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모경민의 클로즈업] SK텔레콤 펍지 최병훈 감독-최정진 코치, 피어난 선수들을 말하다

Talon 2019. 9. 19. 09:38


2018년 8월 12일 SK텔레콤은 ‘5GX 게임 페스티벌’을 통해 또 다른 시작을 알렸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하스스톤에 이은 배틀그라운드 팀 창단이다. SK텔레콤은 스타크래프트, 롤까지 수많은 업적 달성에 성공하며 e스포츠 명문 구단으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SK텔레콤 배틀그라운드 팀 수장으론 롤팀 우승을 이끈 최병훈 감독이 합류해 더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창단 직후 첫 시즌 2019 PKL #2에서 17위에 그치며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2019 PKL 페이즈1에선 8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지만, 이후 페이즈2에서 14위로 하락하고 말았다. 두 페이즈 평균 포인트는 270. 1위가 기록한 성적엔 100점 가량 못 미치는 포인트였다.

SK텔레콤은 페이즈3이 시작되자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올해 출전 나이를 충족하는 ‘헬렌’ 안강현이 투입되었고, 팀 전력이 강화됐다. SK텔레콤은 2주 남짓한 경기에서 143점을 올렸다. 페이즈1, 2평균 획득 포인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점수다. 경기 내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연하게도 모든 스탯이 SK텔레콤을 향한다. 평균 6킬, 평균 955대미지. 충분히 후반도 기대해봄직한 수치다.
 


“새로 만든다는 부담감이 갖고 있던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부담감보다 덜했어요.”

최병훈 감독은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이끌던 부담감과 배틀그라운드 팀 창단 당시 부담감을 비교했다. 그는 다시 덧붙였다. “가끔 그 부담감이 생각날 때가 있어요. 그게 마냥 힘들다기보단 즐거울 때도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가진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부담감을 다시 갖는 것. 그게 현재 목표겠죠”라고 말을 이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SK텔레콤 배틀그라운드 팀의 성장과 커리어. 현재는 그 길의 첫 번째 신호등을 통과하고 있다.

페이즈3 시작과 동시에 팀이 날개를 폈습니다. 장장 1년이 걸린 날갯짓이에요
최병훈 감독: 페이즈3에 맞춰서 1년을 준비했습니다. 계획했던 것, 생각했던 것보다 초반 성적이 잘나와 성과가 좋다고 할 수 있겠죠.
최정진 코치: 감독님이 말씀하셨듯 페이즈3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짰는데, 페이즈2에서 성적이 안 나와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도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2주 1일차 데이 우승을 차지했을 때였나요, 방송에서 ‘애더’ 정지훈 선수가 “페이즈3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임했다”고 말했어요. 페이즈3 중심으로 계획을 짰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할까요
최병훈: 그런 건 아닐 거예요. 페이즈3이 정말 마지막이라서가 아니라 준비하며 절실함을 느꼈다는 이야기에요. 계속 흐름이 좋았다면 절박함이 덜했을 수 있죠. 페이즈2에 비교해 선수들, 코칭 스텝들 모두 절박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는 인터뷰를 한 것 같아요.
최정진: 카메라 단독 샷이라고 하죠. 잡힐 때마다 세레머니라든지 포즈를 많이 보여준 친구인데, 게임에 임할 땐 진지한 선수예요. 그래서 그런 인터뷰가 나온 게 아닐까 싶어요. 저번 시즌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 이번 시즌 잘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도 있던 것 같고요. 

부진을 겪은 만큼 간절했군요. 사실 SK텔레콤이 기대와 달리 좋은 성적을 보이지 못한 건 사실이에요.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런 갈등을 이겨낸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최정진: 저도 의아한 부분인 게, 보통 팀 성적이 안 좋으면 불화가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근데 오히려 그때 더 조용했어요. 현재가 더 다툼이 잦아요. 좋은 쪽으로요. 서로 디테일한 요구사항이 많아지는 거죠. 성적이 안 좋을 때는 제가 많이 화를 내서 그런지 선수들은 조용하더라고요.

