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해 12월 히어로즈 리그 폐지가 발표되면서 선수 생활을 접고 해설을 준비하던 윤지훈과 팀 블라썸 소속 현역 선수였던 이태준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윤지훈과 이태준은 e스포츠를 떠나지 않고 잠시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뒤 VSG 소속의 왕자영요 프로게이머로 팬들에게 돌아왔다.
AOS 게임에서 정점을 찍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3개월이란 짧은 준비 기간 후 새로이 데뷔했음에도 그들은 현재 3승 1패로 10개 팀 중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낯선 길이지만 성공적인 첫 걸음을 내딛으며 게임의 이름처럼 '왕의 영광'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에 앞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인' 윤지훈: 이번에 VSG 왕자영요 팀에 사이드로 합류하게 된 '사인' 윤지훈이라고 합니다.
'메리데이' 이태준: VSG 왕자영요 팀에서 서포터를 맡고 있는 '메리데이' 이태준입니다.
윤지훈: 왕자영요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최근엔 게임에 집중하면서 이해도를 높이는데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태준: 왕자영요를 시작한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CW라는 강팀을 잡았어요. 성장하는 방향이 잘 잡혀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즐겁게 게임하고 있어요.
윤지훈: 히어로즈 선수 은퇴를 선언하고 게이머를 할 생각을 안 하고 있었어요. 처음엔 히어로즈 해설 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불발되고 할 일을 찾고 있는데, 태준이와 '다르비쉬' 민성민이 왕자영요가 제게 잘 맞을 것이라고 이야기 해줬어요.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어서 고민 끝에 선택하게 됐습니다.
이태준: 놀다가 날 풀리면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동거하는 친구가 핸드폰으로 너무 재밌게 게임하고 있는거예요. 심심한데 같이 했는데 생각보다 게임이 쉽게 느꼈고 성향도 잘 맞았어요. 히어로즈를 같이 한 친구들과 팀을 해보지 못해서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했고, 지훈이까지 불러서 VSG에 입단하게 됐습니다.
윤지훈: 처음엔 당황스러웠어요. 자고 일어나서 갑작스레 폐지 소식을 접했거든요. 제 4년 간의 프로 생활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 같아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이태준: 별 생각 없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환상을 갖고 꿈꿔온 것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다가 게이머가 된 경우였거든요. 아르바이트를 새로 구해야겠단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윤지훈: 리그가 시작될 때 (신)정민이 형이 참가 제안을 해주셨어요. 제가 왕자영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고 새로 시작하는 일을 우선하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그런 배려가 굉장히 감사했어요. 시청자 입장에서 보니까 원래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참가하진 않지만 대회가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윤지훈: e스포츠라는 분야에서 발을 빼고 싶진 않았어요. 하지만 당장 무슨 일을 하기엔 준비해놓은 것이 없었죠. 마음 맞는 친구들과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컸어요.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것도 게이머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컸는데, 친구들과 함께라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윤지훈: 왕자영요는 개인 성장의 중요성이 커요. 히어로즈는 킬을 만들어내면 킬을 이용해서 운영을 할 수 있는데, 왕자영요는 킬과 함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어요. 킬은 앞서는데 게임을 지거나 골드가 밀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걸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태준: 왕자영요는 라인에 없으면 상대방 건물에 방어력이 생기고 받는 대미지가 줄어들어 거의 못 부수는 수준까지 가요. 히어로즈에서 라인은 단순히 경험치를 챙기는 하나의 수단이지, 그게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차이 때문에 왕자영요에 적응하기가 어려웠어요.
이태준: 모바일 게임을 프로 수준으로 한다는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거부감이 컸어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모바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컨트롤 요소가 많았습니다. 단점은 핸드폰을 보고 하는 게임이다 보니 어깨가 많이 좁아지고 손목과 새끼손가락에 생긴다는 것입니다.
윤지훈: 전 모바일 게임을 거의 해본 적이 없는데 프로를 하기 위해 시작한 경우예요. 처음엔 움직이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재능이 없나 생각도 들었어요. 언젠간 익히겠지라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윤지훈: '플레어' 노정래는 원래 히어로즈 같이 하던 선수예요. 그 때의 인연으로 함께 하게 됐고, 현재 미드 라이너를 맡고 있습니다. 미드 라이너는 포킹 성능이 강한 포지션인데 포킹 플레이를 잘 해주고 있어요. '미드하트' 신동준은 VSG에 들어와서 만난 선수이자 막내입니다. 막내답지 않게 믿음이 가고 실력이 있어요. 성격이 좋아 팀을 이끌어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태준: '햄찌' 민성민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데 제 성향에 맞는 게임을 엄청 잘 찾아요. 게임을 해도 리그가 열리는 게임에서 상위권에 들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운좋게 히어로즈와 왕자영요를 함께 선수로 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팀 생활은 어떤가요
윤지훈: 팀 복지가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현재 성적이 2승 1패(인터뷰 당시)로 굉장한 호성적입니다. 이번 대회 목표를 어디로 설정해두셨는지 궁금해요
윤지훈: 새로 참가하다 보니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어요. 해외팀도 많이 참가해서 처음 보는 팀들도 많았고요. 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리그가 끝날 때 즈음엔 1위 할 것 같아요.
