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롤드컵 무패 우승팀 담원 게이밍 '플레임'입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플레임' 이호종은 자신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무패 우승팀 선수라고 했다. 롤드컵에 참가하지 못했기에 처음에는 그 뜻을 이해 못 했지만, 나중에는 팀에 애정이 많은 선수구나고 생각했다.
지금은 '너구리' 장하권, '칸나' 김창동(T1) 등 잘하는 탑 라이너 유망주들이 나왔지만 2010년 중반 최고 탑 라이너는 '플레임' 이호종이었다. 2013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IEM) 시즌7 월드 챔피언십과 중국 쿤산에서 열린 월드 사이버 게임즈(WCG)서 CJ 엔투스가 우승을 차지하는데 일조한 '플레임' 이호종은 2015년 중국 LGD 게이밍으로 이적했다.
LPL 서머서 LGD 게이밍을 우승시킨 이호종은 롤드컵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2016년 롱주 게이밍(현 DRX)에 입단하며 한국 무대로 돌아온 이호종은 기량 저하가 이어지며 잊혀진 선수가 됐다. 이후 북미 임모탈스, 플라이퀘스트에서 활동한 이호종은 2019년 담원 게이밍에 합류했다.
2019년 LCK 스프링서 '너구리'와 함께 팀의 탑 라인을 책임진 이호종은 서머서는 2세트 밖에 나가지 못했다. 당시 롤드컵 로스터에도 들지 못하면서 담원과 결별할 거로 예상됐던 이호종은 다시 한번 팀에 잔류했다.
올해도 롤드컵 무대는 밟지 못했지만, 이호종은 개인방송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제는 게이머 이호종보다 스트리머 이호종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담원 게이밍 숙소 근처에서 만난 이호종은 "원하는 결과는 다 나오지 않았지만 하고 싶은 대로 했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고 말했다.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담원 게이밍의 '플레임' 이호종입니다. 롤드컵 무패 우승을 한 탑 라이너다. (웃음)
- 한국에 남아서 팀의 롤드컵 경기를 지켜봤을 건데 어떤 기분이었나?
당시 '너구리' 장하권 선수가 기흉 수술 때문에 서브 탑 라이너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비자 등을 알아봤는데 중국에 갈 방법은 없었다. 스킨, 우승 메달 등은 받지 못했지만 숙소에서 열정페이 느낌으로 응원했다(웃음).
- SNS에 다른 팀 사전접촉 허가를 받았다는 글을 봤다. 어떻게 된 건가?
예전부터 이유영 대표님이 저한테 선수를 할 건지, 코치를 하고 싶은지 아니면 스트리머로 활동을 원하는지 물어봤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담원 게이밍과 같이하는걸 원하셨다. 한 달 전부터 이야기했는데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후에 대표님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처음과는 이야기가 다르게 진행돼서 '다른 팀을 알아보겠다'며 글을 쓴 거다. 내 글을 본 대표님이 "다른 곳에 가는 거냐"고 물어보더라. 이후에 다시 이야기했는데 서로 오해가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담원과 얘기 중이었는데, 글을 쓰게 되서 담원 뿐만 아니라 다른 곳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보면 된다.
- 휴식?
휴식을 취하면서 다양한 일을 하려고 했다. 쉬는 도중에 심심해서 방송을 켰는데 재미있고 사람들도 좋아해 줬다. 2~3주 정도는 재미있게 했는데 일이라는 생각을 하니 힘들었다. 당장 무엇을 한다고 결정하는 건 이르다고 생각했다. 개인방송을 하면서도 내가 재미있어서 인기가 있는 건가? 계속해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계속 좋아해 줄까? 아니면 다른 것은 하고 싶은 게 없는지, 차라리 쉬는 게 나을지 확실하게 생각해보고 싶었다.
- 북미 플라이퀘스트와 결별한 뒤 담원 게이밍을 선택했다. 이유가 있었나?
플라이퀘스트에서도 나와 계속 같이하길 원했다. 또 북미 다른 2~3팀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상태였다. 작년까지는 북미에 있을 수 있었지만 비자 등 개인 사정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더불어 한국에 빨리 와서 나 자신을 입증하는 게 중요했다. 당시에 저한테 제안해준 한 팀이 있었다. 그 팀에서는 감독님과 주장 선수가 집 앞에 찾아왔고 연봉 제안도 좋았다. 사실 돈, 편안함을 본다면 그 팀을 선택하는 게 맞다. 그렇지만 저는 여러 나라에서 우승, 준우승을 해봤지만, 롤드컵 4강, 우승은 못 해봤다. 내가 갖지 못한 높은 커리어를 만들고 싶었다.
- 그래서 담원 게이밍과 이야기를 한 건가?
내가 잘한다면 팀 포텐셜이 터질 수 있다고 생각한 복수의 팀에 직접 연락했다. 그러나 연락을 받은 팀에서는 서브 선수 테스트를 끝냈고 각 포지션 2인 체제를 마쳤다고 거절했다. 담원 게이밍은 '쇼메이커' 허수, '너구리' 장하권 선수가 팀의 중심이자 포텐셜을 터트릴 수 있는 선수이기에 아무도 팀에 들어와서 주전 경쟁을 하는 걸 꺼린다고 하더라. 그래서 운이 좋게 담원 게이밍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사실 팀 코칭스태프에서는 나한테 "우리는 '너구리' 선수가 부족하지만 잘하는 부분이 많다. 경기에 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연봉도 적을 건데 이래도 팀에 들어올 것인가"라고 물어봤다. 개인적으로 돈은 필요 없었고, 기회를 얻고 싶다고 했다.
