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고민이다.”
KIA 타이거즈 간판스타 김도영(22)의 타순 논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범호 감독은 여전히 ‘3도영’을 선호한다. 그러나 16일 시범경기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둔 그의 발언 뉘앙스는 이전과 약간 달랐다. 여전히 3도영을 가장 많이 볼 확률이 높지만, ‘2도영’이 급부상했다. 2도영의 가동 비중이 늘어날 조짐이다.
2도영을 처음 선 보인 건 14일 잠실 두산 베어스 전이었다. 15일 광주 삼성전까지 연이틀 가동했다. 박찬호와 테이블세터를 이뤘다. 중심타선은 3번 나성범~4번 패트릭 위즈덤~5번 최형우였다. 김선빈과 최원준은 14일 경기서 6번과 9번으로 각각 내려갔다. 15일에는 최원준이 7번, 2루수 서건창이 9번이었다.
즉, 기존 2번 요원들이 하위타선으로 이동하고 김도영~나성범~위즈덤~최형우가 차례로 한 타순씩 올라갔다. 클린업쿼탯의 형태는 바뀌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다양한 조합을 시험하는 차원에서 이렇게 두 경기를 운영했다. 그런데 막상 공격흐름이 생각보다 더 좋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 15일 경기 3회에 박찬호가 볼넷으로 출루하고 김도영이 우중간 3루타로 곧바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있었다. 3~5번에서 안타가 터지지 않았으나 위즈덤의 3루 땅볼로 이 이닝에 손쉽게 2점을 뽑아냈다.
이범호 감독은 15일 경기를 앞두고 김도영의 타순에 대해 “제일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3번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데 3번에 갖다 놓으니 앞에서 공격력이 살아나는 것 같다. 조금 트인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했다.
홍세완 타격코치가 2도영을 적극 추천한 듯하다. 이범호 감독은 “타격코치와 얘기하는데, 원준이나 선빈이가 출루율 3할 6~8푼까지만 유지하면 3~5번을 도영이, 성범이, 위즈덤으로 가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도영이를 2번에 줘서 투수들이 (박)찬호에게 공격적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보이면 2~3번으로 돌아가며 써야 하지 않을까. 득점력이 어느 게 나을지 판단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김선빈과 최원준이 높은 출루율을 보여주면 이범호 감독의 원안대로 3도영으로 간다. 그러나 여기엔 고민이 있다. 김선빈은 통산 출루율은 0.375로 괜찮다. 그러나 김선빈은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니다. 김도영이 장타를 날리면 박찬호의 득점확률이 김선빈보다 훨씬 높다. 발 빠른 최원준을 2번에 놓자고 하니, 통산 출루율은 0.353으로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다. 컨택 능력이 좋지만, 공을 아주 잘 고르는 스타일은 아니다. 쳐서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때문에 이범호 감독은 시즌 내내 3도영과 2도영을 번갈아 사용할 방침이다. 김선빈이나 최원준의 타격감이 안 좋을 땐 2도영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단, 이범호 감독은 고정타순을 선호하는 스타일이어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3도영 혹은 2도영 중 하나의 비중이 커질 수도 있다. 현시점에선 2도영의 가동 확률은 시즌 전 구상과 비교해 높아졌다.
2도영의 또 다른 장점은 박찬호가 김도영의 우산효과를 본다는 얘기다. 박찬호로선 김도영이 바로 뒤에 있으면 투수들이 자신에게 피해 가는 승부를 훨씬 덜할 것이다. 박찬호는 지난 1~2년을 기점으로 확실히 타격에 물이 올랐다. 이젠 OPS 0.8을 향해 달린다. 2도영은 그런 박찬호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박찬호에 대한 투수들의 공격적인 승부를 언급한 이유다.
이범호 감독은 “2번의 출루율이 높지 않으면 도영이가 2번을 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2번의 출루율이 중요하다. 도영이가 3번에 있는 게 득점확률이 높지만, 2번의 출루율이 안 나오면 도영이를 앞에서 놓고 활발하게 움직이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선수들은 확실히 타순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김도영은 “그게 왜 논쟁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신경 쓰인다. 웃더니 “팀에는 중요한 자리다. 선수들은 신경 안 쓰이지만 경기를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선 점수를 내는 포인트가 달라지니까 고민은 된다”라고 했다.
2도영의 비중이 높아질 분위기다. 시즌 개막 후 2도영과 3도영 시 KIA의 득점력, 김도영의 기록들이 표본이 쌓이면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 출처 :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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