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는 정규 시즌 2위인 락스 피닉스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며 4강 더블 엘리미네이션에 진출했고, 3위인 크라운 워쳐 게이밍(CW)과 정규 시즌 전승 킹존 드래곤X를 차례로 꺾고 가장 먼저 결승 진출을 확정 지었다. 노바는 4강 첫 경기에서 킹존에게 패배했지만 최종전에서 4대 0 완승으로 설욕하면서 결승행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었다.
2019 KRKPL 스프링 해설위원을 담당한 '니냐니뇨' 이진표와 '코푸' 서규원은 결승전을 앞두고 서로 다른 경기 결과를 예상했다. 이진표는 노바가 플레이오프 내에서 보여준 꾸준한 발전을 높게 평가했고, 서규원은 두 팀의 서포터 기량 차이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 것. 3월 중순부터 3개월간 쉼없이 달려온 두 해설위원이 바라보는 한국의 왕자영요과 KRKPL은 어땠을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자기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니냐니뇨' 이진표: 유튜버로 활동했던 '니냐니뇨' 이진표라고 합니다. 원래 게임 개발자 출신이에요. 왕자영요를 플레이하게 된 계기는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면서 중국에서 어떤 게임이 인기인지 보는데 왕자영요가 1위였어요. 다른 모바일 AOS들이 망했을 때도 왕자영요는 살아남았죠. 왜 왕자영요가 1위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게임을 시작했을 때가 시즌3(2015년) 때였어요. 그 때부터 왕자영요를 즐기며 콘텐츠 제작을 하니 해설자 제의를 받게 됐습니다.
'코푸' 서규원: 2018 KRKPL 어텀 시즌 때 선수로 활동했던 '코푸' 서규원입니다. 이번 시즌에 해설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OGN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해설위원으로 한 시즌 동안 활동했습니다.
이진표: 확실히 지난 시즌과 달랐어요. 지난 시즌은 모두 한국팀들로 구성돼 있어 한국팀끼리 순위 경쟁을 하고 결승과 준우승을 가렸죠. 애착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글로벌 팀들이 온다고 했을 때 한국팀들이 순위를 지킬 수 있을까, 킹존 드래곤X가 무패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면서 지켜봤어요. 시즌 초 한국팀들의 선전을 보면서 역시 홈그라운드가 좋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는데, 플레이오프 때 미끄러지는 것을 보고 중국팀들이 먼저 게임을 플레이 한 만큼 이해도 차이가 나는구나 싶었습니다.
서규원: 전 개인적으로 세밀한 부분들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비주얼 업데이트를 포함한 여러 패치가 진행됐고, 한국팀 뿐만 아니라 글로벌팀들도 활동하는 것을 보니 새로웠어요. 리그가 한 단계 발전한 느낌이랄까요? 지난 2018 KRKPL 어텀 땐 왕자영요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팀들도 있어 리그 완성도가 낮았는데 이번엔 한 단계 발전한 느낌으로 출발했어요. 해설자로서 게임을 보니 더 감명 깊었고 재밌었어요.
이진표: 고스트 아울 게이밍(GOG)이 제 예상과 달랐어요. 맨 처음에 중국 선수들이 한국으로 넘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선수 명단을 봤어요. 노바 게이밍은 '리딤' 첸카이, 킹존 드래곤X는 '씽천' 강룬한과 '770' 류쉐샹 같은 유명한 선수들이 있었죠. GOG의 '레인맨' 쩡종펑은 히어로 팀에서 왔어요. 히어로 팀이 작년 KPL에서 우승했고, '레인맨'이 주전 멤버는 아니었지만 우승팀 멤버였기 때문에 못해도 플레이오프에 올라와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죠. 초반부터 경기가 안 풀리니 선수 이탈이 심했어요. GOG가 상승할 수 있는 순간이 오더라도 하락세를 찍은 아쉬운 모습이 나와서 제 예상과 다르게 순위가 나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서규원: 전 VSG였어요. VSG 선수들 중에 저와 한솥밥을 먹은 선수들도 있고, 저와 4년 동안 알고 지낸 선수도 있어서 개개인의 성향을 알아요. 어느 게임을 가도 기본적인 게임 이해도를 기본으로 깔고 있고 어느 리그를 가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VSG는 시즌 초반에 크라운 워쳐 게이밍(CW)를 잡고 3위까지 올라갔다가 6위로 마무리를 했죠. 왕자영요가 신입들에게 진입 장벽이 높은 게임이지 않았나 싶어요. 그 멤버가 다시 한번 도전한다면 상위권에 갈 수 있다 생각합니다. 좀 더 힘냈으면 좋겠네요.
