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상징적인 인물인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허 전 감독은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두가 축구협회의 환골탈태를 바라지만, 거대한 장벽 앞에서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저는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허정무 감독은 선수 시절에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1980년대에는 네덜란드의 PSV 에인트호번에서 뛰는 등 유럽 무대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특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을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으로 이끌며 큰 업적을 남겼다. 이후에는 행정가로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축구 행정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쌓았다.
그는 "대한민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며 현재 한국 축구의 상황을 비판했다. 허 전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비효율적인 운영 체계가 시스템 붕괴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며, "불투명하고 미숙한 행정의 연속으로 협회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고, 대한민국 축구는 퇴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전 감독은 "이 추락을 멈춰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려내는 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며 대한축구협회의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동행', '공정', '균형', '투명', '육성'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하며 축구계의 문제를 해결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협회의 열린 경영과 활발한 소통,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절차, 팬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조직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국가대표 감독과 선수 선발, 계약 체결 등을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위원회가 운영하도록 하여 협회장이나 집행부의 영향력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 전 감독은 현재 비판받고 있는 국가대표 사령탑 선임 시스템에 대해서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장기간 검증과 협의를 통해 선임 결정을 내릴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제 경험이 풍부한 축구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새로운 행정 리더로 양성해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며 유능한 후배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특히 박지성, 이영표와 같은 협회 행정 경험이 있는 후배들이 향후 행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전에는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허 전 감독은 지역협회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과 선임 시스템 마련, 축구 꿈나무 육성과 여자축구 경쟁력 향상 등 다양한 과제를 언급했다. 그는 "비즈니스맨"으로서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발로 뛰며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
또한 그는 천안축구종합센터와 관련하여 "너무 급하게 추진된 것 같다"고 지적하며, 기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를 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천안 센터가 지어지더라도 '투트랙'으로 이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허정무 전 감독은 내년 1월 8일 예정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첫 번째 인사로, 현재 4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몽규 현 회장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후보자 등록은 12월 25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며, 선거 이후 1월 22일 정기총회부터 새 회장의 임기가 시작된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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