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이자 현 스트리머인 '매드라이프' 홍민기가 지난 5일 한화생명e스포츠와 전속 계약을 발표했다. T1 '울프' 이재완, 젠지 '앰비션' 강찬용에 이어 전 프로 선수가 LCK 팀과 스트리머 계약을 체결한 세 번째 사례다.
홍민기가 프로게이머 은퇴를 선언한 이후로 어느덧 만 3년이 흘렀다. 다양한 이벤트 매치로 시청자와 소통하고, LoL에 묶여있지 않고 종합 게임을 병행하는 사이 홍민기는 '전 프로게이머'보다 '스트리머'의 모습에 더욱 가까워졌다. 연초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홍민기는 정체되길 거부하며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갔다.
계절이 바뀔 무렵 다시 한번 변화를 향해 한 걸음 내디딘 홍민기. 더 재밌는 방송을 만들기 위한 진지한 고민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기에 올해보다 발전하는 내년이 될 것이란 확신이 들게 한다.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 무렵인 11월 초 홍민기를 만나 한화생명과 계약하게 된 이유와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조금씩 자기소개를 바꿔서 하시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전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이자 이번에 한화생명e스포츠와 전속 계약을 맺은 스트리머 '매드라이프' 홍민기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인터뷰로 뵙게 되었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프로에서 은퇴하고 3년 가까이 지났네요. 그동안 방송과 외주를 하면서 지냈어요. 별로 달라진 것 없이 평소처럼 방송으로 보냈습니다.
최근 한화생명과의 전속계약이 화제가 됐어요. 한화생명 전속 스트리머가 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T1과 젠지엔 전속 스트리머로 활동하는 전 프로게이머들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쪽에 관심이 생겼는데 감사하게도 한화생명이 연락을 주셔서 기존 소속사였던 샌드박스와 이야기를 했어요. 제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고, LCK 팀의 전속 스트리머로 활동하는 게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상호 협의하에 샌드박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한화생명의 전속 스트리머가 됐죠.
방금 대답해주신 내용 중에 욕심이 있었다고 해주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이뤄지는 여러 활동이 있었어요. 저는 LCK 팀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면서 영역을 확장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스스로 무언가를 창출하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해야 할 일이 주어지면 열심히 하는 타입이거든요. 한화생명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바뀌는 시대인 만큼 열심히 뛰어봐야겠단 생각도 들었고요.
한화생명과의 계약에 손대영 감독님이 계신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을까요
아니에요. 사실 감독님은 제가 은퇴할 무렵 코치 일을 배울 것을 권유해주셨는데 제가 도저히 못 하겠단 생각에 거절한 적이 있어요. 제가 정한 기준보다 일이 안 풀리거나 못하게 되면 화가 날 때가 있거든요. 코치가 되면 선수들이 알아듣고 납득할 때까지 똑같은 말을 해줘야 하잖아요. 프로 코치로서 그런 것들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될까 싶었어요. 어쨌든 손대영 감독님이 계셔서 간 것은 아니에요. 실제로 계약하고 캠프원을 처음 갔을 때도 별말씀 없으셨어요. 오히려 캠프원의 웅장함에 깜짝 놀랐죠. 제가 선수일 때는 단칸방이었는데...
LCK 분석데스크 경험도 있으시고 플랫폼 대전 등 여러 이벤트 매치에서 코치 역할을 하셨었죠
결국 환경의 차이인 것 같아요. 프로 레벨에서 코치를 하게 되면 가르치고 제 지식을 계속 갈고닦는 것이 직업이 되어서 끝날 때까지 계속해야 하잖아요. 아마추어들을 코칭하는 것은 짧은 기간으로 정해져 있어서 부담이 덜했어요. 만약 이벤트 매치에서도 1년 동안 코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면 절대 안 했을 것 같아요.