이진표: 그렇게 충격은 아니었어요. E스포츠 오브 마카오 차이나(EMC)를 비롯한 중국팀들이 정규 시즌 후반부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었죠. 빌드도 다시 봤는데 락스는 운영을 하려고 했고, EMC는 조직력과 개개인 피지컬 중심의 픽을 짰다. 블라인드 픽으로 진행된 마지막 세트에서 지는 것은 타이밍이 안 맞았던 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킹존의 완패는 충격이었어요.
서규원: 킹존이 EMC와 노바에게 연이어 패배한 것이 제겐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았어요. '씽천'과 '770'이 소통 측면에서 한계가 보일거라 생각했고, 작년 킹존이 지금 킹존보다 몇 배는 더 강하다고 봤기 때문에 이번 결승전에 가지 못한다고 해도 놀라울 것이 아니었죠.
이진표: 킹존은 기존 완성도가 높은 팀이었고, '씽천'과 '770'의 게임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에 개인 기량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어요. EMC '에이스' 호이존깃과 '아지우' 펑위겅은 1라운드 때 오지 못했어요. 그 두 선수들이 KCC에서 주전 멤버였는데 없으니 서브 선수들이 급하게 투입되어야 했죠. 노바는 후보까지 13명의 선수들이 있는데 다양한 조합을 실험하더라고요. 그 덕에 이렇게 완성도 높은 팀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킹존은 원래부터 완성도가 있었기 때문에 실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었고요.
서규원: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770'과 '씽천'은 각각 BA와 이스타 게이밍에서 킹존에 와서 피지컬과 경험을 토대로 압도하다 보니 본인들이 1등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길었어요. 하지만 킹존에 와서 팀컬러에 적응하고 한 팀으로 어우러져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다른 팀에서 킹존을 실력과 전략 측면에서 간파 당했다고 봐요.
이진표: 리그를 보면서 해설진들 사이에서 킹존은 패턴이 동일하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탱커형 서포터를 통해 운영하다가 '씽천'에게 캐리 몰아주기 전략이 매번 나왔죠.
서규원: '씽천'이 백리수약 잡으면 이겼는데 플레이오프에서 봉인 당하니 졌죠.
그래도 킹존이 세트 8연패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진표: 많은 변화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중간에 '나이트' 고민우 선수가 오면서 근접 정글러를 담당하고 '씽천'이 원거리 정글러를 하면서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준 때가 있었어요. 그렇게 실험을 하다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쪽으로 나아가고 있진 않구나 생각했습니다.
서규원: 모든 게임의 플레이오프는 예상하기 어려운 때인 것 같아요. 어떤 결과가 나와도 충격적이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킹존의 세트 8연패는 좀 걱정이 됐어요. 정이 든 선수들이 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보니 KCC(킹 챔피언 컵, 왕자영요 국제대회)에서도 힘들어 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응원하는 마음이 앞서네요.
이진표: 저는 노바가 4대 2로 우승할 거 같습니다. EMC는 KCC부터 합을 맞췄기 때문에 안정적인 시너지를 내야만 하는 팀이었고, 그렇지 못했던 노바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정글인 '리딤' 혼자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없으니 결국 팀원과 호흡을 맞춰 시너지를 내야만 했죠. 노바가 결승전까지 올 수 있었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서규원: 두 팀 모두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해서 스코어까진 예상이 어려워요. 그래도 EMC가 조금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성향은 같지만 서포터의 기량 차이가 있거든요. 노바 '시안' 용시엔은 기본적인 실수가 많은 반면, EMC '콜라' 리용짜오는 변수 창출이 뛰어납니다.
이진표: 전 2015년부터 왕자영요 영상을 올리면서 "왜 유사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함?"이라는 댓글을 매번 봐와서 괜찮았어요. 한국에서 게임 출시도 안 했는데 리그를 연다고 했을 때 가장 놀랐어요. 예상했던 부분이라 덤덤합니다. 빨리 한국에 정식 출시했으면 좋겠어요.