하지만 아직 2주차에 불과하잖아요. 뒷심이 부족해 아쉽게 목표를 놓친 팀들이 많았어요. 페이즈별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더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최병훈: 맞아요. 선수들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어요. 뭔가를 이뤘다고 생각하면 빨리 무너질 수 있다고 봐요. 아직까지 강팀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선례가 된 팀들은 어느 정도 이겨내고 올라가 성적을 유지했기에 강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저희는 아니에요. 더 빨리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대비하고 있어요.
최정진: 감독님이 코칭 스텝들의 생각을 말씀해주셨어요. 어제 최병훈 감독님께서 “코칭 감독하는 게 사실 육아랑 비슷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아직 미혼이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알 것 같아요. 작년 하반기부터 선수들과 함께 했는데, 엄청 많이 성장했거든요. 제가 했던 말을 팀 맏형인 ‘제프로카’ 최승영 선수나 정지훈 선수가 팀에게 전할 때 어른스러운 모습이 보여 놀랄 때가 있어요. 페이즈3에서 성장이 빛을 발한 것 같아요.

현재 SK텔레콤의 점수를 보면 킬 포인트가 압도적으로 높아요. 공격력이 높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다른 관점으로 보면 운영이 약한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최병훈: 저희는 운영에 더 중점을 두고 있어요. 일명 샷 같은 경우는 모든 프로게이머 선수들이 밀리는 경우가 드물잖아요. 운영이 먼저 되어야 공격적으로 할 수 있는 자리를 잡고, 그 자리에서 더 많은 킬을 올릴 수 있어요. 공격 위에 운영이 있다고 생각해요.
최정진: 제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50대 50이에요. 1주차에서 10킬과 순위 포인트 10점을 챙겼을 때요. 그런 점수 비율이 제일 이상적이라고 봐요. 운영에 중점을 두다 보면 킬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죠. 운영할 때 돌파구가 없다고 생각하면 공격적으로 나설 때가 있어 현재 킬 점수가 높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SK텔레콤의 팀 색깔은 어떤 색일까요
최정진: 모두가 같이 하는 팀이요. 그게 저희 팀명과 일치하기도 해요. 제일 강조하는 부분이 의사소통에 관한 건데 팀원들이 너나할 거 없이 같이 참여해요. 모두가 함께하는 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팀 보이스에서 수시로 ‘확인했어’ 하는 대답이 나오더라고요. 팀 색깔과 일치하는 부분인데, 코치님께서 직접 훈련하신 건가요?
최정진: ‘확인했어’라는 문구를 쓰게끔 한 건 아니지만 강조한 부분은 맞아요. 인터뷰하는 것처럼요. 기자님이 질문하시면 저희가 답변을 해야 하잖아요. 단순한 브리핑을 나눠도 대답이 없으면 ‘어? 내 말이 묻혔나?’ 하고 생각할 수 있어요. 꼭 대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훈련이 한 번에 되진 않았어요.
최병훈: 브리핑이 오간 후, 나중에 못 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몰두하면 소리가 안 들릴 수 있으니까요. 움직이는 사이에 브리핑을 하다가 그 친구가 파악했는지 파악하지 못했는지 헷갈리면 딜레이가 걸려요. 코칭 스텝들이 지적한 부분에 선수들이 의욕적으로 나오다보니 ‘확인했어’라는 문구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보이스를 들어보면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최승영 선수와 정지훈 선수의 역할이에요. 아까 언급하셨지만 두 선수가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듯 보였거든요
최정진: 처음에 큰형과 작은형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엄마와 아빠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최승영, 정지훈 선수가 99, ‘아카드’ 임광현 선수가 00년생 올해 스무 살, ‘헬렌’ 안강현 선수가 01년생 19살인데 서로 나이 차이가 많진 않아요. 그런데도 두 친구가 맏형으로서 팀의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럼 두 선수의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최병훈: 정지훈 선수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같은 성격이에요. 최승영 선수는 얼음처럼 차갑고 냉정한 부분이 많아요. 그런데 오래 지내니 본성이 나오는 건지, 시간이 갈수록 많이 변하더라고요. 동생일 땐 애교가 많다가 형이 됐을 때 냉철해지는 게 맞잖아요. 최승영 선수는 동생이었을 때 할말은 소신껏 하는 스타일이었다가 형이 될수록 애교도 많아지고 팀원들에게 더 많이 신경 쓰는 모습으로 변했어요. 현재 팀에서 형들이 더 애교가 많아요. 
 


