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기획] 오버워치, '하는 재미'와 '보는 재미' 간극 좁힐 수 있을까

Talon 2016. 10. 9. 16:37

7일 저녁 서울 상암동에서 오버워치 국내 공식대회가 첫 발을 뗀다. 오버워치는 철옹산성(鐵甕山城) 같던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점유율을 깨뜨린 게임인 만큼 e스포츠 종목으로서의 기대감도 꽤 높다.

오버워치의 성공요인에 대해 소논문이 작성되는 등 다양한 해석들이 나왔다. 논지의 차이는 있지만 그 모두는 블리자드의 ‘센스’ 내지는 ‘발상의 전환’을 성공의 제1요인으로 꼽았다. ‘하는 재미’에 매료된 유저들은 2차 창작물을 쏟아내며 떠오르는 지적 재산(IP)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보는 재미’로 연결된다곤 볼 수 없다. 보는 재미란 비단 e스포츠대회뿐 아니라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의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아프리카TV, 트위치코리아 등 국내 유명 스트리밍 방송들은 오버워치가 ‘시청 콘텐츠’로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고 말한다. 첫 공식 대회가 이 난제에 대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는 대회를 보는 또 다른 기대요소다.

◇‘즐겜’의 조건을 아는 블리자드

언제부턴가 온라인게임을 하기 두려운 시대가 됐다. 어떤 게임을 하든지 팀 기반의 협업이 강제되는 상황에서 “못하면 어쩌지”의 공포가 유저 사이에 공공연히 엄습한다. 실력에 따라 등급시스템이 가동되지만 그 안에서도 항상 잘할 수는 없다. 한 번의 실수는 곧 분노와 질타로 바뀐다. 익명의 언어폭력은 ‘즐겜’의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게임의 정체성과도 같은 팀플레이를 버릴 순 없는 노릇이다. 게임 제작사들은 다각적인 신고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유저들은 실제로 비매너 플레이어가 제재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힘들다. 엄밀히 말하면 그저 방금 스쳐 지나간 악성 유저에 대한 제재여부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다음 게임에서 그를 다시 만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이 문제는 좀처럼 해답을 찾기 힘들어 보였다. 완벽한 게임 밸런스와 무관하게 대전 게임에는 늘 상대적인 우열이 가려진다. 한 명의 슈퍼 플레이어가 있었다면 아홉 명의 못했거나 애매했던 유저는 ‘워스트 플레이어 후보’가 된다. ‘워스트 플레이어’는 때론 복수가 될 수도 있으며, 게임에 참여한 유저들마다 상이한 평가기준이 있다. 때문에 갈등의 불씨는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급속도로 지펴진다.

이런 상황에서 블리자드는 생각을 달리했다. 비매너 유저를 잡아내기보다 이타적·헌신적 플레이를 부각시키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갈등의 간격을 좁혔다. 킬을 높이거나 대미지 딜량이 높아야만 ‘슈퍼플레이’로 부각되던 기존 인식은 오버워치로 인해 새롭게 쓰였다. ‘슈퍼 플레이’ 대신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이 더 부각되는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다.

좀 더 힐을 잘 하거나, 혹은 임무 기여도가 높으면 ‘베스트 플레이어’가 될 자격이 주어진다. 그리고 게임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은 유권자가 돼 자신들의 기준에 맞는 최고의 플레이어를 선정한다. 근래엔 슈퍼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힐러가 가장 높은 빈도로 베스트 플레이어로 선정된다. 샷감을 뽐내거나 환상적인 궁극기 활용을 선호하는 플레이어들은 오히려 흥미도가 떨어지는 힐러 캐릭터들의 ‘희생’을 잘 이해하고 있고, 실제 투표에서 이를 반영한다. ‘뒷바라지’의 대명사가 이제는 ‘주역’이 된 셈이다.

오버워치는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팀플레이를 요하는 어떤 게임이든 인성의 교환은 필수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게임 중 대화창을 볼 시간은 적고, 종료 후에도 조우시간은 짧다. 잠시간 누구에게 투표를 할지를 고민하다보면 어느덧 화면은 다음 게임 시작을 위해 연산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하는 재미’가 보장하지 않는 ‘보는 재미’… APEX 통해 e스포츠 가능성 가늠

아무리 시스템이 완벽해도 재미없으면 안 하는 게 온라인게임 생태계다. 그런 측면에서 오버워치는 꽤 재밌는 게임이다. 각기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와 다양한 승리조건이 담긴 필드는 끊임없이 새로운 즐거움을 창조해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오버워치는 재밌는 게임이다. 오버워치는 잠깐 한 판 하기에도 좋고, 오랜 시간 붙잡고 있기에도 몰입도가 높다. 한때 잦은 서버다운 이슈로 유저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국회의원까지 나서 서버관리 행태를 꼬집었음에도 여전히 온라인 게임 점유율 1위(10월 첫째 주 기준)를 기록 중인 것을 보면 이 게임이 얼마큼 대단한 재미를 선사하는 지 가늠해볼 수 있다.

