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LCK 서머의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스프링 우승팀인 T1부터 갓 승격해 LCK에 도전장을 내민 팀 다이나믹스까지, 10개 팀은 롤드컵 진출이란 목표에 성큼 다가설 수 있는 서머 스플릿을 정조준하며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머 플레이오프 진출을 최우선 목표로 잡은 설해원 프린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설해원은 지난 스프링 2라운드 때 경기력이 올라오자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은' 팀이었다. 선수 개개인이 폼을 되찾았고, 교전과 한타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변수를 만들어내려 노력하는 등 무력하게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팬들은 설해원의 화끈한 경기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고, 설해원은 최하위를 차지할 것이란 스프링 개막 전 평가를 뒤집고 7위로 잔류에 성공했다.
설해원의 폭풍처럼 몰아치는 경기력엔 원거리 딜러인 '하이브리드' 이우진이 차지하는 몫이 컸다. 2017년 5월 롱주 게이밍의 원거리 딜러로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프레이' 김종인에게 밀려 LCK 무대에서 뛰지 못했던 이우진은 2020 LCK 스프링 전까지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활동했다. 이우진은 지난 스프링에서 한 시즌 최다 펜타킬을 기록한 선수가 됐고, 2년 동안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자신을 갈고 닦은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우진은 올 여름 무더위보다 더 뜨거운 경기력으로 팬들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인터뷰를 통해 이우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설해원 프린스의 원거리 딜러인 '하이브리드' 이우진이라고 합니다.
스프링이 끝나고 제법 시간이 지났습니다. 휴식기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집에서 쉰 다음에 강원도 여행 가서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쉬었어요.
2017년에 LCK 로스터에 처음 올랐지만 경기를 직접 뛴 것은 지난 스프링이 처음이었습니다. 주전으로 활동한 첫 시즌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듣고 싶어요
1라운드는 제 기대 이하였어요. LCK를 뛰고 싶은 마음으로 벅찼던 1라운드였는데 막상 기회가 오니까 적응을 못한 시기였어요.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있다가 꿈에 그리던 무대로 왔단 생각에 믿기지 않았는데, 그래서였는지 적응하는 속도가 더뎠습니다. 2라운드부턴 적응해 나가면서 기대 이상으로 잘 되어서 다행이었죠.
브리온 블레이드에 있다가 승강전 진출을 못하고 설해원이자 전 APK로 이적했어요. LCK 승격을 확정지은 팀으로부터 이적 제의를 받았을 땐 어땠나요
챌린저스 코리아 무대를 같이 뛰었던 팀이잖아요. 승격했는데도 이적을 제의해주셨을 때 내가 못하진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정 받았단 생각에 기분이 좋았죠. 원래 '시크릿' (박)기선이 형이랑 예전부터 친해서 같이 하고 싶었어요. 마음도 잘 맞고, 플레이 할 때 호흡도 좋았거든요.
롱주 게이밍에 있었을 당시 출전 기회는 얻지 못했어요. 주전으로 LCK 경기를 소화해보니 어땠는지 궁금해요
벤치에서 볼 땐 프로 선수임에도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어요. 그래도 그 때 '프레이' (김)종인이 형이 있었잖아요? 엄청 잘하는 선수 뒤에서 좋은 것들을 보고 배워서 제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어요. 주전으로 뛰면서 팬분들과 관계자들에게 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좋지만 그만큼 부담감이 있단 것을 깨달았어요.
롱주를 나와 LCK로 다시 오기까지 먼 길을 돌았어요. 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나요
아깝다기 보단 제가 부족해서 가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있던 시간들은 결국 꿈의 무대를 밟기 위한 밑거름이었어요. 지금이라도 LCK에서 경기를 뛸 수 있어서 영광이죠. 챌린저스 코리아를 통해 경기에 대한 열망과 이겼을 때의 쾌감이란 값진 경험과 가르침을 받았어요.
한 시즌동안 가장 많은 펜타킬을 기록한 선수가 되었어요
팀적으론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론 이루기 어려운 업적을 기록해서 뿌듯했죠. LCK가 2012년부터 해서 오랜 시간 지속되었음에도 나오지 않았던 기록이니까요.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에 롱주 게이밍을 나와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뛰었던 시절들이 있었는데, 꿈에 그리던 무대에서 그런 기록을 해내니까 기뻐요.
첫 펜타킬을 올릴 당시를 기억하시나요? 엄청 벅찼을 것 같아요
선수들이 LCK에서 말하는 목소리가 가끔 나오곤 하잖아요. 경기 중 선수들이 펜타킬을 원하는 모습을 봤는데 전 원래 그런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대회 때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니까 욕심이 나고 선수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펜타킬을 기록했을 때 팀원들이 환호해주고 화면에 "펜타킬"이라고 가운데 뜨는데 심장이 빠르게 뛰었어요.
