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의무 운영규정 폐지가 화근
선수협 등 반발 리그 보이콧 선언
LoL 위기론은 한국에서도 제기
지난 수년간 선수들 몸값 폭등
미국 e스포츠 프로리그가 선수협회의 파업으로 잠정 중단됐다가 2주 만에 재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애초 지난 1일 시즌을 시작해야 했으나, 2군 팀의 운영 여부를 놓고 리그 사무국과 선수협이 대립을 이어오다가 결국 파행에 이른 것이다.
‘LoL 챔피언십 시리즈(LCS)’는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의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리그다. 이번 리그 중단 사태는 지난달 말 사무국이 프로게임단의 2군 의무 운영 규정을 폐지한 게 화근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선수협이 반발, 1군 선수들까지 합세해 리그 보이콧을 선언했다.
LCS 팀들은 대체로 2군 운영에 회의적이었다. 2군은 차세대 유망주를 육성하기 위한 텃밭이 돼야 하는데, 오랫동안 차세대 스타 발굴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더는 운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까닭이다. 사무국이 의무 운영 규정을 폐지하자 10개 팀 중 절반 이상이 곧바로 2군 팀을 해체했다. 그러자 선수협이 발끈했다. 선수협과 사무국의 갈등은 약 2주가량 이어지다가 지난 9일 미완인 채로 봉합됐다. 선수협은 “2군 리그 우승 선수들에게 이듬해까지 계약을 보장할 것” 등을 추가로 요구했으나 사무국은 “건전한 리그 운영을 위한 필수요소가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결국 양측은 기존 예정보다 2주 늦은 오는 15일에 여름 시즌을 개막하는 데 합의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업계에서 북미는 한국, 중국, 유럽과 함께 ‘4대 메이저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규모나 명성에 비해 성적이 부진하다. 전 세계의 팀들이 한데 모여 경쟁하는 국제대회에서 북미 팀들은 수년째 조별 예선을 뚫기도 버거워했다.
북미 리그를 경험해본 한 국내 관계자들은 “타고난 재능을 탓하기에는 최상위 팀을 제외하곤 연습량부터가 너무 적다”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높은 물가 때문에 선수들의 임금 수준은 높은 편에 속한다. 북미 2군 선수들의 최저연봉은 국내 프로리그 1군 선수 수준에 필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프로리그의 1군 최저 연봉은 6000만원이다.
현재 북미 LoL 프로 대회는 게임의 인기 하락과 차세대 스타 부재로 인한 시청률 감소, 리그와 스폰서십을 맺었던 가상화폐 업계의 위축 등 고민거리가 산적해 있다. 종목사인 라이엇 게임즈는 그간 주말에 리그를 진행해 오다가 올해부터 평일로 시간대를 바꿨다. 황금시간대인 주말엔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자사 게임 ‘발로란트’ e스포츠 대회를 편성했다.
LoL 위기론은 미국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한국 e스포츠 프로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역시 팀들이 지난 수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오른 선수들의 몸값을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미 지난해부터 일부 팀들이 중견급 선수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어린 선수를 기용하는 ‘복권 긁기’에 들어갔다. 내년에는 더 많은 팀이 유망주 육성 및 테스트로 운영 기조를 바꿀 전망이다.
LCK에서 소위 A급이나 B급으로 평가받는 프로게이머들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십수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로 꼽히는 프로야구 스타들보다도 많은 돈을 받는 셈이다. 팀들의 수익창출이 지지부진하자 LCK 사무국은 팀당 연봉총액에 상한선을 두는 ‘샐러리 캡’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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