분석데스크 등 LCK 쪽에서 다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은 없으신가요
은퇴하고 1년쯤 됐을 때만 해도 롤드컵을 보면서 내면의 무언가가 끓어올랐어요. 그땐 차라리 경기를 보고 싶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예 그런 감정이 없어요. 하나의 콘텐츠로서 보고 있단 느낌이랄까요? 이래서 은퇴했구나 싶어요. 요즘은 오히려 선수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전속 스트리머로서 한화생명과 해보고 싶은 일이나 만들어 보고픈 콘텐츠가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제가 뭔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부족해요. 한화생명에서 제게 뭔가를 제안할 수 있고, 내용에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너무 부담스러울 땐 제가 거절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한화생명과 콘텐츠를 제작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은 게임 외의 다른 모습이나 기술을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한화생명엔 LoL 외에도 카트라이더 팀이 있는데 기회가 주어진다면 뭔가를 같이 할 생각이 있나요
얼마든지요. 최근에 '고스트' 장용준과 카트라이더를 해봤는데 좀 하더라고요. 문호준 선수에게 배우고서 다시 겨뤄보고 싶어요.
언급해주신 장용준 선수가 최근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CJ 엔투스에서 같이 선수 생활을 했던 과거가 있는데 이 인터뷰를 통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용준이가 버스 타는 모습 재밌게 봤어요. 솔직히 얘는 우승 전이나 후나 다른 게 없어요. 우승하고 한국 와서 자가격리하면서 제 방송에 왔는데 채팅으로 갑자기 "형은 롤드컵 우승 스킨 뭐 만들었어요? 아, 준우승이지"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고스트 우승 스킨 불매에 들어갔습니다. "우승은 축하하지만 내 컬렉션에 네 우승 스킨은 없을 거다"라고 말해주고 싶네요(웃음).
장용준 선수를 비롯해 '비디디' 곽보성 선수 등 함께 하던 선수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인정받는 선수들이 됐어요
보고 있으면 뿌듯해요. 쑤닝에도 '헬퍼' 권영재가 코치로 일하고 있고, DRX에도 '버블링' 박준형이 있죠. 다들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빛을 발하고 있어서 굉장히 좋습니다. '운타라' 박의진 같은 친구들도 힘내주면 좋겠어요. 다들 자기만의 길을 열심히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엔 유튜브 채널을 분리하시며 LoL 외의 여러 종류의 게임도 하고 계세요. 방송에서 보여지는 게임의 밸런스는 어떻게 맞추고 계신가요
LoL을 하기 이전에도 여러 게임을 즐겨했어요. 제가 게임 끈이 길고 지금도 다른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한 열정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즐기는 것과 시청자들이 재밌게 보실 수 있도록 방송을 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죠. LoL도 제겐 재미있는 게임이고 마침 프리 시즌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아이템들이 나왔잖아요. 1년마다 변화하기 때문에 롱런하고 있고, 유튜브에서도 LoL 콘텐츠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어요. LoL과 종합 게임을 병행하면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제 고민이 필요한 일이고 더 노력할 생각이에요.
이제는 프로게이머보단 스트리머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진 느낌이에요.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시나요
올해도 많이 느꼈어요. 방송 채팅이라든가 제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프로게이머일 때부터 알았으면 좋았을 것 같단 말을 많이 들었어요. 방송을 한 뒤로 절 알게 된 분들도 많다고 느낌과 동시에 미디어에 노출되는 직업은 그 흐름이 끊겼을 때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저도 TV를 안 볼 땐 연예인이나 가수, 아이돌을 전혀 모르는데 프로게이머는 오죽하겠어요. 이젠 제가 프로게이머였던 것을 모르신다고 해도 제가 아쉬워할 건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열심히 방송하고 스트리머로서의 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면 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10월 말에 래퍼 로꼬와 어몽 어스를 한 영상도 화제가 됐죠. 점차 영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제가 그분과 연관이 있어서 참여한 건 아닙니다. 어떤 스트리머 분께서 같이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셔서 승낙했는데 로꼬님과 같이 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실상 통보를 받은 셈인데 거절하기엔 메리트가 정말 컸어요. 이렇게까지 영역을 넓힌 적은 처음이었거든요. 저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거예요. 어몽 어스는 기본만 알면 되는 심리전이 중요한 게임인데다가 로꼬님이 말씀을 잘하셔서 재밌었어요. 굉장히 남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최근 SNS에서 공포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보여준 반응 속도도 큰 반응을 얻었어요
그 게임이 레지던트 이블 2 리메이크였는데, 공포 게임 특성상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뭔가가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와요. 너무 스트레스 받은 나머지 좌뇌에선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지?'라고 하고 우뇌에선 '빨리 깨버려야겠다'란 생각을 하며 싸우고 있었어요. 일단 어떤 공포 게임을 해도 ESC 키를 누르면 일시정지가 되니까 멈추고 보잔 생각으로 플레이를 이어나갔죠. 경험을 통해 개발자들이 어떻게 놀라게 하는지를 아는데도 자꾸 반응하게 돼요. 알면서도 가다가 ESC 키를 누르고 '진짜 튀어나왔네' 하면서 놀란거죠. 그땐 정말 당분이 부족해지더라고요.
