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이크

유럽 LCS 해설자 '퀵샷' 트레버 헨리, "LoL 향한 열정, 모든 시청자에게 전해졌으면"

Talon 2019. 1. 3. 10:35
'퀵샷' 트레버 헨리는 2013년부터 유럽 LCS 해설을 담당하고 있는 6년차 해설자다. 2010년에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접한 후 게임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퀵샷'은 점심시간에도 경기를 보고, 밤늦게까지 게임을 즐겼다. 그는 2012년에 해설자로의 변신을 시도했고, 당시 유럽권 해설자들이 해내지 못했던 강점을 키워나갔다. 많은 해설자가 챔피언들의 스킬 이름 대신 Q,W,E,R로 부를 때 '퀵샷'은 챔피언의 스킬명을 정확하게 외우고 해설에도 접목해 게임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을 드러낸 것. 

2013년에 유럽 LCS에 입성한 그는 이후로 미드 시즌 인비태이셔널(MSI)와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퀵샷'은 게임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재치 있는 멘트로 서구권 시청자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또한, 2016년 롤드컵 결승 3세트에서 '앰비션' 강찬용이 장로 드래곤을 스틸하는 명장면을 만들어내자 펄쩍펄쩍 뛰는 등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를 보여준다.

한국팬들의 해외 해설 반응이 신기하다며 기뻐하는 '퀵샷'은 해설자로서의 삶과 그가 중계하는 유럽 LCS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한국에 있는 팬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름은 트레버 헨리고, '퀵샷'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베를린에서 유럽 LCS를 중계하며 지내고 있다. 유럽 LCS엔 2013년 1월에 합류했다.

-'퀵샷'이라는 닉네임을 지은 배경이 무엇인가
▶어렸을 때 퀘이크, 콜 오브 듀티, 배틀필드 1942, 언리얼 토너먼트 같은 FPS 게임을 즐겨했다. 마우스를 클릭하는 속도와 반응 속도도 빨랐다. 그래서 '퀵샷'이라는 별명이 생겼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 빠르게 조준점을 잡기 어렵다. 

-LoL을 접한 계기를 알려달라
▶2010년 초에 내 남동생이 LoL을 소개해줬다. LoL은 배울 것이 정말 많단 점에서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도타'나 '히어로즈 오브 뉴어스'를 플레이해본 적이 없어 MOBA 장르가 무엇이고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몰랐다. 플레이어로서 가지는 많은 선택지와 게임 내에 필요한 상호 작용, 그리고 매판 다르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처음부터 해설자로 일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설자가 될 수 있었나
▶나는 비교적 어린 나이 때부터 e스포츠 시장에서 일할 수 있어 운이 좋았다. 나는 2011년 독일에서 직업을 얻었고, 주변 사람들이 해설을 시도해보라고 독려했다. 난 큰 목소리가 큰 편이고 게임도 좋아하다 보니 사람들이 "해설을 시도해보지 않겠느냐"고 하더라. 2012년에 실제로 시도했고 결과도 좋았다. 작은 온라인 이벤트에서 시작했고, 2012년 8월에 아주부 블레이즈가 TSM과 팀 커스, 팀 블랙을 꺾었던 MLG 서머 아레나 2012에서 해설을 맡았다. 유럽 LCS엔 2013년부터 합류해 지금까지 계속해오고 있다. 해설자는 내 꿈의 직업이었다.

-해설자가 꿈의 직업이라고 했는데, 이상과 해설자가 된 후의 현실과 간극은 없었는지
▶e스포츠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내 꿈이었지만, 처음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프리랜서로 2012년부터 해설을 했을 때 라이엇으로부터 고용되기까지 9개월이 걸렸고, 전속 해설자가 된 지 3개월 만에 MLG 서머 아레나에서 해설을 했다. 내 독특한 억양과 당시 LoL e스포츠 시장이 크게 성장하기 전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 e스포츠 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렵고, 원하는 직책에 자리 잡기 위해선 더 많은 경험과 능력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 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하자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서 자신이 한 업무를 되짚어보라는 것이다. 능력과 기술을 자신을 위한 기회로 만드는 것에 힘써야 한다. 

-2013년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을 통해 큰 국제대회에 얼굴을 비추게 됐다. 그 당시를 회상해보자면
▶2013년은 내가 전속 해설자로서 일한 첫해였다. '프릭' 데이빗 털리, '몬테크리스토' 크리스토퍼 마이클스, '더블리프트' 일리앙 펭 등과 함께 분석 데스크에 앉아 SK텔레콤과 스타 혼 로얄 클럽의 결승전을 중계했다. 세계 대회 결승전은 처음이라 엄청 긴장했다. 그래서인지 텔레프롬프터를 읽다가 화면이 다시 내 얼굴을 잡을 때 우스운 표정을 짓고 말았다. 6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민망하다. 

