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팬분들, 내년에는 꼭 웃게 해드리겠다”

Talon 2022. 12. 16. 12:00

‘비디디’ 곽보성 인터뷰
올해 농심서 LCK 스프링·서머 8위 부진
“팬들의 눈물, 너무 마음 아팠다”
3년 만에 KT 리턴


슈리마 황제의 2022년은 재위 기간 중 가장 고단했던 시기로 LoL 역사에 남을 것이다. 소속팀을 롤드컵 8강과 4강으로 견인했던 지난 2년은 더할나위 없이 화려했고 위대했다. 하지만 올해는 예상 밖 고초를 겪었다. 새로운 팀은 LCK 스프링과 서머 시즌 모두 8위에 머물렀다. 황제 역시 전처럼 총명하지 못했다. 결국 1년 만에 새 도읍지를 떠났다.

슈리마 황제는 다시 KT 롤스터로 돌아왔다. 2019년 단 한 해 머물렀을 뿐인 곳, 성적도 부진해 승강전을 경험했던 곳이지만 그에게 KT는 고향 땅과 같다고 했다. 황제는 이곳에서 조용히 재기를 노린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칼을 갈면서. 15일 서울 영등포구 KT 연습실에서 ’비디디’ 곽보성을 만났다.

-서머 시즌 종료 이후 줄곧 휴식기를 가졌다.
“올해는 시즌을 예년보다 빨리 마쳤다. LoL을 많이 하지 않았고, 다른 게임을 하면서 모처럼 잠을 편하게 잤다. 휴식을 충분히 취했다. 최근 팀이 스프링 시즌 대비에 돌입해 나도 생활 패턴을 되돌리고 있다. 한동안은 오후 늦게까지 자기도 해서 몸이 아직 적응을 못 한 느낌이다.”

 

-오늘 처음으로 스크림을 했다고 들었다.
“정신없이 첫 스크림을 치렀다. 내 눈과 정신이 각각 다른 곳을 보고 있단 느낌을 받았다. 오브젝트 시간도 계산이 전처럼 되지 않고, 늘 해오던 플레이도 잘 안 되더라. 서둘러 게임에 재적응해야 할 것 같다. 솔로 랭크에선 좋아 보였는데, 막상 스크림에서 써보니 별로인 챔피언들도 있었다. 솔로 랭크와 팀 게임은 확실히 다르다.”

 

-자유계약(FA) 신분이 돼 다양한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KT 리턴을 선택한 이유는.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잘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은 있었지만, 당장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해외 진출도 고민했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리는 편이다. 해외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이 컸다. 그런 와중에 KT에서 좋은 제안을 해줬다. 과거 내가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 함께했던 코칭스태프들의 존재도 영향을 끼쳤다.”

 

-강동훈 감독, 최승민 코치가 롱주 게이밍 시절 곽 선수에게 어떤 도움을 줬나.
“스크림에서 불안했던 부분을 잘 잡아주신다. 강 감독님께선 팀이 하나로 뭉치기를 원하신다. 나도 그게 좋다고 생각한다. 두 분이 지속해서 나한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 게 과거에 큰 도움이 됐다. 당장 어제 봤던 사람들 같은 편안함도 마음에 들었다.”

-KT엔 단 1년 머물렀다. 그런데도 곽 선수와 KT 팬덤의 유대 관계가 유달리 돈독해 보인다.
“2019년 당시 KT 사무국 직원분들이 너무 잘 대우해주셔서 나는 팀에 좋은 기억이 있다. 당시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팬들께서도 내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 좋은 선수로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올해 농심에서 부진했다. 스프링·서머 시즌 모두 8위에 그쳤다.
“무엇이 문제일까 시즌 내내 생각해봤다. 가닥이 잘 잡히지 않아서 어려웠다. 늘 같은 문제를 겪었는데 고치기가 쉽지 않았다. 게임이 유리한 경우는 꽤 있었는데, 거기서 스노우볼로 이어지지 못한 플레이들이 많았다. 확실하게 팀의 방향을 정해준 선수가 없었던 것 같다.”