이태준: 저희 둘은 게임을 시작한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아서 저희 때문에 발목 잡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다른 팀의 선수들은 이미 리그 경험이 있으니까요. CW를 잡기 전까진 확신이 없었는데 이젠 최소 3위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지훈: 가장 경계되는 팀은 지난 시즌 1, 2위를 차지했던 킹존 드래곤X와 락스 피닉스입니다. 킹존은 한 번 만나서 완패를 당했고, 락스도 스크림을 해보니 잘하더고요. 아직은 두 팀과 경기하면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배우는 단계가 마무리되면 저희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태준: 1위 팀인 킹존에게 졌으니 플레이오프 전까지 2위 아니면 3위를 할 수 있잖아요? 저는 2위를 CW라고 생각했는데 승리했으니 이제 락스와 ESC만 남은 셈이죠. 개인적으로 플레이오프 전까지 킹존을 상대로는 힘들 거예요. 이겨도 정말 운 좋게 혼이 빠질 정도의 경기력을 펼쳐 간신히 이길 것 같아요.
윤지훈: 왕자영요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경기 템포가 빠르단 것입니다. 성장이 오래 걸리지 않아서 한타하는 모습만 보셔도 될 거예요.
이태준: 왕자영요는 턴제 게임의 느낌이 강해요. 미드 라인을 중심으로 보면 미드 로머가 먼저 라인을 정리하든가 상대 영웅의 체력을 깎고 딜교환을 성공하는 쪽이 "한 번 공격할테니 수비해봐"라는 느낌으로 진행돼요. 그게 반복되는데 왕자영요가 낯선 분들은 누가 미드 라인을 먼저 클리어하느냐를 중점적으로 보시면 됩니다.
KRKPL은 중국 시청자가 260만 명이 넘어설 정도로 중국에선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태준: 저는 팬을 바라고 선수를 하는게 아니라 왕자영요가 재밌어서 하는 것이니 숫자가 적고 많고는 와닿지 않아요.
윤지훈: 중국에 직접 가서 경기하지 않는 이상 와닿진 않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보시는 만큼 최대한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윤지훈: 낮은 레벨에서 접할 수 있고 쉬운 영웅 중에 '적인걸'이란 영웅이 있어요. AOS 해보신 분들이 한 번쯤 보셨을 기본적인 원딜 영웅이지만 상위권에서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좋아요. 미드 영웅인 '소교'는 스킬셋이 단순해서 처음 하시는 분들께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태준: 로머와 사이드로 쓸 수 있는 '장주'를 추천합니다. 처음 하면 상대 영웅의 스킬이 뭔지 잘 모를 때 CC기가 많은 영웅에게 접근했다가 아무 것도 못하고 죽으면 억울하잖아요? 장주는 기본 패시브로 저지 불가를 갖고 있고, 궁극기로도 아군 전체가 CC기 면역이 되기 때문에 게임을 익히는 단계에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태준: 지훈이가 휴가 때 집에 가서 육아 겸 배우자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부러워요. 휴가 때도 할 게 없는 저보다는 낫습니다.
윤지훈: 태준이가 생활하는 것을 보면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해요. 저도 그런 태준이를 보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고, 성격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
왕자영요가 한국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선 어떤 부분을 더 신경써야 할까요
윤지훈: 우선 접하기 쉽도록 한국에 정식으로 출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출시 해주지 않더라도 중국 버전을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 때문에 왕자영요를 해보겠단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운로드 단계에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이태준: 글로벌 버전이 '펜타스톰'이란 이름으로 나와있지만 왕자영요와는 엄연히 다른 게임입니다. 저도 한국 버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왕자영요는 모든 것이 중국어로 되어 있어서 한국인 입장에선 현존하는 AOS 중에서 가장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이태준: OGN의 KRKPL 영상 중 킹존 선수들이 전승 우승해서 기쁘다고 하는 것을 봤어요. 저희는 세계 대회 포함해서 43연승이라는 기록이 있거든요. 제가 전승 우승을 했을 땐 별 감흥 없었는데 킹존 선수들은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1위 자리 뺏겼을 때 울상 짓는 모습도 한 번 보고 싶네요.
윤지훈: 이야~ 좋아. 역시 신입은 패기가 있어야지.
이태준: 그리고 히어로즈 선수 시절엔 성격이 불 같아서 사고를 많이 쳤는데 여기선 사고 칠 일 없으니 걱정 없이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윤지훈: 새롭게 왕자영요에 참가해서 처음에 프로게이머를 했을 때처럼 열정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했을 때 결국 제가 제일 잘하더라고요. 왕자영요에서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히어로즈가 폐지됐을 때 팬분들께 제대로 인사를 못 드렸는데, 그 팬분들을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펜타스톰' 카테고리의 다른 글
[KRKPL] ESC729, 초장기전 끝에 MVP 꺾고 5승째 (0) | 2019.04.18 |
---|---|
킹존-락스, 왕자영요 KRKPL 우승 후보 맞대결 (0) | 2019.04.11 |
[KRKPL] CW, EMG 3대1 꺾고 시즌 첫 승(종합) (0) | 2019.03.25 |
[KRKPL] '메리데이' 활약한 VSG, 셀렉티드에 3대1 승 (0) | 2019.03.21 |
'2019 왕자영요 프로리그 스프링', 18일 개막 (0) | 2019.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