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비' 서진혁의 불공정 계약 소식이 처음 전해진지 어느덧 한 달하고도 열흘을 넘기고 있다. 발빠르게 수사를 마무리 짓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간이지만 리그 관계자들이 보여준 행보는 너무나 더뎠고, e스포츠 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국민청원은 20만을 넘었다.
지난달 16일 '씨맥' 김대호 감독이 개인 방송을 통해 '카나비' 서진혁이 조규남 전 그리핀 대표에 의한 협박 및 회유로 징동 게이밍에 5년 계약으로 이적됐다고 폭로했다. 스틸에잇은 "이적 계약을 작성한 적이 없다"며 "라이엇 코리아의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는 입장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하지만 라이엇 코리아가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사건 당사자들이 수사권한 및 법적 판단 권한을 가지고 있는 외부기관을 통해 강요 또는 협박 여부에 대한 판단 결과를 제출한다면 리그 차원에서 엄중한 징계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리그를 주최하는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선수를 보호하는 대신 한 발 뒤로 물러나는 듯한 소극적인 대처를 보여줬다.
사건은 국회의원 하태경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핀의 전속 법률자문로펌인 비트와 서진혁의 에이전시인 키앤파트너스가 같은 곳임을 밝혀냈다. 변호사법 제31조 '쌍방대리금지법'에 반할 뿐만 아니라, 서진혁이 에이전시 계약을 맺었음에도 일련의 사건을 겪는 동안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던 이유가 드러난 것.
이어 하태경 의원이 서진혁이 그리핀과 맺은 계약 내용이 담긴 계약서를 공개하면서 여론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 을은 갑이 지적재산권 개발에 투자한 비용 전부를 갑에게 지불해야 한다', '질병 등의 사유로 계약 해지 시 1년간 이와 유사한 계약을 체결 할 수 없다' 등 부조리한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어 "사실상 노예계약서"라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최선은 처음부터 불공정한 계약을 맺지 않는 것이지만, 만약 그리핀이 의혹이 생겼을 때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했다면 이만큼 팬과 사회의 공분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핀은 새로운 증언이나 증거가 나올 때마다 당장의 상황을 덮기 위한 입장문을 내기 바빴고, 25일이 되어서야 "잘못된 관행으로 맺은 계약서를 모두 파기하고, 불공정한 내용을 바로잡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전했다.
e스포츠 역사 속에서 선수가 불공정한 계약을 맺거나 처분을 받은 것은 서진혁이 처음은 아니다. e스포츠 팬들과 사회가 분노하는 이유는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점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여진 그리핀과 LCK 운영위원회의 미온적인 대응 때문이었다. 게임이 좋아서, 게임을 잘해서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게 된 청춘이 꿈을 저당 잡혀 끌려다니는 모습은 많은 이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는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서명이었고, 이제 청와대 및 담당 정부 기관은 이들의 요청에 답변을 내야 한다. 국민 청원 답변이 담당 정부 기관을 통한 강력한 감사가 될 수도, 단순히 권고가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e스포츠의 발전을 원한다면 국민청원 결과가 아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보인 모습을 생각하고, 제 2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투명한 조사 과정을 통한 제대로 된 결과를 통해 책임을 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더 이상은 누군가의 꿈을 저당잡아 한 몫 챙기려는 모습은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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