 

-일각에서는 내구도 패치가 곽 선수의 장점을 가렸다고 하더라. 곽 선수는 라인전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능력이 탁월한데, 내구도 패치 이후 상대 라이너들이 곽 선수의 맹공(猛攻)에 전처럼 고전하지 않게 됐다는 분석이다.
“동의하지 않는다. 챔피언 체력이 늘어나도 그동안 해온 것처럼 때리면 주도권을 잡는다. 오히려 순간이동 패치가 아쉬웠다. 나는 주도권을 잘 잡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 점을 활용해 순간이동을 아끼곤 했다. 그러면 상대 팀의 다른 라이너들이 ‘상상 속의 비디디’를 생각하느라 유리한 구도에서도 적극적으로 딜 교환을 못 했다. 패치 때문에 스노우볼을 굴리는 한 가지 방법이 사라져 아쉽다.”

 

-알려진 것보다 오더 능력이 뛰어나단 평가도 많다. 대중들에게 인정받지 못해 속상하진 않나.
“예전에는 속상했는데, 시간 지나고 보니 의미 없는 것 같다. 내 할 일을 묵묵히 하다 보면 좋은 평가가 따라올 것이다. 나는 2017년에 게임을 잘하는 형들과 한 팀이 됐다. 그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흡수하면서부터 게임이 잘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임에 대한 공부는 신인 때부터 했고 2019년에 비로소 일정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느꼈다. 하지만 내가 혼자 오더를 할 수 있는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선수 중에 가장 게임을 잘 보는 건 ‘피넛’ (한)왕호 형인데, 나는 왕호 형처럼 혼자서 게임을 설계하고 주도하는 선수는 아니다. 게임의 방향을 잡아주면서 내가 할 일을 해내는 수준이다.”

 

-미드 라인전을 이기고, 정글을 괴롭히는 플레이에 능해 LPL에서 사랑받을 거란 평가도 많았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해봤다. LPL과 연습을 해보면, 싸움이 쉬지 않고 벌어지더라. 그리고 내가 라인전을 자주 이기니까 스노우볼이 잘 굴러가더라. 나와 잘 맞는 리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환경 때문에 힘들 수도 있겠단 점을 고려해 국내에 잔류했다.”

 

-젠지 시절 LPL 팀들과 스크림을 자주 했다고 들었다. 인상 깊었던 미드라이너가 있나.
“LPL은 스크림보다 실전에서 강하다. 확실히 LCK보다 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스크림에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는 없었다. 실전을 포함하면, 2021년 롤드컵에서 맞붙었던 ‘아이콘’ 셰 톈위 선수가 인상 깊었다. 아지르 대 신드라로 맞붙었는데, ‘잘하는 신드라’와 대결한단 느낌을 받았다. ‘루키’ 송의진 선수와도 2020년 MSC에서 대결했다. 확실히 잘하더라.”

-LCK 내에서도 라인전을 잘하는 미드라이너로 꼽힌다. 스스로 이유를 고민해본 적이 있나. 기자는 LoL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지만, 곽 선수가 유달리 ‘스킬을 잘 피하고 잘 맞히는’ 능력이 탁월하단 인상을 받았다.
“예전부터 암살자를 자주 다루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추구해온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공격적인 플레이로 이어졌다. 나는 늘 때리는 것보다 피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런 종류의 플레이가 몸에 배었다. 잘하는 선수들은 전부 그럴 것이다.”

-LCK 미드라이너들의 라인전 흐름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최근에도 연구 중인 빌드가 있나.
“원래는 보조 빌드로 영감을 선택했는데, 비스킷도 너프 당하고 해서 결의로 선회했다. 확실히 좋더라. 원래 이기던 구도도 결의 때문에 바뀔 정도다. 이런 변화를 빨리 캐치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원래도 비스킷보다 미해분을 활용한 선 푸시나 귀환 타이밍 잡기를 좋아했다. 이제 상대가 재생의 바람이나 불굴의 의지를 통해 라인전을 길게 가져가니까 힘들더라.”