프로게이머에서 은퇴할 때만 해도 걱정하시는 팬들이 많았어요. 이젠 시간이 갈수록 내면의 숨겨진 무언가를 발현하는 것 같습니다. 매년 변화하는 본인의 모습이 느껴지시나요
제가 제가 이렇게 말을 잘하게 될 줄 몰랐어요. 스무 살의 제게 "넌 미래에 말을 잘하게 될 거야"라고 한다면 무슨 소리냐고 했겠죠. RPG 게임을 해보면 뭔가를 할수록 경험치와 숙련도가 오르잖아요? 저도 방송을 계속하다 보니까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고, 그게 차곡차곡 쌓이면서 지금에 이르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캡틴잭' 강형우에게도 이젠 말재주로 안 밀리지 않을까요
인간 상성이 좀 있어요. 워낙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친구거든요. 지금도 휴가를 나와서 제 방송에서 상주하고 있는데 굉장히 열 받게 하고 있어요(웃음). 강형우는 선수 때부터 말을 재밌게 해와서 방송에서 그게 더 빛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전역하면 더 재밌는 모습으로 오겠죠. 안 그래도 군대에서 방송에 대해 고민하며 다이어리를 쓴다고 하더라고요. 제발 메이플 스토리는 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는 14일에 강현종 감독님이 화촉을 밝히게 되셨어요. 강 감독님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나요
감독님께서 제 선수 시절 때부터 "너희들이 우승해야 내가 결혼한다"라고 밥 먹듯이 말씀하셨는데 결국 저희가 불효를 저질렀어요. 이번에 결혼하신단 소식을 들었는데 정말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CJ 패밀리가 거의 다 모일 것 같아요. 첫 결혼식 때 저희가 굉장히 이상한 옷을 입고 갔었는데, 이번엔 그런 과오를 반복하는 일 없이 멀끔하게 입고 가서 진심으로 축하해드리고 싶어요.
11월도 중반에 다다랐고, 곧 연말입니다. 조금 이르지만 2021년 목표를 여쭤볼게요
2020년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어요. 올해 사실 제 목표는 별로 없었습니다. LoL 그랜드 마스터를 찍어보려고 했는데 결국 다이아몬드 티어에서 마무리했어요. 원래 180점이었는데 안 하니까 바로 티어도 떨어지고 점수도 증발하더라고요. 다시 올리려고 했지만 주말 솔로 랭크보다 더 힘들었어요. 그래도 두 번째 목표였던 종합 게임하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으니까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해야죠. 올해는 LoL도 하루에 2~3시간씩 하고, 방송도 일주일에 두 번씩 쉬는 등 방송을 많이 하진 않았어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체력과 정신력 소모가 컸습니다. LoL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뜻대로 잘 안 되고, 반대로 재밌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진지하게 게임하면 그 모습이 안 나오는 물과 기름 같은 상황이 나오기도 해요. 그래서 종합 게임과 비율을 섞고 있는데 2021년엔 타이트하게 LoL과 종합 게임에서 모두 재밌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어주실 팬분들께 인사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간간이 인터뷰 통해서 찾아뵙고 있네요. 연말이 다가오는데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바를 이루셨길 바랍니다. 활기차게 한 해 마무리하셨으면 좋겠고, 목표가 사람을 움직인다는 말처럼 새 목표와 함께 새로운 마음 가짐을 준비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제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해주세요.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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