-해설자로서의 데뷔 이후 수많은 국제 경기에서 해설을 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알려달라
▶너무 많아 고르기 어려우니 베스트 3를 꼽아보겠다. 유럽에서 진행된 2015년 롤드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유럽 LCS의 두 팀이 4강에 올라 런던에서 경기를 치렀다. 런던은 부모님이 내가 유럽 LCS 해설을 하는 모습을 보러 처음 오셨던 장소이기도 하다. 부모님은 내가 수천 명의 관중 앞에서 해설하는 모습을 보셨다. 

또 하나는 프나틱이 SK텔레콤을 상대로 풀세트까지 끌고 간 2015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4강이다. '후니' 허승훈이 탑 챔피언으로 카시오페아를 선택했었다. 마지막은 2014년에 삼성 화이트가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우승했던 순간이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하기도 했고, 축구 경기장에서 e스포츠를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유럽 LCS 해설자로서 유럽 팀이 가진 특색을 말해보자면 
▶유럽 팀들은 다른 지역에선 보기 힘든 동지애가 있다. 팀들은 베를린 근방에서 모여 살기 때문에 팀을 뛰어넘어 우정을 나눈다. 치열하게 대결을 펼치던 선수들이 경기 후에 함께 웃으며 먹고 마시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한국에선 유튜브를 통해 해외 해설 반응 영상들을 올리곤 한다. 알고 있었나 
▶이 인터뷰 전까진 전혀 몰랐다. 질문을 보고 영상을 찾아봤는데 조회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올해 유럽으로 건너간 한국 선수 중에 눈여겨봐야 할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서구권 팬들에겐 '와디드' 김배인이 떠오르는 스타다. 그는 게임 안에서도 개성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게임 외적으로도 유럽 LCS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이언트 게이밍의 탑 라이너 '루인' 김형민은 개막 첫 주에는 혼자 경기를 캐리하다시피 하며 팀을 이끌었지만, 탱커 메타 이후 그때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18 MSI가 멀지 않았다. MSI 진출 예상팀을 꼽아보자면
▶사무실 업무에 시간을 많이 쏟고 있어 예전처럼 많은 지역의 경기들을 보지 못하고 주로 유럽 LCS, 북미 LCS와 롤챔스만 챙겨 본다. 그러니 그 셋 중에서 골라보겠다. 유럽에서는 프나틱이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경기력이 올라왔고, 경기를 캐리하는 능력과 운영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G2가 예상을 깨고 승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두 팀 외에 MSI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은 없다고 본다.

북미는 에코 폭스 아니면 TSM이 될 것 같다. TSM은 전력이 탄탄하고 다전제 경험도 많다. (*해당 인터뷰는 TSM 탈락 전에 진행됐습니다.) 롤챔스는 개인적인 의견에 가까운데, KSV가 포스트시즌에서 저력을 보여주고 올라오면 좋겠다. 롤드컵 우승까지의 감동적인 사연를 가진 '크라운' 이민호와 '룰러' 박재혁, '앰비션' 강찬용을 좋아한다.

-어떤 해설자가 되고자 하는가
▶사람들이 짜릿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돌아볼 때마다 떠오르는 해설자가 되고 싶다. 나는 LoL과 LoL e스포츠를 사랑한다. 그 열정이 내 해설을 듣는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미래를 향한 꿈이 있다면
▶꿈의 직업을 갖고 일한 지 5년이 됐다. 훌륭한 제작팀과 라이엇 직원들, 경기를 치르는 팀과 함께 세계를 누비며 해설할 수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유럽 LCS가 한 단계 성장하도록 도와주고 싶다. 

또한, 다른 해설자들과 제작팀의 훈련을 도와 이전보단 국제 대회 참여 횟수를 줄일 수도 있다. 난 작년에 결혼했고, 몇 년 안에 아버지가 되고 싶다. 지역 리그와 베를린 사무실, 그리고 가족과의 삶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시간을 내서 이 인터뷰를 읽은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싶다. 내가 이런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천운이었다. 올해 롤드컵을 위해 다시 한국에 가게 돼 정말 기쁘다. 올해는 더 많은 팀이 한국 팀들과 경쟁하고 도전하면 좋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