 

-특히 아지르와 관련된 빌드는 전부 곽 선수의 손을 거친 것 같던데. 올해 ‘페이커’ 이상혁은 아리 상대로 ‘콩콩이 아지르’를 활용했다. ‘쵸비’ 정지훈은 ‘라일라이 아지르’를 선보였다. 두 선수 모두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곽 선수의 이름을 언급했다.
“(이상혁의 인터뷰를) 보고 기분이 좋았다.(웃음) 내가 아지르를 유독 많이 하니까 그런 프레임이 생긴 것 같다. 룬과 아이템은 상황에 맞춰 가는 것이다. 내가 아지르와 관련해 특정 빌드를 발명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라일라이 아지르는 스크림에서 종종 실험 삼아 시도해봤다. 상대가 돌진 조합을 짰을 때 상대의 이동속도를 깎고 딜각을 잡기가 편해서 사봤다.”

 

-데뷔 전 ‘제드 장인’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어느새 메이지 장인으로 이미지가 굳어졌다.
“대회에서는 메이지가 늘 나오고, 성능도 좋다 보니 자주 골랐다. 암살자를 대회에서 사용하려면 실수 없이 완벽하게 플레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챔피언 폭이 좁다는 평가가 억울하진 않나.) 평가가 아쉽기는 하지만, 내가 일부 챔피언 활용을 기피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걸 하면 못 이길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 업보라고 여긴다. 또한 선수라면 어떤 종류든 꼬리표가 달리기 마련이다.”

 

-메이지를 유독 잘 다루는 것도 사실이다. 곽 선수만의 매커니즘이 있나.
“앞서 얘기했던 잘 피하고 잘 때리는 게 비결이다. 메이지 대 메이지 구도는 디테일의 개입이 적은 편이다. 이 구도에서 디테일 좋게 플레이하는 건 ‘쵸비’ 정지훈 선수 정도다. ‘쵸비’ 선수 솔로 랭크를 보면, 오리아나 대 빅토르 구도에서 자신이 어떻게 하면 이기는지를 다 알고 있는 것 같더라.
일반적인 메이지 대결 구도에선 스킬을 잘 맞히고 피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엄청 디테일하게 게임을 하는 편은 아니다. 1~3 레벨에 어느 쪽이 더 센지는 다 알고 있지 않나. ‘이때 싸우면 이기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라인을 관리한다.”

 

-올해 롤드컵을 시청했나.
“토너먼트 경기는 다 봤다. EDG 대 DRX전은 무조건 EDG가 이길 거로 예상했다. 국내 리그 진행 당시에만 해도 DRX가 강팀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롤드컵 우승은 신이 도와주는 것 같다. 2017년 삼성 갤럭시도, 올해 DRX도 참 신기하더라. 멤버들이 다 같이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결과가 오나 보다.”

 