펜타킬의 기쁨은 여러번 겪어도 익숙해질 것 같지 않아요. 세 번째 기록했을 땐 어땠나요
제가 그때 기록을 세웠다는 사실은 몰랐어요. 펜타킬을 계속 올릴 수 있었던 건 팀적으로 경기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2라운드 때 성적이 좋아지면서 펜타킬도 두 번 더 추가할 수 있었죠.
1라운드 경기력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개인 경기력은 만족스러웠나요? 만약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주실 수 있을까요
50점이요. (기자: 펜타킬을 세 번 했는데도요?) 1라운드의 부진 때문에 절대 그 50점은 채울 수 없어요. 제가 적응도 빠르게 하고 팀 호흡을 잘 맞췄다면 7위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단 생각이 들거든요. 아직도 많이 아쉬워요.
'플로리스' 성연준이 인터뷰에서 2라운드 성적 비결은 서로에 대한 신뢰라고 답했습니다. 1라운드에서 2라운드를 가면서 어떤 변화를 거쳤고, 누가 많은 도움을 줬나요
처음엔 하고 싶은 것만 했지만 팀 게임이니 서로가 서로에게 불편하지 않게 맞춰주기 시작했어요. 1라운드 때 많이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이었죠. 그렇게 갈수록 저희 색깔을 찾아나갔어요. 그 과정에서 '익수' (전)'익수랑 기선이 형이 중심을 잘 잡아줬어요. 프로 무대에서 오래 활동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설해원은 소위 '근거 있는 싸움'만 하기 보단 불리한 상황을 교전과 한타로 뒤집으려는 공격적인 모습이 돋보였던 팀이었습니다. 선수단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인건가요, 아니면 LCK 팀들 사이에서 다른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던건가요
팀원 모두가 공격적으로 하는 걸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설해원은 LCK에 갓 승격해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했잖아요. LCK에 있는 다른 팀들은 운영적인 측면에서 훨씬 능숙하니 저희가 그걸 따라가기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굳이 LCK 스타일을 고집하지 말고 우리 스타일대로 잘해보자고 했어요. 틈새시장이랄까요? 그걸 잘 노린 것 같아요.
이번 스프링이 첫 시즌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단 의견이 있지만 '에이밍' 김하람과 함께 차세대 원거리 딜러로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아직 그런 평가를 들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번 스프링에서 기록을 세우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지만 앞으로가 중요하겠죠. 지금으로선 차세대 원거리 딜러라는 평가는 과분해요.
주전으로서 LCK 첫 시즌이었는데 무관중으로 경기가 진행됐어요. 그 부분이 아쉽지 않았나요
당연히 아쉬웠지만 좋게 생각해보면 무관중이었기 때문에 첫 시즌임에도 부담감을 덜 느꼈던 것 같아요.
LCK를 동경해오면서 롤모델로 삼았던 원거리 딜러가 있을까요
아마추어 때는 '데프트' 김혁규 선수였는데 롱주 들어가고 난 후부턴 종인이 형이었어요. 게임을 즐기면서도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존경했던 것 같아요. 상대팀 선수로 정말 만나보고 싶었는데 그런 기회가 없어서 아쉬워요.
스프링 막바지였던 DRX전에서 한 세트를 따내며 T1의 2위를 확정 지어준 바 있어요. 보이스에서도 "T1 화이팅!"이라고 외치는 모습도 나왔는데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어차피 저희 팀과는 관계 없던 경기였어요. 그 당시 DRX가 2위였는데 한 세트의 결과로 순위가 바뀌니까 재밌었어요. 저희가 한 세트를 잡아내서 T1이 유리한 위치에서 플레이오프를 시작했지만 우승할 팀은 플레이오프의 출발점이 유리하든 불리하든 마지막엔 우승을 차지할 거라 생각해요.
곧 2020 LCK 서머가 개막합니다. 새로운 팀도 합류하고 챔피언십 포인트 비중이 커서 경쟁이 치열할텐데요
서머 목표는 일단 플레이오프입니다. 스프링 2라운드 때 경기력이 서머 1라운드 때부터 나와준다면 플레이오프를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 승격한 팀 다이나믹스는 적응을 잘한다면 저희 팀과 비슷한 색깔을 가질 것 같아요. 반대로 적응을 못한다면 삐걱거리는 상황이 나올 수 있겠죠.
프로 게이머로 활동해오며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한 라인을 얘기할 때 언급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당장 미드 라이너라고 하면 '페이커' 이상혁, '쵸비' 정지훈, '비디디' 곽보성 등 여러 이름이 나오잖아요. 원거리 딜러를 이야기 할 때 제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올 정도의 선수가 되고 싶어요. "원딜하면 하이브리드 아냐?"라는 말이 나오게요. 올해 팀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라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가능하다면 롤드컵까지 가는 것이에요.
마무리 하면서 인터뷰를 읽어주실 팬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저희 설해원 프린스가 꼭 더 성장해서 서머 스플릿에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도록 하겠습니다. 팬분들도 많이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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