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이머 ‘카나비’(게임상 닉네임) 서진혁(19)군이 지난 10월 중국으로의 강압 이적 피해자로 지목되면서 e스포츠계의 부당계약 관행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불공정한 상황에 놓였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중립적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명 ‘카나비 사태’로 촉발된 e스포츠계의 문제는 선수들의 낮은 평균 연령과 선수와 게임단 사이 명확한 갑을 관계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법률 지식이 거의 없는 미성년 선수들은 ‘갑’인 회사를 상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박대영 변호사는 “선수들은 법률 지식도 부족하고 상대적 약자”라며 “문제를 제기하면 여러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e스포츠계에는 선수와 게임단 사이의 여러 문제를 중재하고 징계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대한체육회에서 가장 낮은 단계의 지위인 ‘인정단체’다. 대한체육회 내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준가맹단체’부터 심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KeSPA 내부에도 선수나 구단을 조사·징계할 별도 기구가 없다.
이 때문에 ‘카나비 사태’ 때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운영위원회가 조사·징계를 담당했다. 그런데 징계 내용이 편파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LCK 운영위는 서군의 강압 이적을 폭로한 내부고발자였던 김대호 전 그리핀 감독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팬들은 “보복성 징계”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징계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 일주일만에 20만 명이 넘는 팬들이 청원글에 동의했다. 청와대 답변 대상이 된 것이다.
다른 프로스포츠에는 분쟁 조정을 담당하는 별도 기구가 있다. 축구는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 정관에 각각 ‘분쟁조정’ ‘분쟁해결’ 규정을 두고 있다. 회원단체와 그 소속 선수 및 임직원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분쟁조정위원회’와 ‘조정위원회’에서 처리하게 된다. 농구도 비슷하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재정위원회’를 두고 선수들의 연봉협상 및 자유계약(FA)문제, 징계 등을 모두 다룬다. 야구는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별도 기구가 없다. 그래서 소송을 하거나 선수가 피해를 감수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e스포츠중재위원회’와 같은 별도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립적인 분쟁 조정 기구를 구성한 뒤 불공정 사례에 대한 신고를 받고 이를 조사하고 중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얘기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중립적인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나 언론중재위원회 같은 형태를 벤치마킹한 기구를 만들고, 정부에서는 예산과 행정적 지원을 해준다면 실효성이 있지 않을까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소장은 “KeSPA 외부에 중재 기구를 둬야한다”며 “KeSPA에 e스포츠를 진흥하는 역할과 중재·징계하는 역할이 모두 있다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다. 절대적으로 분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중재 기구 구성원을 임명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조정위원회 위원을 ‘축구에 관한 경험 및 지식이 풍부한 자, 법률전문가(변호사), 학식과 덕망이 있고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로 프로구단 3명을 포함한 7명 이내로 구성할 것을 명시했다. 농구 재정위원회는 변호사와 언론 관계자, 농구 관계자 등 5명으로 이뤄져있다.
e스포츠에도 분쟁 조정 기구를 구성한다면 선수와 회사의 입장을 각각 대변할 수 있는 대표자와 변호사 등 외부 관계자들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소장은 “권위 있는 사람들로 기구를 구성한다면 조정 결정의 강제성 여부와 별개로 회사 마음대로 선수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최소한 약자들이 호소할 수 있는 창구는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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