-향후 KT가 어떤 팀으로 거듭났으면 하나.
“나는 KT가 단단한 팀이 됐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팀이 될 것 같다. 바깥에서 봐온 ‘기인’ (김)기인이는 라인전 승리를 상수로 가져가는 선수였다. ‘커즈’ (문) 우찬이도 피지컬에 의존하는 선수는 아니다. 생각을 많이 하고, 단단한 플레이를 선호한다. 바텀 듀오는 성향이 공격적이다. 상체가 주도권을 잡아주고, 그점을 바텀이 활용해 공격적으로 풀어나가면 재밌는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팀원들끼리 처음으로 스크림 피드백도 해봤을 텐데.
“오늘은 첫 스크림이어서 피드백을 토론식으로 길게 하진 않았다. 나도 내 플레이에 집중하느라 다른 라인은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바텀 듀오는 티어 정리를 빠르게 하는 걸 좋아하고, 또 잘하는 것 같다. 기인이는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비슷하더라. 자기 할 일을 알아서 잘하는 느낌이다. 우찬이는 과거에도 같이 해본 적이 있어서 익숙하다.
내가 해온 게임과 달라서 낯설었다. 농심에서 부진하지 않았나. 스크림도 대부분 졌다. 오늘 스크림을 이기니까 적응이 안 되더라.(웃음) 게임 흐름도 불리한 판이 많았다. 오늘은 시종일관 유리하더라. 달라진 분위기에 얼른 적응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사이드를 도는 것보다 본대에 붙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리헨즈’ (손)시우 형은 직전에 같이 했던 미드 라이너가 ‘쵸비’ 선수다. ‘쵸비’ 선수는 사이드를 돌면서 성장하는 플레이를 좋아한다. 시우 형이 나한테도 그런 플레이를 원한단 느낌을 받았다. 내가 사이드에서 본대로 붙으려고 하면 ‘사이드를 돌아도 될 것 같다’고 말해서 내 플레이를 잡아주더라. 팀과 내게 가장 적합한 플레이를 서둘러 찾아야 할 것 같다. 아직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본대와 사이드 얘기가 흥미롭다. 정상급 미드라이너 중에서도 유독 본대에 붙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일반 유저의 식견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곽 선수에겐 라인전에서 상대와 격차를 벌리는 기량이 있다. 그러면 사이드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는데, 왜 본대에 자주 합류하나.
“나는 시야가 안 뚫려있거나, 팀원들 간 콜이 애매할 때 본대에 붙는 편이다. (본대가) 확실하게 이기는 상황이면 괜찮은데, 애매한 상황이면 나도 모르게 본대로 붙는다. 이런 플레이에 꽂히게 된 계기가 있다. 옛날에 ‘페이커’ 선수가 말자하를 했던 경기다. 그가 사이드를 가지 않고 미드에 붙어서 사고(변수)를 내더라. 그 경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또한 대회에서는 변수창출을 해내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본대에 붙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 나는 사고를 낼 수 있겠다 싶어서 붙는 건데, 막상 가면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많다. 내가 조율을 잘해야 한다.”

-프로게이머인 곽 선수만의 승리 철학이 있을 것이다. 그게 더 옳은 플레이라고 여기는 것 아닌가.
“과거에는 그런 플레이를 해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은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양 팀이 무난히 성장하는 게임을 선호하지 않는다. (변수 창출을 위해) 본대에 붙곤 했다. 내가 사이드와 본대 합류를 잘 조율해야 하는데, 쉬운 문제는 아니다.”

 

-차기 시즌에 가장 견제되는 팀으로 T1과 담원 기아를 꼽았다.
“T1은 워낙 잘하는 팀이다. 사실 올해 롤드컵도 T1이 우승할 거로 예상했다. 잘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로스터를 오래 유지해온 만큼 내년에도 무조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담원 기아도 ‘칸나’ 김창동, ‘데프트’ 김혁규 선수가 합류했다. 기존 선수 3인도 실력이 좋아서 잘할 것으로 본다.”

 

-두 팀과 KT, 한화생명, 젠지, DRX까지 6개 팀이 우승을 다툴 가능성이 크다.
“그들도 잘할 거라 본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두 팀이 확실한 우승권이라 생각한다. 한화생명은 일부 선수들끼리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지만 이번에 처음 만나는 선수들도 있다. 젠지는 원거리 딜러로 신인을 기용한다. ‘딜라이트’ 유환중 선수도 올해 좋은 성적을 기록하진 못했다. 손발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한다. DRX는 주고받는 플레이를 잘할 거로 본다. 멤버 면면을 보면 이기적인 선수가 없다.”


-한화생명에서 ‘반지원정대’ 중 2인이 재결합했다. 둘의 특징을 잘 알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겠다.
“실력 좋은 선수들과 뭉쳤으니 두 선수가 더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올 거라 생각한다. ‘라이프’ (김)정민이가 뒤를 보지 않고 플레이하는 걸 알고 있다는 것 정도가 나의 이점(利點)이다. 그러면 정민이는 이 인터뷰를 의식해서 스타일을 바꾸겠지만. 하하.
올해 정민이가 KT에 있지 않았나. 정민이가 농심과 스크림을 하면 ‘보성이 형 무조건 여기 있을 거 같은데?’라면서 잠입을 시도하곤 했다더라. 참 한결같구나 싶었다.(웃음) 좋은 팀원들을 만났으니 더 잘할 것이다.”

