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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김정민-신정민의 히어로즈 슈퍼리그 시즌3과 결승 이야기

Talon 2016. 10. 2. 00:04

2016년 여름 해운대에서 시작한 슈퍼리그가 어느덧 결승만을 남겼다. 지난 시즌 결승에서 충격적인 영패를 당한 MVP 블랙이 시즌1의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결승에 선착했고, 흩어진 TNL 선수 중 일부가 모여 만든 L5가 4강 최종전을 통해 결승에 올랐다. 

이번 시즌 슈퍼리그는 몇 가지 변화를 맞았다. 먼저 선수들은 '동네축구'라고 불리던 게임 스타일에서 탈피해 다양한 경기 양상과 더불어 영웅이 등장하며 리그의 재미를 더했다. 중계진 역시 변화가 있었다. 기존 중계진인 정우서 해설이 빠지고, 그 자리에 신정민 해설이 투입된 것.

슈퍼리그 결승을 앞두고 이번 시즌 합류한 신정민 해설, 그리고 기존 해설진인 김정민 해설을 만나 새로운 중계 조합, 그리고 결승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시즌 중반 신정민 해설이 합류했다. 호흡을 맞춰보니 어떤지.

신정민: 슈퍼리그 해설진에 합류하기 전 나 스스로 히어로즈 중계는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상현 캐스터나 김정민 해설과 같이 해보니 해설을 하는 방법을 잘못 배웠다고 느꼈고, 처음부터 배우는 자세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하나하나 익히며 중계하다 보니 벌써 결승이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가더라.

김정민: 저렇게 말하지만, 옆에서 내가 보기에는 정말 잘하고 있다. 신정민 해설의 욕심이 커서 스스로 만족 못하고 있는 거다. 시청자들이 신정민 해설을 좋아한다. 이게 제일 중요한 거다(웃음).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해설하니 더 잘해줄 거로 생각한다.

다들 다른 리그나 종목을 중계하는데, 유독 슈퍼리그에서만 셋의 뻔뻔함이 그대로 드러나 중계가 재미있다고 시청자들 말한다.

김정민: 중계하면서 채팅창만 봐도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시청자들이 재미있다고 반응하면 중계하는 나도 행복해진다. 그런 칭찬에 나도 더 열심히 중계한다.

신정민: 처음 슈퍼리그에 합류했을 때 다른 리그에서 보여주던 당돌함이나 주도적인 모습을 함부로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 오히려 같이 중계하는 형들이 더 과감하고 뻔뻔하게 중계하라고 하더라. 형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배우고 있다.
 

기존 전략적인 모습보다는 우르르 몰려다니며 싸우던 '동네축구'식의 경기에서 슈퍼리그 4강부터 밴픽부터 경기 운영까지 전략적인 모습이 많이 나타났다. 또한, 일방적인 경기가 아닌 매 세트 접전이 벌어진다. 경기 양상이 바뀐 이유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정민: 지난 시즌 이후 TNL이 해체되고 선수들이 흩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새로운 팀에 들어가며 전체적으로 리그 경기력이 올라갔다. 결과적으로 TNL 두 팀과 MVP 두 팀이 4강에 오른 셈이 됐다. 다들 실력이 있는 팀이라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

신정민: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다르다. 저번 시즌까지 선수들이 자신이 스스로 한계를 정해뒀다는 느낌을 받았다. 본선 진출이나 4강 같은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가 정해지면 만족하는 거다. 무조건 선수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게, 연습 환경이 좋지 않다 보니 자신들의 한계도 있고 현실과도 타협해야 하는 거다.

김정민: 연습 환경이 만들어지면 프로 마인드는 저절로 생긴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블리즈컨이 걸려있다. 블리자드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무대가 블리즈컨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준비한 게 경기력으로 나타난 거다. 그리고 어느 팀이든 열심히만 하면 MVP 블랙 바로 아래 단계까지는 갈 수 있다고 보여준 게 이번 시즌이다.

다양한 맵과 영웅이 리그 내에서 보인 것도 변화 중 하나인데.