맏형 역할을 하는 두 선수 덕분에 ‘아카드’ 임광현 선수도 꽃피우고 있어요. 원래 피지컬이 좋은 선수지만 만개한 건 처음이라 뿌듯하실 것 같습니다
최병훈: 정진 코치가 뿌듯하죠. 정진 코치가 뽑은 선수라.
최정진: 임광현 선수를 발견한 건 다른 선수 테스트 스크림에서였어요. 임광현 선수도 입단 테스트 신청을 했지만 일정이 잡히지 않아 몰랐을 때죠. 다른 선수 입단 테스트 스크림에 임광현 선수도 함께 있었는데 너무 잘 쏘더라고요. 킬을 못하고 죽었지만 그 장면이 너무 인상 깊어 바로 테스트 날짜를 잡았죠. 피지컬이 좋은 것 뿐만 아니라 머리도 잘 쓰는 선수 같아 감독님께 말씀드렸어요. 임광현 선수 데뷔 배경은 정지훈 선수 데뷔 배경과 비슷해요. 원래 연습생으로 시작했는데 실력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걸 보고 주전으로 세웠어요. 임광현 선수가 실제 성격은 굉장히 오묘한데...
최병훈: 관종이에요 관종. 칭찬을 굉장히 바라고 칭찬하면 할수록 능률이 올라요. 페이즈3에서 성적도 좋고 개인 스탯도 좋잖아요.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본인이 더 하려고 해요. 

SK텔레콤의 뉴페이스 ‘헬렌’ 안강현 선수는 데뷔하기까지 1년이 걸렸어요
최병훈: 선수 영입을 다 마치기도 전에 제일 먼저 숙소에 들어온 친구예요. 배틀그라운드를 얼리 액세스부터 했기에 이미 정상에 있거나 은퇴한 선수들과도 플레이 시간이 비슷할 거예요. 굉장히 게임을 오래했고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아마추어 친구죠. 팀 만들 때 정진 코치에게 물어봤어요. 그 친구에 대해 알고 있느냐. 그러니까 알고 있었대요.
최정진: 같이 게임을 자주 했어요.
최병훈: 나이가 그렇게 어릴 친구일지는 몰랐어요. 세공이 안 된 원석 같은 느낌. 배틀그라운드 안에서 그런 선수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미리 데려와 다양한 포지션도 시켜보고 생활도 오래 하면서 점점 성장한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나 게임적으로나. 나이가 풀려 대회에 나왔다기보다 성장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코치님이 원래 안강현 선수를 알고 있었다 대답하셨는데, 아마추어 안강현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최정진: 배틀그라운드 유망주가 있다면 단연 1순위였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에 내년 7월 이후 출전할 수 있었지만 무조건이라고 봤죠. 주전 선수를 뽑기도 전에 데려오기 위해 애썼어요. 그리고 연습생이던 시기에 안강현 선수가 그러더라고요. “나중에 출전할 수 있는 시기가 와도 주전 경쟁을 못할 정도로 형들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분명히 욕심 있는 친구고 나이가 어린데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보였어요. 그때 감동을 받았죠. 

