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소환사이야기]'막눈' 윤하운의 새로운 도전

Talon 2013. 6. 13. 12:30

KT 롤스터로 둥지 옮긴 윤하운, '캡틴 막눈'이 될 수 있을까


LOL 프로게이머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윤하운.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이머 중 '가장 잘하는 선수'를 꼽으라면 누구를 들 수 있을까?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대답이 달라지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LOL 선수 중 누가 가장 스타 선수일까? 역시 갈피를 잡기 힘든 질문이지만 이번에는 답하기가 조금 더 수월해진다.

'막눈' 윤하운은 두 번째 질문에서 늘 첫 번째로 꼽히거나 적어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였다. 5:5 팀플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윤하운은 스타일리시한 플레이를 고수했고, 그에 맞는 성적을 냈다. 멋있게 싸우고 자주 이겼으며,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한 채 '꺼리'가 될 만한 멘트를 쏟아냈으니 인기를 끌지 못하면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전세계 LOL 스타 프로게이머들이 모여 들었던 상해 올스타 2013에 막눈의 이름은 없었다. 아니, 윤하운은 한국 올스타에도 뽑히지 못했다. 아마도 '누가 가장 잘하는 선수인가'라는 첫 번째 질문에 곧바로 '막눈'을 떠올리는 사람들보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았나 보다.

공식 석상에서 우리가 목격한 윤하운의 마지막 모습은 처참하게 누워 있는 티모였다. 올스타전 한국 대표로 뽑힌 선수들의 스파링 상대가 되어야 했던 윤하운은 전에 없던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공교롭게도 얼마 뒤 나진 소드를 탈퇴했다. 물론 아주 잠깐의 공백 이후 윤하운은 KT 롤스터 LOL팀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프로게이머 직업 체험을 하겠다며 찾아온 중학생 손님들이 유독 윤하운에게만 몰려 사인 공세를 펼쳐서일까. KT에서 만난 윤하운은 표정은 밝고 활기차 보였다. 잘 지내고 있는데 굳이 지난 얘기를 꺼내야 할까 싶었지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써킷 포인트를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이유, 나진과의 불화설, 올스타전 얘기까지 묻고 싶은 여러 가지를 물었다. 그리고 인터뷰는 순조롭게, 그리고 진지하게 진행됐다.

롤챔스 우승까지 일궈냈던 나진 소드에서 KT로 이적을 택했다
- 나진 소드에서 왜 나왔나요? 불화설이 있던데 시원하게 털고 갑시다.
"팀을 나오게 되면서 주변의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더라고요. 나진이랑 힘든 일 있었냐고. 물론 고민 많았고, 힘들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런데 그건 제 자신에 대한 고민이지 팀원들이나 감독님 때문이 아니에요. 그러니 불화설은 틀렸죠. 거취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가장 걸렸던 것은 써킷포인트였어요. 나진 소드가 우승을 한 번 했기 때문에 써킷포인트가 가장 높거든요. LOL 프로게이머라면 누구나 꿈꾸는 롤드컵 출전 기회를 버리기가 힘들었고, 나진 팀원들이 워낙 잘하고 열심히 하기 때문에 여기에 남아 있으면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제 자신이 싫은 거에요. 다 내려 놓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생겼고, 스프링 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박정석 감독님이랑 얘기를 많이 했고, 결국 KT에 오게 됐어요."

- 박정석 감독이 KT까지 태워다 줬다던데?
"네. 태워다 주셨어요. 나진에 1년 반 정도를 있었는데 제 짐이 엄청 많더라고요. 혼자 다 정리하려고 했는데 팀원들이 다 들어서 날라주고, 감독님이 KT 게임단 앞까지 바래다 주셨어요. 감독님은 끝까지 제가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 조언해 주시면서 자주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이지훈 감독님이랑 따로 통화도 하면서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팀원들이랑 그렇게 헤어지고 감독님이 태워다 주신다고 했을 때 울컥 하고 눈물이 좀 났어요."

- 불화설 말고도 돈만 보고 KT를 택한 것이란 얘기도 나오더라.
"만약 제가 돈만 보고 결정했다면 KT가 아닌 다른 팀에 갔을 거에요. 돈보다는 그냥 저한테 맞는 최적의 팀을 찾고 싶었고, 이지훈 감독님과 사무국 분들이랑 상담을 하면서 KT 롤스터가 정말 체계적인 프로게임단이라는 걸 느꼈어요. 특히 운동을 권장한다거나 스타마케팅 등 선수들에 대한 지원 및 복지가 좋아서 자기관리도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이랑 함께 생활한다는 점도 좋게 작용했어요. 특히 이영호 선수한테는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돈이 아니라 이런 점들이 제 마음을 움직였고요."

