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란트

[김용우가 만난 사람] VS '글로우' 김민수, "왕좌의 자리 뺏기지 않겠다"

Talon 2020. 8. 29. 09:10

한국 최초 발로란트 프로 팀인 비전 스트라이커즈 리더 '글로우' 김민수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초창기부터 프로게이머를 시작한 백전노장이다. 1988년생인 김민수는 한국 e스포츠에서는 보기 힘든 30대 프로게이머다. 루나틱하이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김민수는 위메이드 폭스 시절 같은 팀 감독인 편선호, 형제팀인 퀀텀 스트라이커즈 이성재 감독, '솔로' 강근철과 함께 전성기를 함께 했다. 

잠시 회사 생활을 했던 그는 2016년 MVP 창단 멤버로 다시 돌아왔다. 4년 간 CS:GO 선수로 활동한 김민수는 최근 라이엇게임즈가 발표한 발로란트로 전향했다. 김민수가 속한 비전 스트라이커즈는 한국에서 최강팀으로 평가받는다. 클랜배틀 시즌1부터 3까지 1위를 독식한 비전 스트라이커즈는 최근 열린 결승전서도 노 머시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클랜배틀 결승전을 앞두고 만난 김민수는 CS:GO에서 발로란트로 전향한 이유와 함께 한국에서 더 많은 발로란트 대회가 열렸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 정식 인터뷰는 처음인 거 같다.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한다면?
안녕하세요. 비전 스트라이커즈의 리더를 맡은 김민수라고 한다. 아이디는 '글로우'를 쓰고 있다. 현재 클랜배틀 3회 차까지 우승하고 앞으로 있을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 최근 온라인으로 열린 발로란트 조위 컵서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 일본 팀이 참가했는데 수준은 어땠나?
우리는 중국 팀과 연습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그중 까다롭다고 생각했던 중국 SAG(스파클링 애로우 게이밍)이 결승전에 올라왔는데 한 세트를 내줘 아쉬웠다. 조위에 나온 중국 팀 말고 잘하는 팀이 많다. 그런 팀까지 다 나온다면 연습과 함께 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회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 CS:GO 선수로 활동하다가 발로란트로 전향했다
아무래도 한국서 카운터 스트라이크 시장은 많이 좁다. 연습 환경이나 지원 등이 힘들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LoL)가 인기다 보니 라이엇게임즈에서 만든 발로란트로 전향하기로 마음먹고 출시가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 발로란트 영상이나 처음 북미에서 클로즈 베타를 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CS:GO와 달리 발로란트는 스킬이 많아서 처음에 나왔을 때 그 부분에 적응하려고 했다. 그런데 라이엇게임즈가 발로란트에서 생각하는 건 스킬 위주 게임이 아닌 정통 FPS 게임일 거로 생각했다. 스킬에서 적응한 뒤 게임을 할수록 CS:GO와 차이는 못 느꼈다. 

- 1세대 카운터 스트라이크 선수 출신이지만, 현재 모르는 사람도 많을 거 같다. 프로게이머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릴 때는 좋아서 게임을 시작했다. 하다 보니 승부욕이 생겼고, 운이 좋아서 편선호(비전 스트라커즈), 이성재(퀀텀 스트라이커즈) 감독님과 '솔로' 강근철이 속해있는 팀에 들어갔다. 세계 대회 우승도 해봤다. 게이머를 그만두고 다른 일도 해봤지만, 결국에는 프로게이머로 돌아오게 됐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젊은 어린 선수들에게도 내 경험을 알려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프로 게이머 생활을 계속하는 거 같다. 

- '솔로' 강근철과 함께 같은 회사를 다니다가 e스포츠로 돌아왔다고 들었다
당시 다른 FPX 게임이었는데 (강)근철이가 먼저 들어가고 다음에 내가 합류했다. 그렇지만 회사 사정이 안 좋아서 계속할 건지 아니면 CS:GO로 할지 갈림길에 서 있었다. 그때 편선호 감독님과 다른 선수들이 같이해보자고 해서 합류하게 됐다. 