서규원: 왕자영요는 중국에서 만든 게임이라 세계관이나 역사 기반으로 영웅들을 만들어요. 한국인들 중에 삼국지나 서유기를 아는 사람들이 많죠. 만약 정식 출시 된다면 익숙한 영웅들이 많아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거라 예상해요. 예를 들어 관우는 말을 타고 다니는 캐릭터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영웅 이해도를 베이스로 깔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진표: 게임 개발 8년의 경험에 빗대어 보면 확실히 달라요. 플랫폼의 이해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LoL을 했기 때문에 모바일 버전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왕자영요 만큼 플랫폼에 최적화가 되어있을 것 같지 않아요. 두 게임을 해보면 성향이 비슷한 듯 보여도 플랫폼 접근성, 플레이타임, 아이템 등 차이가 확실합니다. 크게 봤을 땐 맵이 비슷하지만 흐름이 전혀 다르죠. LoL과 도타가 같은 AOS라고 해서 똑같은 게임이라고 하지 않듯이, 이것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서규원: 저는 LoL을 오래 전부터 했는데 초창기 버전보단 왕자영요가 완성도가 좋아요. 개인적으로 개성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커피를 예로 들자면 같은 에스프레소 음료라고 해도 아메리카노와 라떼는 다르듯이요. 대중적으로 봤을 때 LoL이 워낙 유명하고 접근하기 좋은 게임이라 어떤 AOS가 나와도 LoL 기반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다른 시선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이진표: BA팬이었는데 이번 시즌에 최하위를 기록했어요. 중국 친구들은 RNG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서규원: QG 해피의 '플라이'가 사이드 플레이가 뛰어나요. 제가 이전에 사이드 라인 선수로 활동하면서 개인 방송이나 경기 VOD를 챙겨 봤거든요. KCC에선 락스 피닉스를 만나 '하썸' 민경현을 상대로 압도하더라고요. '플라이'가 다시 활약한다면 QG 해피가 좋은 성적을 낼 것 같아요. 히어로는 지난 시즌 우승팀인데 그 팀 미드 라이너가 간장/막야를 잘 써요. 이번 중국 KPL은 더 예상하기 어렵네요. 자주 챙겨보지 않지만 팀들이 다 잘하고 선수들도 많거든요. 한국팀들도 실력 있는 팀들이 올라가기 때문에 더 치열한 KCC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왕자영요 프로씬에서 한국과 중국은 어느 정도 격차가 벌어져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진표: 지난 시즌에 비해 크게 좁혀지지 못한 것 같습니다. '리딤'이 뽐냈던 것처럼 중국 KPL은 굉장히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어요. 우리나라처럼 유기적인 운영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기 보단 정글러와 미드도 공격적으로 나서죠. 아직까진 한국에서 공격적인 정글러나 미드를 보지 못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격차가 아직까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서규원: 상위권 팀들에게 KPL 1부 팀들 상대로 스크림에서 이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격차가 점차 좁혀지는 것 같지만 결국 스크림이 아닌 대회 성적을 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에요.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대회에서 이긴다면 중국이 영원한 강자라는 말은 없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KRKPL의 글로벌 팀들을 제외하고 한국팀들로만 평가한다면 KPL에서 락스 피닉스와 킹존는 중위권을 차지할 수준까지 올라왔어요. 이번 KCC는 지난 번처럼 일방적으로 패배해서 돌아오진 않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릴게요
이진표: 기존 팬분들은 워낙 왕자영요를 좋아하셔서 한국에서 리그가 진행되는 것만으로 즐거워 하실 것 같아요. 아직까지 미숙한 부분들이 없잖아 있는데 빠르게 채워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롭게 왕자영요를 접하는 분들에겐 게임이 중국어로 되어 있어서 접근이 어렵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제 유튜브에 가입하고 다운로드 받는 방법이 나와있으니 재밌게 게임을 즐기실 수 있으실 거예요. 왕자영요에 관심이 있지만 설치가 어려우셨던 분들은 이번 KRKPL 결승전 현장에서 설치를 도와드리는 이벤트도 진행하니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서규원: 제가 여러 게임을 많이 거치고 선수 생활도 해봤는데 왕자영요에 정착한 느낌이 커요. 해설을 처음 했는데도 좋게 봐주신 분들과 기회를 주신 OGN과 FEG 코리아께 감사드립니다. 왕자영요가 한국에 정식 출시가 되지 않아 제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릴 기회가 없어서 아쉽네요. 최근에 핸드폰도 새로 사서 다시 열심히 도전해보고 있어요. 좋은 기회로 다시 찾아오면 좋겠어요. 많이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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