이 답답했다며 토로했다.

"연패 중인데 경기에 나가야 했기 때문에 부담이 더 심했어요. 안에서는 굉장히 잘하는데 밖에서 연패를 하니까 저 역시도 이상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방송 경기에 적응을 못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대회 때는 연습실 경기력의 반 정도밖에 안 나온 것 같아요. 이겨도 답답할 때가 굉장히 많았어요. 깔끔하게 이긴 것 같은 기분도 안 들고요."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스타2에서는 방송 경기에서 연습실 실력의 70-80%는 뽑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2를 플레이 할 때는 상황마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보니 덜 긴장이 된다고. 물론 프로리그는 팀원들과 같이 준비하다 보니 정해진 빌드가 있을 때도 많지만 개인리그는 되도록이면 편하게 경기하려고 한다.

개막전 에이스 결정전에 출전했던 정윤종은 "개인리그에 비해 프로리그가 더 부담스러워요"라며 하루 2패의 위험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던 당시를 회고했다.

"지난 시즌에는 하루에 2번 진 날이 꽤 있었어요. 그러면 집에 가는 밴 안에서도 마음이 너무 무거워요. 짜증나서 핸드폰도 보기 싫을 정도죠. 그냥 조용히 집에 가서 밥 먹고 다시 열심히 연습하는 수밖에 없어요."

SK텔레콤에서 당당히 꺼내들 수 있는 에이스 결정전 카드이지만 예측하기 쉽다는 점에서 타겟이 되기도 쉽다. 이를 두고 정윤종은 "이제는 나올 사람이 많아요. 저만 생각하고 다른 팀들이 준비하면 저희야 좋죠(웃음)"라고 웃어 보였다.

그렇다면 정윤종이 생각하기에 이번 시즌에 주목할 만한 선수는 누구일까? 정윤종은 잠시 동안 고민하더니 이승석을 꼽았다.

"승석이 형이 시즌 전에 준비를 열심히 잘했어요. 래더 최상위권까지 올라가기도 했고요. 연습을 엄청 많이 하는 편이에요. 비시즌 때 새벽 5시까지 홀로 남아서 연습을 하더니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반대로 정윤종은 정해진 연습량을 고수하는 스타일이다. 정해진 시간 대로 연습을 마친 뒤 일찍 잠에 드는 편이라고.

"코칭 스태프가 정해준 연습량이 최고의 효율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사실 전 좀 잠이 모자라요(웃음)."

여가 시간이 생기면 대부분 잠 자는 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른 취미는 없는지 궁금해서 재차 물어 봐도 "잠자는 거 빼고 별 다른 거 하는 게 없는데..."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휴가를 받으면 오후 3, 4시쯤 일어나요. 그럼 하루가 거의 다 갔죠(웃음). 씻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5시가 돼요. 밥 먹으러 나가면 6시가 넘고, 연습실 가서 래더 몇 판을 하다 보면 밤이 돼요. 그러다 보면 하루가 끝나죠. 군대간 친구들도 많고, 쉬는 날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얼굴 보기도 힘들어요. 게이머를 하면서 제 친구들이 다 떠난 것 같아요. 우승했으니까 밥 사라고 하는 친구들만 좀 남았어요(웃음)."

집보다 숙소가 더 편하다는 정윤종은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다.

"집이 사당동이라 엄청 가까운데 이사하고 나서 한 번도 못 갔어요. 겨울에는 연습실 가는 것도 싫어요. 5분, 10분 정도 걸어야 되는데 너무 추워서 출근하기가 힘들어요. 그 정도로 추위를 싫어하고, 귀찮기도 해서 아직 집에 안 갔어요. 수면 부족이 계속 누적되다 보니 쉬는 날에는 계속 자야 돼요(웃음). 주소도 아직 모르기 때문에 집에 가려면 물어 보고 가야 돼요. 어머니께서 그래도 제 얼굴을 TV로 보고 계시겠죠?"

