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경쟁자들의 노하우를 흡수하는 '쵸비' 정지훈

Talon 2020. 4. 5. 09:19

페이커·도인비 등 맞수들의 인상적인 플레이를 성장 밑거름 삼아

드래곤X(DRX) 미드라이너 ‘쵸비’ 정지훈은 ‘비디디’ 곽보성과 함께 국내에서 조이를 가장 잘 다루는 선수로 꼽힌다. 4일 젠지 상대로 1승을 추가하면서 그의 조이 통산 승률은 71.8%(23승9패)가 됐다.

DRX는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젠지에 세트스코어 2대 0으로 완승했다. 지난달 27일 T1에 패배한 뒤로 4연승에 성공한 DRX는 11승4패(세트득실 +13)를 누적했다. 순위표에선 3위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경기 후 정지훈과 짤막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승리 소감 같은 통상적인 질문을 던진 뒤 정말로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다. “T1전 패배 이후 팀이 4연승에 성공했어요. 더욱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원동력은 어디 있습니까.”

예상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때 T1을 상대하면서 저한테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정확히 이해가 가지 않아 다시 질문했다.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요.”

그는 잠깐 뜸을 들였다. 가감 없이 말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저도 다른 미드라이너들의 플레이나 설계 방식을 보면서 따라 하고, 배워요. 오늘 첫 번째 판에 플레이한 조이는 초반에 라인전이 밀릴 거 같았어요. 1레벨에 ‘헤롱헤롱쿨쿨방울(E)’을 찍고, 크립 스코어(CS) 수급은 반반만 가서 ‘순간이동’으로 복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딜 교환을 안 했어요.”

찰나의 정적을 만든 뒤 정지훈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이게…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자주 쓰는 라인전 방식 같아서요. 따라 해서 CS를 먹는 데 집중하고, 순간이동으로 라인에 복귀한 다음에 라인전 딜 교환 각(角)을 봤어요. 각이 나오지 않으면 라인을 푸시하고 시야를 잡는 식으로 해봤는데 잘 되는 것 같아요.”

가장 자신 있는 챔피언도 동업자의 노하우를 흡수해 실력을 더 갈고닦은 셈이다.

정지훈은 지난해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이후에도 “프로게이머마다 플레이 스타일이 있다”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도인비’ 김태상의 스타일을 카피해 보기도 했는데, 다른 라인과의 호흡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야 해서 흉내 내기가 어렵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마치 흡수력이 뛰어난 스펀지 같다.

정지훈은 전 세계를 통틀어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선수 중 한 명이다. 2018년 그에겐 ‘특정 챔피언들만 잘 다룬다’는 꼬리표가 붙었고, 2019년에는 ‘라인전에 비해 다른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올해는 정지훈의 단점으로 그 두 가지를 지적하는 이가 거의 없다. 부단히 남의 장점을 연구하고, 자신의 것으로 체득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그는 이날 인터뷰 말미에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각을 못 보던 챔피언들, 그래서 원래는 손을 잘 안 댔던 르블랑이나 카사딘 같은 챔피언들도 잘 다룰 수 있게 됐어요. 제가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르블랑 같은 경우엔 챔피언 성장에 실패할지도 몰라서 자신 없었거든요. 이제 어떻게 하든 실패하지 않을 방법을 깨달았어요. 자신감이 붙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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