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엔투스와 bbq올리버스. 두 번의 입단과 두 번의 강등. ‘고스트’ 장용준이 샌드박스 게이밍으로 이적하기 전 몸담았던 팀이다. bbq 올리버스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장용준은 두 번의 위기 끝에 프로게이머의 끝을 생각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이 그를 붙잡았다. 다시 한 번 프로게이머로서 도전을 감행한 그는 2019년 샌드박스 게이밍을 만나 터닝 포인트를 돌아왔다. 그리고 1년 후 ‘고스트’ 장용준은 담원 게이밍의 주요 전력으로 우뚝 섰고, 승리를 몰고 오며 롤드컵 우승자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롤드컵 이후 한 달 만에 뵙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롤드컵 귀국 후 자가격리 하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현재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연습에 전념하고 있어요.
롤드컵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죠. 5년 만에 롤드컵 우승에 성공했습니다
롤드컵 우승할 때는 좋았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지나간 꿈같더라고요. 롤드컵 우승을 했다고 하는데 한 건지 잘 모를 때도 있고. 소중했던 시간이긴 한데 그만큼 꿈처럼 지나갔어요.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 반응이 많이 달라졌을 듯해요. 지인들과 팬들 반응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맞아요. 주변에서 엄청 많은 축하를 받았어요. 팬분들도 축하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셨고 선물과 메시지북도 보내주셔서 기쁘고 뿌듯했어요.
일명 파노라마가 지나간다고 하죠, 오랜 사연이 있는 만큼 롤드컵 우승할 때 여러 생각이 스쳤을 거 같아요
롤드컵 첫 경기 하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경기력이 잘 나오는구나, 이번에 우승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오겠냐 하고요. 무조건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많이 힘들었거든요. 근데 우승하고 나니 힘든 것들이 사라지고 목표에 도달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할 일을 다 한 사람처럼요.
3년 전 자신에게 돌아가 ‘너는 롤드컵 우승을 하게 될 거야’ 말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그때로 돌아가서 그런 말을 한다면 믿기 쉽지 않을 거 같아요. 한 번에 올라오기 쉽지 않잖아요.
정상에 오르고 나니 생각나는 순간들이 많았을 거예요.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아무래도 18년도죠. bbq에서 강등됐을 때. 가장 기쁜 건 롤드컵 우승 때고요. 18년도 끝나고 나서 많이 힘들었거든요. 프로 생활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했죠. 다시 잘하게 되면 비난이 응원으로 바뀔 수 있으니까. 좋은 모습 보여주고 인정받아야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때 포기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테니까 중요한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럼 당시 ‘고스트’ 장용준 선수와 같은 시기를 겪고 있을, 은퇴 고민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선수들을 위해 조언 한 마디 가능할까요
각자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감히 함부로 말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너무 절망적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요. 그 시기엔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게 될 텐데 그렇게 생각해도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좋은 방향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만약 당시 선수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했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지 가끔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감이 안 와요. 진짜 잘 모르겠어요. 그만둔다고 해도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고, 그냥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만 했거든요.
과거의 이야기보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겠죠. 하지만 새 시즌을 이야기하기 전 이 얘길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제파’ 이재민 감독님과 양대인 코치님이 포지션을 변경한 채 T1으로 이적했어요
함께 최고의 결과를 냈고 과정이 잘 만들어져서 의지하고 믿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은 있죠. 다른 부분보다 정이 들었으니까. 그래도 각자 사연이 있는 거잖아요. 선택을 존중합니다. 양대인 감독님이 T1의 목표는 담원을 꺾는 것이라 말씀하셨다고 했는데, 똑같이 담원 역시 내년 목표는 T1을 꺾는 게 아닐까요? 동료였지만 이제는 적이 된 거잖아요. 이겨야죠.
그래도 롤드컵 우승 주역 네 명을 재계약했으니 성공적인 리빌딩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죠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그 생각에 얽매이기보다 앞으로 잘할 일만 남은 거 같아요.