신정민: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방식을 바꿨다. 예전에 무조건 강한 영웅을 가져오면 좋다고 생각했지만, 4강 이후 선수들이 눈앞에 좋은 영웅을 가져오기보다 한 수 앞을 바라보고 조합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만약 발라를 뽑는다면 상대는 발라와 조합될 영웅까지 고려한 픽을 선택하는 거다. 이렇게 변화를 시도하다 보니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영웅이 나오기도 했다.

김정민: 한국은 새로운 영웅이나 조합을 안 하려고 한다. 선수, 중계진, 게이머 모두 정해진 그림을 다듬는 걸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정해진 한계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MVP 블랙은 파멸의 탑을 정말 싫어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MVP 블랙은 파멸의 탑을 1세트에 두 번이나 배치했다. 승리를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프로게이머로서 정말 멋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밴픽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박상현 캐스터도 맞출 정도로 밴픽이 단조로웠다. 박상현 캐스터도 게임을 하는 사람이지만, 게임을 안다면 누구나 맞출 단순한 밴픽이 리그에 나온거다. 하지만 목표가 생기니 선수들이 모든 면에서 상대를 압도하려 하고, 그런 과정에서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밴픽를 가져오며 경기가 재미있어졌다.
 

이번 결승에 먼저 진출한 팀은 MVP 블랙이다. 지난 시즌 템페스트에게 패하며 왕좌를 내줬는데, 이번 시즌 다시 빼앗긴 왕관을 찾을 수 있을까?

신정민: MVP 블랙은 시즌1에서 압도적인 모습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시즌2에 다른 팀이 자신을 쫓아오지 못할 거라고 방심한 거 같다. 이런 생각으로 새로운 도전보다는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템페스트는 이런 상대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새로운 메타와 영웅을 들고 MVP 블랙을 결승에서 꺾었다. 누구도 템페스트가 질 줄 몰랐고, MVP 블랙도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MVP 블랙은 자신들이 먼저 약점을 고쳐서 들고 나왔다. 그래서 다시 시즌1의 모습을 보이며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김정민: 시즌2에서 템페스트는 정말 거침없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모습보다는 지키기에 나선 MVP 블랙은 템페스트에 결승에 패배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래도 이게 약이 돼서 시즌3 MVP 블랙은 이전 시즌의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바로 원래 실력을 보였다. MVP 블랙이 가장 못 했던 시즌 성적이 준우승이다. 그만큼 대단한 팀이다.

MVP 블랙에서 이번 시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를 꼽자면.

신정민: 시즌 시작 전까지 '리치' 이재원이 좋은 모습을 보일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전사 포지션인 '사인' 윤지훈이 정말 많은 걸 해주고 있다. 히어로즈에서 전사는 눈에 띄지 않는 포지션이다. 하지만 윤지훈은 전사의 틀을 깨고 더 많은 걸 하고 있다. 상대의 진형을 밀어내고 아군을 보호하는 것은 기본이고, 퇴각하는 적을 추격해 다시 흔들어준다.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능동적인 모습으로 팀의 중추적을 역할을 하며 이번 시즌 MVP 블랙을 결승까지 올렸다.

김정민: 나도 같은 생각이다. 특히 윤지훈은 자기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아는 선수다. 상대가 아군 딜러를 노리고 치고 들어올 순간을 미리 가서 지키고 있다. 상대가 진입하는 걸 미리 막아두니 아군 딜러들이 마음 놓고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윤지훈은 팀원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전사다. 믿음이 생기니 전력이 강해지고, 전력이 강해진 MVP 블랙이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최종전을 통해 결승에 오른 L5 역시 지난 시즌 템페스트에게 밀려 결승에 못 간 TNL 선수들이 포함돼 있다. 이번 시즌 다시 결승에 오를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민: L5는 TNL보다 강하다. TNL은 의사소통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개인의 실력은 좋지만, 소통이 없다 보니 MVP 블랙에 결국 밀렸다. 하지만 L5는 아니다. L5는 열려있는 팀이다. 팀원이 포지션을 바꾸고, 밴픽도 과감하다. TNL이면 결승 기대가 안됐겠지만, L5라 이번 결승이 결과를 떠나 정말 기대된다.

