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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2018 롤챔스 봄 결승이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

Talon 2018. 4. 16. 09:15

비 오는 날 5300명의 관중 앞에서 킹존이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경기력이 일취월장한 아프리카를 상대로 첫 세트를 내줬고, 경기 내에서도 위기를 몇 번 맞았지만 3대 1의 세트 스코어로 경기를 끝냈다. 작년 서머 우승에 이어 이번 스프링 우승까지, 킹존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봐도 충분할 정도의 경기력을 보였다.

롤챔스 역사에서 연속으로 우승한 팀은 2015 스프링부터 2016 스프링까지 3연속 우승을 차지한 SK텔레콤과 2017 서머와 2018 스프링을 우승한 킹존 두 팀뿐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롤챔스에서 연속 우승의 의미는 크다. 킹존의 시대가 열린 것 이외에도 이번 롤챔스 결승은 의미를 가졌다. 그동안 롤챔스 결승에서 꼭 있어야 성공한다고 생각했던 요소들 없이도 경기장을 꽉 채운 결승이 이번 결승이다.

킹존과 아프리카의 결승을 앞두고 결승 관중석을 다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돌았다. 단일팀 체제 이후 흥행 보증 수표이자 한국 e스포츠의 뜨거운 아이콘인 이통사 두 팀이 출전하지 못한 첫 결승, 역시 단일팀 체제 이후 수도권을 벗어나 처음 열린 결승이었기에.

SK텔레콤 대 GE 타이거즈의 2015 스프링, SK텔레콤 대 kt 롤스터의 2015년 서머, SK텔레콤 대 락스 타이거즈의 2016 스프링, kt 롤스터 대 락스 타이거즈의 2016 서머, SK텔레콤 대 kt 롤스터의 2017 스프링, 그리고 SK텔레콤 대 롱주 게이밍의 2017 서머까지. 언제나 롤챔스 결승 한쪽에는 이통사 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결승은 아니었다. 2017년 서머에서야 제대로 자리 잡은 킹존과 작년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아프리카가 결승에 진출하며 경기 전 결승전 경기장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돌기도 했다. 
 

이러한 걱정에는 수도권을 벗어난 첫 결승이라는 점도 빠질 수 없었다. 단일팀 체제 이후 롤챔스 결승은 그동안 서울, 그리고 일산이나 인천 등 수도권에서 계속 결승이 열렸다. 케스파 컵이 부산에서 열리긴 했지만, 지스타와 겹친 기간에 열렸고 좌석 수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결승은 부산에서, 그것도 5300석이라는 좌석을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사전에 표가 매진되기는 했지만 당일 봄비 치고는 많은 양의 비에 돌풍까지 예고되며 빈 자리가 속출할 거라는 예상은 더욱 커졌다.

결승전 당일 예상보다도 빗발이 거센 가운데 오후 4시 경기장 입장이 시작됐고, 초반에는 예상보다 느리게 좌석이 차며 우려가 현실이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승 오프닝 시간인 5시가 되자 좌석은 거의 가득 찼다. 두 팀을 향한 환호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컸고, 선수들 역시 좋은 경기를 보이며 관중들을 만족시켰다. 그리고 킹존이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스포티비 게임즈의 결승 방송 주관도 처음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기존 해설진의 아쉬움을 해결하고자 결승 중계진에 합류한 복한규 감독은 결승 무대에서 선수들과 감독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달해주며 해설의 깊이를 더했고, 결승전에 사용된 영상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결승 오프닝 역시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였다. 다만 우승 세레모니부터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에 대한 배려가 다소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우승 인터뷰 역시 무대가 아닌 별도 인터뷰 존에서 진행해 결승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도 있었다.

2018 스프링 결승은 롤챔스, 그리고 한국 e스포츠에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한 무대였다. 특정 팀이 없어도, 그리고 수도권이 아니라도 경기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늘어난 팬을 증명했다. e스포츠에서 중요한 기반인 팬이 예상보다도 더 늘었다는 것을 보인 자리였다. 분명 고무적인 결과지만, 이번 결승으로 보여진 모습을 앞으로 더 어떻게 키워나갈지 만족보다는 계속 새로운 고민과 도전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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