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과 전통, 누가 살아남을까?'
전세계에서 가장 폭넓은 e스포츠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2019년 스프링 시즌이 절반 정도 진행되면서 서서히 판도의 윤곽이 나타나고 있다. 13개 지역의 챔피언들은 오는 5월 1일부터 19일까지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 그리고 대만 타이베이에서 전세계 스프링 시즌 최강팀을 가리는 '2019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참가하게 된다.
특히 한국팬들에게 이번 MSI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한국 지역 대회인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가 자타공인 최강의 리그라, LCK 우승이 곧 MSI를 비롯한 글로벌 대회의 우승팀이라는 공식이 그대로 적용됐지만 지난해부터는 이 구도가 철저하게 깨졌다.
지난해 MSI에서 LCK 우승팀 자격으로 나선 킹존 드래곤X가 중국 LPL 우승팀인 RNG에 1대3으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개최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도 한국 3개팀이 모두 8강 혹은 16강에서 좌절한 반면 중국의 IG가 우승을 하고 유럽 2개팀, 북미 1개팀이 4강에 오르는 등 사실상 평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LCK뿐 아니라 LPL, 그리고 유럽 리그 LEC와 북미 리그 LCS 등 4대 리그에서 어느 팀이 두각을 나타내는지도 상당한 관심거리가 됐다.
▶신흥 강호의 등장, 뒤바뀐 구도
4대 리그 가운데 가장 큰 변화가 있는 것은 단연 한국 LCK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롤드컵 6연패는 커녕 처절한 실패를 맛본 LCK는 다시 세계 최강으로 도약하기 위해 대부분의 팀들이 과감한 리빌딩을 단행하며 새 판을 짰다. 이런 가운데 신흥 강호와 전통의 팀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지난해 서머 시즌에서 처음으로 데뷔, 리그 자체에 신선한 '메기 효과'를 던지며 시즌 2위까지 올랐지만 승부처인 포스트시즌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결국 롤드컵에 나서지 못했던 그리핀은 올 시즌 한을 푸는듯 리그 자체를 완전히 점령하고 있다.
모든 라인에서 상대팀을 압도하며 스프링 시즌 1라운드에서 단 1세트만 뺏긴 가운데 9전 전승,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리핀을 막아설 팀이 좀처럼 보이지 않아 2라운드에서도 전승에 도전하는 가운데, 국내와 글로벌 리그를 완전히 제패했던 2015~2016년 SK텔레콤 T1의 전성시대를 연상시키고 있다. 자연스레 국내 팬들은 지난해 밟힌 한국팀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줄 대표주자로 그리핀을 꼽고 있다. 정규리그의 기세를 이어 포스트시즌 결승전까지 제패할 경우 MSI에서 다른 지역 팀들과의 흥미로운 대결을 기대해볼 수 있다.
LCK의 하부리그인 챌린저스 코리아를 통해 힘겹게 LCK에 데뷔한 샌드박스 게이밍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샌드박스는 그리핀으로부터 유일하게 한 세트를 따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다만 샌드박스는 경기를 거듭하면서 기존팀들에게 밴픽 전략과 전술에 대한 분석이 되면서 지난 21일 아프리카 프릭스에 이어 23일 킹존에 연달아 패했지만 공동 2위이다.
LCK 최고 인기팀이자 전통의 강호인 SKT는 '페이커' 이상혁을 제외한 주전 전원을 바꾸는 초강수를 두었음에도 불구, 초반 불안함을 떨쳐내고 팀워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4연승, 2위(7승2패)로 1라운드를 마쳤다. 하지만 2라운드의 첫 경기인 24일 담원 게이밍전에서 역전패, 샌드박스에 공동 2위를 허용했다. 오는 3월 8일 열리는 그리핀과의 시즌 2번째 맞대결 결과가 흥미로운 대목이다. 지난해 스프링 시즌 우승팀인 킹존 역시 대대적 물갈이로 인해 시즌 전 하위권으로 예상됐음에도 불구, 23일 샌드박스를 2대0으로 꺾으며 4위까지 올랐다. 뒤를 잇고 있는 담원과 한화생명 e스포츠도 얼마든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에 들어가기 위해 만만치 않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롤드컵에 나섰던 아프리카와 젠지 e스포츠, KT롤스터 등 3개팀은 약속이나 한듯 하위권에 처지며 후유증을 겪고 있다. 1라운드에서 단 한 세트를 따내는데 그치며 10전 전패에 빠져있는 진에어 그린윙스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흔들리거나 혹은 지키거나
LCK만큼 신흥 강호의 파장이 큰 리그는 중국 LPL이다. 23일 현재 지난해 롤드컵을 제패한 IG가 5승2패로 3위에 처진 가운데, 신생팀인 펀플러스 피닉스가 6전 전승으로 1위 그리고 탑스포츠 게이밍이 5승1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펀플러스는 한국 선수인 '도인비' 김태상이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ESPN 파워랭킹에서도 그리핀에 이어 현재 2위를 달릴 정도로 기세가 좋다.
반면 롤드컵에 나섰던 전통의 강호이자 디펜딩 챔피언 RNG는 3승2패로 공동 6위, EDG는 3승3패로 10위에 처져 있는 등 LCK와 마찬가지로 위아래 구도가 바뀐 형국이다. LPL는 총 16개팀이 나서는 가운데, 올 시즌부터 양대 리그로 나누지 않고 모든 팀들이 1번씩 맞붙는 리그전을 통해 순위를 가리고 상위 8개팀이 포스트시즌을 치르게 된다. 춘절 연휴에 숨을 고른 LPL은 지난 18일부터 오는 3월 31일까지 일주일에 6일간 총 14경기씩을 치르며 스프링 순위를 가리게 된다.
LCK나 LPL에 비해 유럽의 LEC나 북미 LCS는 전통의 강호들이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선수층이 얇거나 혹은 시장 규모가 그만큼 성장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롤드컵에서 두 지역의 3개팀이 4강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리그라 할 수 있다.
LEC에선 G2 e스포츠(11승1패)와 팀 바이탈리티(8승4패) 등 지난해 롤드컵 진출팀이 1위와 2위를 나란히 달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LEC 최강팀으로 롤드컵 준우승까지 차지한 전통의 강호 프나틱은 5승7패로 10개팀 가운데 8위에 그치며 고전하고 있다. 다만 최근 오리겐과 바이탈리티를 연달아 꺾으며 2연승, 다시 상승세를 타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6경기밖에 남기지 않고 있어 상위권 도약은 쉽지 않아 보인다.
LCS에선 1라운드를 마친 가운데 롤드컵 4강팀인 클라우드 나인(C9)이 7승2패로 2위, 그리고 역시 롤드컵 진출팀인 팀 리퀴드가 8승1패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전통의 강호 TSM도 5승4패로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반면 SKT의 원딜러 출신 '뱅' 배준식이 이적한 팀이자 지난해 롤드컵에 처음으로 나섰던 100시브즈는 3승6패로 공동 7위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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