당시 12월이었는데 연습실에는 내 자리가 없었다. 연습실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숙소를 얻어 오가며 한 달 정도 테스트를 본 기억이 있다. 지인들은 내가 팀을 구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근황을 물어봤는데 사정을 이야기해주면 "미친 거 아니냐. 왜 그런 짓을 하냐"고 의아해했다.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팀에서 나를 필요한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들어올 수 있었다.
- 그런 사정을 알고 들어갔지만 경기에 뛰지 못한다면 다른 팀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할 법한데 계속 잔류했다
나를 객관화를 시켜본다면 2019년 28살인데 솔로 랭크는 시즌 중에는 그랜드마스터를, 끝날 쯤에는 챌린저 1,000점에 랭킹 20위를 유지했다. 스프링 때는 50% 정도를 출전했고, 서머는 2세트만 나갔지만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미지가 안 좋게 소문이 났고, 팀마다 어린 선수를 위주로 로스터를 구성하다 보니 한국 팀 기준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주위에서는 은퇴한 뒤 코치로 가라고 했지만, 내가 선수에 대한 미련이 컸고 담원에서도 주전 경쟁을 하는 선수가 필요했다. 서로 잘 맞아서 잔류할 수 있었다. 주전 경쟁은 어려울 거로 생각했다. 원하는 결과는 다 나오지 않았지만 하고 싶은대로 했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
- 곁에서 지켜본 2019년 담원 게이밍과 2020년 담원 게이밍의 차이점은?
많은 이유가 있지만 결과만 이야기하면 작년 담원 게이밍은 닫혀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승리패턴도 똑같았지만, 올해는 챔피언 폭, 마인드 적인 부분도 유연해졌으며 다양한 승리 패턴이 생겼다. 게임 내적으로 보면 노련미, 지식이 쌓였다.
- 오랜 시간 동안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하나만 꼽기는 힘들다. 짧게 여러 가지를 이야기한다면 데뷔했을 때 MVP를 받은 거, 탐식의 망치를 2개 산 거도 기억이 남는다.(2013년 롤챔스 윈터 vs kt 롤스터 B팀) 전략을 준비했는데 레드를 먹다가 죽은 것도 생각난다. 전성기일 때는 경기를 하면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하기도 했다.
아 맞다. 2014년 롤드컵 결승전 때 물병짤도 있었다. 내가 관종인지 모르겠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최근에는 담원 게이밍에 복귀했을 때 SKT(현 T1)과의 2세트에 출전해 우르곳으로 팀의 역전승에 기여했을 때는 살면서 연락을 가장 많이 받았다.
- 그렇다면 아쉬웠던 순간은?
개인적으로 2014년 말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사춘기처럼 게임도 안하고 방황을 많이 했다. 부족함이 많았는데 팀원들과도 잘 지냈으면 계속 CJ 엔투스 블레이즈에 잔류했을 거다. 2015년 팀을 나오기로 한 뒤 LGD 게이밍과 SKT T1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 후에는 기회가 없었지만, 당시에 SKT에 꼭 가보고 싶었다.
- SKT?
당시 내가 주가가 높았다. (웃음) 해외 생활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고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CJ와 결별한 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등 다양한 팀에서 제안을 받았다. 나는 커리어를 중요하게 보는데 CJ와 결별한 뒤 성적이 떨어지는 팀으로 이적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LGD는 애초 조건이 좋았다. 집이 부산인데 오너가 집 앞까지 찾아왔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한 달 넘게 연락을 줬다. LGD는 조건, 대우뿐만 아니라 제안받은 팀 중에 롤드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 말을 정리하면 CJ가 잘하는 팀이라서 하위권 팀에는 갈 수가 없었고 당시 입단 가능성이 높은 팀이 LGD와 SKT라고 생각하면 될까?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2015년 단일팀이 체제가 된 뒤 팀에서 나한테 백업 멤버 아니면 미드 라이너 전향을 권유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주전으로 뛰고 싶었고, 실력도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보면 감정적인 선택이었지만, 금액적인 부분은 말하지도 않았고, 팀과 방향성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게임도 잘 안 했고, 많이 겉돌았다. CJ와 결별한 뒤 제안을 온 팀 중에 롤드컵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 후보가 SKT와 LGD 게이밍이었다.
-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배운 점은 무엇인가?
다양한 팀에 있으면서 성격이 바뀌었다. 중국에서도 좋은 문화를 배웠고, 2년 동안 있었던 북미에서는 영어도 배웠고 안정적인 삶, 선진국의 문화와 복지 시스템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저는 행동력도 부족하고 생각도 많다. 또한 부정적인 부분도 많았는데 미국에 가서 많이 바뀌었다.
- 앞으로 무엇을 해보고 싶은가?
열린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다. 휴식도 취하고 싶고, 선수, 코칭스태프, 스트리머도 해보고 싶다. 다른 일도 고민 중이다. 끌리는 게 있으면 해볼 생각이다. 당장 방송뿐만 아니라 유튜브도 하고 있는데 많은 구독과 관심 부탁드린다.
- 하고 싶은 말은?
유튜브, 트위치 구독이다. 하하하. 어느 지역에 있든지 응원을 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대회나 커리어에서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적도 있지만 계속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건강하시길 바란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 부탁드린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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