하지만 오버워치의 ‘하는 재미’가 ‘보는 재미’, 더 나아가 e스포츠 종목으로서의 성공을 보장하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오버워치는 이미 두터운 유저층을 바탕으로 대회 흥행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이것이 대회에 대한 관심의 지속성, 곧 e스포츠 대회에 대한 팬덤(fandom) 형성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국제적으로 축구 대회가 연령·성별에 관계없이 보편적 인기를 끌고 있듯, e스포츠 대회 역시 게임을 한 개인이 ‘하거나’ ‘잘 하는 것’과 별개로 보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아프리카TV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8월 오버워치를 플레이한 BJ(Broadcasting Jockey) 상위 27인의 오버워치 방송 누적시청자수는 207만7574명, 최대시청자수 합계는 13만9507명이었다. 이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누적 시청자수(434만3836)와 최대시청자수 합계(22만4504명)의 절반 수준으로, 게임트릭스에서 발표한 8월 게임 사용시간 점유율(오버워치 30.48%, LoL 24.65%)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오버워치 방송을 즐겨 본다는 한 유저는 “오버워치는 다른 게임에 비해 플레이타임 대비 피로도가 높다”면서 “스트리밍 방송도 마찬가지다. 1시간 이상 보기에 무리가 있다. 하스스톤이나 LoL 등 다른 게임채널로 나도 모르게 돌리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오버워치는 여타 FPS장르 대비 화려한 연출을 자랑한다. 각 캐릭터별로 기본 공격 이펙트가 다르고, 각종 스킬과 궁극기 또한 다채롭다. 하지만 이러한 호화로움은 게임을 관전하는 입장에선 다소 조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오버워치를 FPS(First Person Shooting)보다 AOS(Aeon of Strife) 내지는 MOBA(Multiplayers online Battle Arena)로 보는 시각도 상당한데, 해당 장르의 주된 특징인 ‘계속적인 전투’를 감안하면 휘황찬란한 효과들이 마냥 보기 좋을 수만은 없다. 더구나 오버워치는 근접,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영웅으로 구분되고, 역할군에 따라 탱커, 힐러, 딜러, 보조로 세분화된다. ‘보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 모두를 한 화면에서 구분지어 볼 수 없다. 겹겹이 발생하는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른다. 얼기설기 섞여 전투를 벌이는 캐릭터들을 보고 있자면 누가 어떤 스킬을 쓰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게임을 정말 많이 해보지 않고는 어떤 캐릭터가 뭘 하는지 알기 힘들다.

트위치 코리아 한 관계자는 “초반 오버워치가 출시됐을 때의 폭발적인 반응에 비해 지금은 스트리머(방송 콘텐츠 송출자)나 시청자가 많이 줄었다”면서 “지금도 게임 자체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인터넷 방송 콘텐츠로 연결이 썩 잘 되고 있진 않다”고 전했다.

기술적 보강의 여지가 있는 e스포츠는 어떨까? 마찬가지로 당장은 ‘오리무중’이다. 옵저빙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뜨거운 감자다. APEX에 앞서 진행된 국내 오버워치 대회에서는 옵저버 증강, 미니맵 도입, 시청자 자유시점 제공 등 나름 유의미한 의견이 교환됐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조잡함’을 해결할 뾰족한 대안은 없었다.

앞서 트위치 코리아는 ‘VSL 오버워치 코리아 2016 시즌1’ 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 또한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오진 않았다. 관계자는 “첫 시즌 좋은 성과가 나왔다면 바로 두 번째 시즌을 준비했을 테지만, 그러지 못한 상황”이라면서도 “표준을 제시할만한 공식 대회가 무사히 치러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OGN은 APEX 첫 시즌에 참가할 12개 팀과 해외 초청 4개 팀을 지난 2일 확정지었다. 마이너대회 격인 ‘챌린져스’에 참여한 12개 팀 또한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블리자드 코리아 관계자는 “우리는 종목사이고, 옵저빙 등의 문제는 방송사에서 다룰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OGN 관계자는 “옵저버를 더 늘린다던지 화면 수를 늘리는 등의 테스트를 계속 하고 있지만, (현재 지적되는 문제들에 대한 대안이) 구체적으로 나온 건 없다”면서 “제작진들이 시청 편의 향상을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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