신정민: 이번 시즌을 앞두고 L5는 정말 즐거운 마인드로 만들어진 팀이다. 대회도 즐겁게, 탈락해도 서로 즐겁게, 심지어 시즌이 끝나고 누군가 다른 팀에 영입돼도 즐겁게 보내주자는 팀이다. 1세트를 져도 부담 없이 2세트를 준비한다. 앞에 어떤 일이 있던 그건 지난 일이다. 오히려 더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영웅을 꺼내고, 결국 결승까지 왔다. L5의 힘은 즐거움이다.

김정민: 그리고 다들 경험이 많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새로운 조합을 꺼내도 영웅은 이미 익숙하다. 이런 경험으로 상대 영웅과 조합의 장단점을 알고 빈틈을 찾아낸다. 해머 상사로 MVP 미라클을 꺾은 게 이 결과다. 우리도 놀랐다. 전문가라면 실바나스 정도를 생각하던 상황에서 다양한 전문가를 꺼내서 경기를 재미있게 만든다. 경기하는 선수도, 중계하는 우리도, 보는 시청자도 모두 즐거운 경기가 L5의 경기다.

그렇다면 L5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가 있다면.

신정민: 정말 다 잘한다. 누구 하나가 강한 팀이 아니라 모두가 뭉쳐 강한 팀이 L5다. 경기가 끝나고 MVP를 선정할 때 항상 고민된다.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그 중에도 그간 저평가됐던 '나초진' 박진수가 이번 시즌 정말 두각을 드러내며 성장했다.

김정민: 개인 기량에서는 모두 MVP 블랙에 앞서지는 못한다. 하지만 다들 긍정적인 마인드다. 그래서 자신의 한계 이상으로 잘한다. 그중에서도 '스워이' 김승원의 자신감이 대단한 거 같다. 이 선수는 L5가 아니라 어느 팀에 가도 잘할 선수다.
 

MVP 블랙과 L5의 결승 대결은 어떻게 예측하는지.

김정민: MVP 블랙이 강해 보인다. 하지만 우승할 거라는 확신은 못 준다. 그만큼 박빙이다. 여태까지 슈퍼리그 중 이번 결승이 제일 치열할 거다. 예전의 MVP 블랙이 이전보다 실력이 못한 게 아니다. L5가 그만큼 따라왔다. 

신정민: 결승은 7전 4선승제다. 기존의 5전 3선승제면 L5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7전 4선승제가 되면 판이 달라진다. 이 부분에서 연습 상대가 있는 MVP 블랙이 더 유리하다. L5는 연습 상대를 구하기 힘든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MVP 블랙의 뒷심이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 거다. 하지만 L5가 1세트를 가져가면 분위기가 바뀔 거 같다.

김정민: 지난 시즌의 MVP 블랙이라면 L5가 가볍게 이길 거로 보이는데, 이번 시즌 MVP 블랙의 특징은 절대 하던 대로 하지 않는다는 거다. 어떻게든 꼬아올 거고, 여기에 TNL 출신 선수들의 MVP 블랙 공포증까지 겹치면 경기는 쉽게 한쪽으로 기울 거로 본다. 나도 프로게이머 출신이고, 매번 지는 상대를 만나면 전날 잠도 안 온다. L5 선수들도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L5가 불리한 건 맞다. 하지만 그 차이는 적다.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결승을 기대하는 슈퍼리그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신정민: 이번 결승을 기다리는 슈퍼리그 팬은 정말 즐거울 거 같다. 중계하는 나도 결승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정말 드라마틱한 경기가 나올 거 같다. 그간 히어로즈나 슈퍼리그에 관심은 있지만 경기를 접하지 못한 분이라면 이번 결승이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거다. 현장에 오시는 것도 좋고, 티비나 온라인으로 시청하시는 거도 좋다. 다만,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결승만큼은 번거로움을 제쳐두고 꼭 현장에 와주셨으면 좋겠다.

김정민: 리그에 메타, 즉 트렌드가 중요한 만큼 중계에도 트렌드가 중요하다. 리그 중계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건 슈퍼리그라 생각한다. 적절한 재미와 적절한 감동, 그리고 적절한 뻔뻔함이 아우러져 리그의 재미를 더 끌어내 보는 분들의 재미를 더하겠다. 이번 결승에서 정말 다 보여드리겠다.

신정민: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김정민: 이미 많이 관심 주셨지(웃음).

신정민: 결승을 준비하는 모두가 재미있는 경기를 위해 준비하고 있으니 꼭 결승에 함께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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