팀 동료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프로토스 선후배들과 즐거운 사진 한 장!
우승 상금은 고스란히 저금했다는 정윤종은 월급도 스스로 관리 중이다. 적금도 들었다고 뿌듯한 표정으로 말한 정윤종은 "짠돌이는 아닌데 돈 쓸 일이 별로 없어요"라며 아쉬워했다.

"최근에 운전 면허를 따려고 학원에 등록했을 때 가장 큰 돈을 쓴 것 같아요. 결과요? 2종 면허를 따려고 했는데 떨어졌어요. 필기는 도덕성으로 붙었지만 도로 주행에서 떨어졌어요. 실기 도중에 강사 분께서 멈추라고 하시더니 운전대를 잡으시더라고요(웃음). 제가 너무 못해서 탈락이라고 하시면서요. 다음에는 시험장이 딸려 있는 학원으로 가야겠어요. 비밀인데 재욱이 형은 시험장 딸린 학원에서 시험 봤는데도 4번 정도 떨어졌어요. 이 외에도 팀원들에게 밥을 샀을 때 가장 큰 돈을 쓴 것 같아요. 10만원 정도 들었으려나? 여자 친구도 없다 보니 돈 쓸 데가 별로 없네요."

돈을 열심히 저축하고 있는 정윤종은 "결혼을 하려면 돈을 모아야 돼요"라며 사뭇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곧 "여자친구를 만나야 결혼을 하는데..."라는 말로 화제가 전환됐다. 하지만 당장 누군가를 만날 생각은 없다고. 스스로 절제할 수 있을 때 만나야 될 것 같다는 말로 이유를 대신했다.

잠 자는 것 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이 있다면 단연 음악감상이다. 윤하를 좋아한다고 답한 정윤종은 프로리그 BGM도 신나는 음악으로 골랐다며 자랑했다. 이어 "재욱이 형은 거위의 꿈을 골라서 상대 선수들도 듣고 슬퍼질 것 같아요"라며 '디스'도 잊지 않았다.

▶ 돈보다는 명예, "최대한 많은 트로피를 갖고 싶어요"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정윤종.
그렇다면 정윤종이 앞으로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딱히 생각해 본 적 없어요. 팀에서 정해 준 대로 열심히 연습하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잘 되지 않을까요? 크게 년간 단위로 목표를 삼고 있는 건 아니에요. 욕심이 없는 건 아닌데 어떤 목표를 정해 놓고 이루지 못한다면 슬프고 창피할 것 같아요. 마음 속으로만 곱씹으면서 '즐긴다'는 마인드로 경기하고 있어요."

정윤종에게 원칙이 하나 있다면 게이머라는 직업을 즐기자는 것이다. 스타1 시절 너무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싫다.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과해서 오히려 게임이 풀리지 않았을 정도다. 즐길 때 가장 좋은 실력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정윤종은 "나중에 설령 코치를 하게 된다고 해도 제가 선수였을 때를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라는 말로 당시의 마음을 넌지시 전했다.

돈 보다 명예가 좋다는 정윤종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최대한 많은 트로피를 갖는 것이다. 내년에 있을 e스포츠 대상에서도 상을 받고 싶다. 은퇴했을 때 차곡차곡 쌓인 트로피를 정리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있는 정윤종.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도 잊지 않았다.

"집이 엄청 가까운데 못 가고 있어요. 가족들이 근처에 먼저 와 줬으면...(웃음). 농담이에요. 조만간 꼭 집에 가려고요. 아, 그리고 응원해 주시는 팬 분들께도 항상 감사 드려요. 요새 다시 연습을 많이 하고 있으니까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믿고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프로리그가 1년 단위 리그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부터 시작이잖아요. 저희 팀 모두 끝까지 다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중간에 힘들어도 다같이 밀어 주고 끌어 주면서 꼭 우승했으면 좋겠어요."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끝없는 노력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을 만들어 냈다. 프로게이머 데뷔 이래로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정윤종의 바람이 꼭 이루어 지길 기대해 본다.
-출처 : 포모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