- CS 1.6 버전까지는 한국은 세계 정상급이었다. 그렇지만 CS:GO 버전이 나오면서 세계와의 격차가 벌어졌는데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북미와 유럽은 1.6을 하고 바로 CS:GO로 넘어갔지만, 한국은 당시 카운터 스트라이크:온라인이 출시된 상황이었다. 우리는 계속 제자리에 머물다 보니 다른 지역 선수들과의 격차를 좁히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CS:GO서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 전 소속팀인 MVP서는 드림핵이나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IEM) 등 아시아 예선 결승까지는 종종 갔지만, 결승전에서 중국 팀을 넘지 못했다
메이저 대회 오프라인 예선 끝에서 자주 패하면서 '노력을 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아시아 대회서는 자주 우승했지만, 세계 메이저 대회에서 성적을 못 낸 건 많이 아쉽다. 선수 시절 마지막 대회가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렸다. 승자조 결승까지 가서 한 번만 승리하면 총기류 스티커를 만들 수 있었다. 승자조서 호주 팀에게 패했고, 패자조서는 비시 게이밍에게 무너졌다. 그때 많이 힘들었다. 

- 발로란트 팀으로 손발을 맞추고 있는데 어떤가?
북미 서버부터 연습을 꾸준히 했지만, 게임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유럽, 북미 팀 경기도 자주 보며 트렌드도 따라가려고 한다. 좋은 것은 흡수하고,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에 경기를 보니 다른 한국 팀도 우리 전략을 자주 사용하더라. 첫 프로팀으로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대기업 팀에서도 제안을 받은 거로 아는데 비전 스트라이커즈에 둥지를 튼 이유는 무엇인가?
양선일 대표님과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으며 대기업 팀보다 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 내 첫 프로팀이라는 것도 흥미를 느꼈다. 대기업 팀 제안을 뿌리치고 여기에 온 건 같이 연습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와 함께 움직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 클랜배틀에는 많은 한국 팀이 참가했다. 개인적으로 한국 팀 실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아직까지 그들이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잘하는 팀도 나올 것이다. 항상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회에 나간다. 따라오는 자보다 왕좌를 지키는 사람이 더 힘들다. 우리 자리를 뺏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 일부 사람들은 특정 게임이 e스포츠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격차가 좁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발로란트가 그 예인 거 같은데 
무조건 맞는 말이다. 충분히 우리를 따라잡을 선수와 팀은 나올 것이다. 앞으로 발로란트가 한국서 더 인기를 얻는다면 더 잘하는 팀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러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도 경각심을 갖고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 발로란트를 보면 e스포츠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다. 라운드가 많다는 지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매력과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CS:GO의 경우 관전 시스템은 잘 되어 있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이 게임에 대해 잘 모를 경우 지루할 수 있다. 발로란트는 스킬 등 화려한 부분이 있어서 관전 입장에서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라운드 적인 부분은 잘하는 입장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현재 발로란트는 피스톨 라운드(1~2라운드) 비중도 크지만, 포켓 머니 시스템 등 많은 부분이 패치로 변하는 중이다. 변수가 계속 나온다는 점은 선수 입장에서는 정말 좋다. 

CS:GO와 달리 다양한 챔피언을 사용하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아쉬운 점은 관전 시스템 슬롯이 2개 밖에 없어서 보는 입장서는 힘들 것이다. 이유인 즉 선수 10명의 플레이를 순간적으로 잡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관전 시스템이 조금만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발로란트가 조금 더 잘되려면 솔로랭크의 변화도 필요하다. 계급이 정해져 있고, 래디언트를 찍으면 다 똑같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세밀하게 나뉘어 있는데 그렇게만 해도 유저들은 더 열심히 할 것이다. 목표치를 얻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 30대 게이머로서 힘든 점은 없나?
남들과 다르게 가정을 꾸린 것도 아니며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기에 심리적으로 힘든 점은 있다. 그런 걸 이겨내고 하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코칭스태프 길을 걷기 위해 이쪽 길을 선택했다.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와 현재 게임 내 집중력 차이가 있다. 1~2개 맵을 했을 때는 괜찮은데 3~4개 맵 이상 넘어가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런 건 해결책이 없는 거 같다. 

- 최근 클라우드 나인 등 한국 발로란트 팀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팀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그럴수록 우리도 열심히 할 것이며 서로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팀이 많이 나와야 발로란트도 한국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코로나19 펜데믹 때문에 해외 대회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만약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맞붙고 싶은 팀은 어디인가?
팀원들끼리 이야기를 해보면 북미보다는 유럽 팀이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CS:GO 때도 그랬지만 유럽 팀은 짜임새가 있으며 한국 팀 스타일과 비슷하다. 유럽에서 가장 잘한다고 알려진 G2 e스포츠와 한번 해보고 싶다. 북미는 팀 솔로미드(TSM)과 클라우드 나인, T1이 잘한다. 그 팀들은 개인적인 피지컬이 뛰어나서 보는 입장서는 좋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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