- 체계적인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느꼈나요?
"분명하게 느꼈어요. 하루에 10시간 이상 게임을 하다 보니까 이러다 한 번 몸이 불편해지면 힘들겠구나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연습이랑 운동, 이 두 가지에 포커싱을 맞추려고요. 또 제가 운동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데 프로게이머가 되고 나서 우울증이 생겼어요.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증후군)도 있고, 원래 있던 틱장애도 더 심해졌구요. 그래서 운동으로 이런 부분을 좀 해소시켜야 하는 것도 있어요."

윤하운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제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계기가 게임이 잘 안되고 사람들한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처음부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제 개인적으로 처음 데뷔했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마음가짐 뿐 아니라 환경 자체를요."

프로게이머 데뷔 이후 우울증 등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속사정을 털어놨다.
- 뭐가 그렇게 스트레스를 주던가요? 악플?
"사람들이 저를 미워한다고 생각하니까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또 제가 유명해진 만큼 주변 사람들을 챙겨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고 고향에도 내려가고 싶고,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도 계속 보게 되고… 하루는 정말로 저 혼자 있고 싶었어요. 그래서 숙소 근처에서 방을 잡고 혼자 시간을 보낸 적도 있어요. 티비 보고 노래하고, 춤도 춰보고 음식도 시켜먹고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한 서너 시간을 망나니처럼 있다 보니까 문득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죠."

- 단체 생활이 힘들었나 보군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팀의 문제가 아닌 저 개인의 문제였죠. 한 번의 각성 이후로 지금은 그런 것들을 다 정리했어요. 제 경험상 저는 한 번에 3가지 이상을 집중하면 효율이 떨어져요. 그래서 연습-운동, 앞으로는 이 두 가지만 신경 쓰고 살 거에요. 왜 시험 보기 전날에 게임 같은 건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예전에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그런 얘기를 하면 못 알아 들었는데 이제는 알겠어요. 저도 이제 대회 전에는 다른 생각 안하고 집중하는 버릇을 들이려고요. 공부든 게임이든 어느 분야든 성공의 길은 똑 같다고 생각해요."

- 한 가지 일에 미쳐야 한다는 거군요. 그런데 LOL은 스타와 달리 5:5 팀게임이잖아요. 나 혼자서 각성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쉽지 않겠어요.
"지금 KT 롤스터 A팀은 처음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들 열의가 넘쳐요, 하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잘 모르는 부분이 많겠죠. 제가 프로게아머 생활을 먼저 해봤고 힘들어 봤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도움을 주고 싶어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정말 집중하고 싶으면 머리 속에 3가지 이상의 생각이 있으면 안돼요. 우리 팀원들도 계속 게임만 생각하고 게임만 연습했으면 좋겠어요."

"나진에 있을 때 대단하다고 느낀 선수가 '카인' 장누리 선수였어요. 그 형이 원래 정글러였거든요. 그런데 '와치'가 들어오면서 서포터를 할 사람이 없는 거죠. 그 때 누리 형이 '한 달만 시간을 주면 내가 매라만큼 해줄게'라고 했어요. 원래 엄청 진지한 사람인데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니까 말에 무게감이 확 실리는 거죠. 또 저는 진짜로 누리형이 그만큼 해줬다고 생각해요.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 형 머리 속에 LOL 밖에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들은 제가 보고 배웠죠. 나진이 우승했던 건 나이가 많은 팀원들이 다른 생각 하지 않고 연습만 열심히 해서에요. 형들은 절실했거든요. 앞으로도 잘 할거라고 생각해요."

- 여전히 장난도 잘 치고 해서 몰랐는데 각성한 모습이네요.
"여기 와서는 더 진지해졌어요. 한편으로는 예전에 제 모습을 보면 지금의 저와는 다른 사람 같기도 해요. 일단은 떨어진 페이스를 끌어 올려야죠. 저 급해요. 까불거리거나 딴짓할 시간 없어요. 계속 연습하고 실력 쌓아서 자신감이 차오르면 그 때 제대로 보여드려야죠.

스스로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윤하운.
- 마지막 질문이에요. 1년 후에 막눈은 올스타전에 뽑힐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그냥 전 1년 후의 제 모습으 스스로 후회하지 않을 수 있으면 돼요. 게으름을 얼마나 피우고 나태하게 지냈는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 자신은 알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후회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올스타전이니 우승이니 이런 건 다 부가적인 거에요."

인터뷰를 길게 할 필요는 없었다. 윤하운이 왜 지금의 자리에 왔고, 어떤 생각으로 와 있는지가 중요했을 뿐. 팔로어 수가 2만 명에 가까운 '롤스타' 윤하운의 트위터는 지난 올스타전 이후로 한 달 가까이 멈춰 있다. 연습과 운동에만 집중한다고 해도 '막눈'다운 모습이 아예 사라진다면 그건 별로다. 팬들도 "Captain MakNooN on Duty!"를 외치는 그의 모습을 하루 빨리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까.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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