-김정민은 곽 선수에게 게임을 많이 배웠다고 하던데.
“내가 정민이한테 게임을 가르친 적은 없다. 다만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정민이한테 요구했다. 그 당시에는 ‘얘가 내 말을 듣긴 하는 건가?’ 싶었다. 알고 보니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 정민이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했더라. 그 인터뷰를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르쳐준 적은 없는데 정민이 혼자서 열심히 배웠던 거 같다.”

 

-냉정하게, 차기 시즌에 KT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나.
“아직은 성급하지만, 나는 팀원끼리 호흡만 잘 맞춘다면 3위 안에 들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시우 형은 ‘최소 2위’를 바라보더라. 그 말을 듣고 자신감을 얻었다. KT는 안정적인 라인전이 강점이다. 강점을 잘 활용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체급이 중요하다.”

 

-LCK는 체급을 가장 중요시하는 리그다. 올해 롤드컵을 보면서 리그 관계자들이 체급에 과도하게 매몰됐던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DRX가 라인전에서 큰 타격을 입어도 운영으로 역전하곤 했다.
“나는 리그와 국제 대회는 다르단 인상을 받았다. 올해 롤드컵은 싸움 구도를 잘 잡는 게 승리로 이어지는 대회였다. DRX가 뭉치는 타이밍 잡기와 싸움 구도 설정, 그걸 정말 잘했다. 어디서 싸우면 자신들이 이기는지를 정말 잘 알았다. 올해 LCK에서도 DRX가 그건 정말 잘했다.”

 

-곽 선수의 목표는 기복 없는, 꾸준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
“기복 없는 정신 상태로 무장하는 게 중요하다. 솔로 랭크만 져도 화가 날 수 있다. 그런 감정적 기복을 잘 넘기고, 연습 게임을 복기해야만 꾸준히 실력을 유지할 수 있다. 사실 프로게이머들이 시즌 중에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많지 않다. 나는 올해 부진해서 화가 늘었다. 욕설도 전보다 자주 뱉는다. 고쳐야 한다.”

 

-결국 좋은 성적을 내야만 스트레스 해소가 되겠다.
“그렇다. 좋은 성적을 내야지 좋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겨야 게임 중에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도 활발하게 돌아간다. 지다 보면 ‘다음 경기는 이겨야 하는데…’ ‘이 구도는 어떻게 하는 거였지’ 같은 잡생각이 늘어난다. 그러면 할 수 있던 플레이도 안 되기 시작한다. 프로게이머에게는 승리가 곧 약이다.”

 

-팬과의 소통을 활발히 한다. 팬들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던데.
“팬분들이 워낙 좋아해 주시니 나도 즐겁다. 그것도 프로게이머로서 일종의 힐링이다. 팬분들께서 나를 좋아해 주시고, 나와의 소통을 즐겨주시면 행복하다. 시즌 중에는 감정적으로 예민해지는 편이어서 소통을 자주 못 한다. 오프시즌에 자주 해야 하는데, 쉰다는 핑계로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 죄송하다.”


-팬과 선수의 관계가 바람직해 보인다. 올여름 종각역 지하 전광판에 곽 선수를 응원하는 글과 사진이 실렸다. 팀이 부진에 빠지니 팬들이 포스트잇을 활용해 응원 메시지를 잔뜩 붙여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마우스도 팬이 특별 제작해준 것 같던데.
“응원 메시지를 보니 기분이 좋아지더라. 성적도 부진한데 좋은 말씀들을 써주셔서…. 시즌이 사실상 끝난 상황이었는데도 큰 힘이 됐다. ‘나머지 경기는 잘 마무리하자’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내 마우스도 정말 예쁘다. 다들 똑같은 마우스를 쓰는데, 나만 특별한 걸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팬이 선물해주신 마우스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끝으로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당장 나도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빨리 컨디션을 되찾고, 내년에는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올해 팬분들께서 우시는 모습을 봤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내년에는 꼭 웃게 해드리겠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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