2021 시즌 담원 게이밍엔 김정균 감독님을 비롯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어요. 김정균 감독님을 직접 만나니 어떠셨나요
엄청 잘해주시고 잘 챙겨주세요. 같이 커리어 만들어서 우승하자고 말씀해주셨어요. 감독님과 코치님, 탑이 바뀌어서 조금씩 변한 건 있지만 팀 분위기는 여전히 계속 좋아요.
‘칸’ 김동하 선수와는 원래부터 친분이 있던 걸로 알아요
네 원래 친분이 있었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랭크 게임에서 만나면 자주 싸웠거든요. 싸우다가 미운정이 들어 친해진 케이스예요. 시간 지나니까 싸웠던 것도 자연스럽게 풀려서 친해졌죠.
원래 티격태격하던 사이인 것 같아요. ‘칸’ 김동하 선수가 단톡방에서 인사했을 때 ‘고스트’ 장용준 선수가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했는데요
그건 오해입니다. 전에 따로 개인톡을 보냈어요. 계약했을 때였나. 그래서 단톡방에 인사했을 때 안 받은 건데, 그걸로 몰아가더라고요.
현재까지만 봤을 때 담원은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2020 시즌 우승팀이라는 ‘현상 유지’, 그리고 ‘변화’. 담원의 새 시즌은 어떤 단어에 가까울 것 같다고 보시나요
프리 시즌이 되면서 아이템부터 메타가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현상 유지라는 단어보다는 잘하는 플레이는 살리되 메타에 따라서 바뀔 플레이는 바뀔 거라고 봐요.
2020 시즌에서 화제가 됐던 담원의 플레이는 많았죠.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부분이 8분 전령이 아닐까 싶은데, 혹시 새 시즌에서 다른 팀이 대처법을 갖고 온다면 담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플레이를 파훼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라인전부터 이겨야 해요. 근데 담원은 라인전이 강한 팀이거든요. 다른 팀도 알고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려 했을 거란 말이에요. 그래도 막지 못했잖아요. 8분에 전령을 가는 플레이를 예시로 들어 주셨는데 사실 알고도 못 막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렇다면 프리 시즌을 거친 다음 시즌 예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프리 시즌 연습을 오래 한 건 아니지만... 올해보다 더 속도가 빨라질 거라고 관측했고, 정글이 더 세진 거 같아요. 바텀은 초반에 강한 챔피언들이 대세이지 않을까 싶어요. 여전히 원딜은 몇 개의 챔프만 사용 가능하고 나머지는 아예 쓸 수 없는 구도라고 생각하지만요. 케스파컵이 남아서 어떤 원딜이 좋다고 말씀드릴 순 없지만 일단 라인전 강한 원딜이 좋습니다. 케이틀린은 너프로 확실히 별로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서포터는 크게 변한 점은 없는 거 같아요. 아이템이 전체적으로 비싸져 잘 안 뜬다고 얘기하긴 하더라고요. 다른 라인이 신화템 들고 때리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고. 그 외에 탑은 든든한 느낌이고. 정글은 더 재밌게 하고 있는 듯해요.
이제 슬슬 다른 팀의 리빌딩도 마무리 단계를 거쳤는데, 눈여겨보는 바텀 라인이 있을까요
T1의 ‘테디’ 박진성 선수와 ‘케리아’ 류민석 선수가 만나게 될지 몰랐는데 만났더라고요. 내년에 잘할 거 같아요. 아직 솔랭에서 만나본 적이 없어서 둘의 시너지가 예측이 안 돼 구도가 어떨 것이라고 예측하긴 어렵네요.
제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이 자리를 빌어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금 해주세요
(장)하권이랑 감독, 코치님이 다른 팀으로 가게 됐어요. 비난보다는 응원해주셨으면 좋겠고 물론 담원 게이밍이 더 잘 되어야 하겠지만 가신 분들도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양쪽 모두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하고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조금의 변화는 있었지만 또 우승을 한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좋은 결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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