그런 뒷이야기가 있었네요. 유망주였다는 것과 데뷔 후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의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생각나기도 해요. 최병훈 감독님은 두 선수 모두 슬하에 품어보셨어요
최병훈: 공통점은 둘 다 욕심이 굉장히 많다는 거예요. 근데 무모한 욕심이 아니에요. 목표가 확실하고, 목표에 대한 의지 같은 게 비슷해요. 그래도 아직까진 이상혁 선수에 비교하기는 모자라죠. 욕심이나 재능은 코칭 스텝, 다른 선수들도 인정해요. 그런데 마인드컨트롤에 있어선 스스로 잡아가는 게 필요하고 경험적인 부분도 필요해요. 포텐셜이 무궁무진한 선수라고 정의할 수 있어요.
 


코치님 영입 계기도 궁금해요. 팀의 처음이자 완성이 코치님이시잖아요
최병훈: 처음 팀을 만들 때 다양한 분들을 만났어요. 그러다가 추천받게 됐죠. 굉장히 성실하고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친구라고요. 만나니 계획도 많고 포부가 확실하더라고요. 시스템 부분이나 전략적인 부분 등 고려하고 있던 것들이 맞아 같이 일하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직접 보니까 성실하긴 한데, 뺀질이 같다고 해야 하나(웃음) 재밌어요.
최정진: 처음 시작할 때 저만의 목표가 있었어요. 팀에서 누구나 ‘페이커’가 될 수 있다고요. 이상혁 선수를 비롯해 각 게임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선수들이 있잖아요. 저는 팀 자체가 그 아이콘이 됐으면 싶어요. 모두가 같이 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것도 그런 의미에요. 소외되는 선수가 없게끔요. 최승영 선수가 메인 오더를, 안강현 선수가 서브 오더를 담당하는데 그 역할을 맡지 않았다면 임광현 선수보다 스탯이 좋았을 수 있어요. 정지훈 선수 역시 마찬가지고요. 모두가 주목받는 팀을 만들고 싶죠. 그게 첫 번째 목표이자 마지막 목표에요.

목표가 확실하셨네요. 그럼 SK텔레콤 합류가 확정되고 최병훈 감독님과 일하게 됐을 때 어땠나요
최정진: 처음엔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요. 감독님은 이 업계에서 엄청난 커리어를 쌓은 분이고 저는 코치에 처음 도전하니까요. 그래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돌이켜보니 이게 더 좋아요. 장난을 많이 치시는데 형 같아요. 

팀을 꾸릴 당시 목표 말고 현재 목표가 있다면요
최병훈: 목표는 크지 않아요. 눈앞에 있는 작은 목표부터 이루는 거죠. 그래서 동기부여가 끊이지 않았으면 해요. 지금 당장은 기세를 이어가는 게 목표이고, 그 다음 단계가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GC) 진출이죠. 여권이 없는 선수들에게 여권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최정진: 저는 이런 인터뷰가 처음인데, 인터뷰 끝나고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선수들도 이번 대회가 끝나고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고생하는 선수들을 위해 한 마디씩 해주세요
최병훈: 경기를 위해 애쓰는 선수들, 코칭 스텝들에게 감사해요. 지금 경기를 뛰는 선수들 외에도 ‘트레져’ 이하늘 선수, 연습생까지 함께 경기하고 있다 생각하거든요. 경기에 뛰지 않아도 다 같이 분석하고 있어요. 힘들어도 집중하는 선수들에게도 고마워요. 지금 흐름 잃지 않도록, 지금처럼만, 지금보다 더 잘해줬으면 좋겠어요. 항상 고마워.
최정진: 저도 감독님도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생활해요. 그래도 조금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표현이 잘 안 되네요. 저보다 경력이 더 많은, 좋은 코치를 만나 일찍 날개 펼 수 있었는데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다보니 늦게 터진 것 같아요. 항상 그걸 생각하며 마음 보태 열심히 하려 해요.

저도 좋은 인터뷰 감사드려요. 마치면서 팬들에게 추석 인사 부탁드릴게요
최병훈: 배틀그라운드, PKL, SK텔레콤 펍지팀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한가위에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정진: SK텔레콤 배틀그라운드 팬분들, PKL 팬분들 많은 관심 가져주시는 것 감사드려요. 추석이 큰 명절이잖아요. 페이즈3에서 큰 선물 안겨드리도록 할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