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모경민의 클로즈업] DPG 다나와 포탑, '이노닉스' 나희주의 성장통

Talon 2019. 12. 23. 09:55


DPG 다나와는 배틀그라운드 2019 펍지 코리아 리그 (이하 PKL) 페이즈2에서 각성하며 팬들에게 다가갔다. 그 중심엔 ‘이노닉스’ 나희주의 화려한 변신이 있었다. 나희주는 PKL 페이즈2에서 모든 시청자들에게 본인을 각인시켰고, 펍지의 첫 번째 국가대항전 ‘2019 네이션스 컵’에서 국가대표로 뽑히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2019년은 나희주에게 선물과도 같은 특별한 해로 남았다. 

“공백 기간이 길었는데 집도 다녀오고 친구들도 만나고 연습도 겸사겸사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 동안 이적 시즌이 진행되면서 연습실에 많은 선수들이 오고갔어요.”

“2019년은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긴 한 해라고 생각해요. 올해 ‘피오’ 차승훈 ‘아카드’ 임광현 선수와 함께 PKL에서 강력한 인상을 남긴 선수라고 해주셨는데,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해요. 물론 그 부담스러움이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요.”

“저는 ‘로키’ 박정영 선수, ‘아쿠아5’ 유상호 선수, ‘멘털’ 임영수 선수가 또 생각나는데,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선수들이에요. ‘피오’ 차승훈 선수와 저는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선수라면 박정영 선수와 유상호 선수는 뒤에서 퍼포먼스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멋지게 소화했잖아요.”
 


나희주는 본인 외에도 박정영과 유상호, 임영수를 언급했다. 나희주가 언급한 네 명의 선수 중 임영수를 제외하면 모두 네이션스 컵에서 팀으로 함께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나희주는 네이션스 컵에서 세 명의 선수를 보고 들으며 ‘잘하는 선수’임을 확신했다고 대답했다.

“세 선수는 네이션스 컵 때 알게 된게 큰 것 같아요.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 인연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네이션스 컵에서 직접 경험하니까 정말 잘하더라고요. 임영수 선수 같은 경우 처음 프로게이머를 하려고 했을 때 보고 배우면서 꿈을 키웠어요. 원래 많이 좋아했고, 우상 같은 선수죠.”

실제로 네이션스 컵은 나희주에게 특별한 대회였다. 나희주는 네이션스 컵에서 차승훈과 함께 킬, 대미지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며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페이즈2에서 활약해 국가대표에 선발됐는데,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어요. 정말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웠거든요. 국가대표로 선발됐을 때 잘하는 선수들도 많은데 그 사이에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물론 우승컵을 들어 올리진 못했지만 네이션스 컵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어요. 제 프로게이머 생활은 네이션스 컵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네이션스 컵이 끝난 후 개인 방송 켰을 때 많은 팬들이 봐주시는 걸 보고 실감했어요.” 

특별했던 대회인 만큼 많은 것이 바뀌어있었다. 다른 팀원과 다른 적, 나희주는 네이션스 컵에서 입었던 옷을 벗고 다시 자신의 옷을 입기 위해 페이즈2 팀장 방송을 되돌려봤다고 언급했다.

“저는 못 느꼈는데, 네이션스 컵 대회를 뛰고 오니까 제가 변해있더라고요. PKL 페이즈3 첫날 6점을 얻었어요. 네이션스 컵에서 하던 걸 DPG 다나와에서 하려고 하니까 안 맞았어요. 팀별로 색깔이 다르잖아요. 국가대표 팀에서 칠했던 색깔을 다나와에서도 칠하려 하니까 팔레트가 안 맞는 거죠. 다시 페이즈2로 되돌아가서 팀장 방송을 보고 원래 어떻게 했는지 살펴봤어요. 게임의 흐름을 오더에게 맡기고 퍼포먼스를 펼치는 방향으로 돌아왔어요. 그러니까 성적이 다시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DPG 다나와의 ‘이노닉스’와 국가대표 ‘이노닉스’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나희주는 2019년 초반 포모스와의 인터뷰에서 “테스트를 볼 땐 인지도가 없었다. 초창기엔 실력도 부족해 입단 테스트에서 여러번 낙방했고, 팀에 들어와서도 부진했다”고 대답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나희주는 본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데 성공했다.

“지금의 제가 만들어지기까지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하고 팀원들, 코치, 감독님들과 피드백을 정말 많이 나눴어요. 오더 ‘청각’ 이일호 선수를 중심으로 나머지 팀원들이 많이 노력했죠. 스스로 지금처럼 퍼포먼스 포지션에 설 때 기량이 가장 좋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제가 만족하는 경기는 팀원들이 모두 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예요. 가장 만족했던 경기는 MET 아시아 시리즈 첫날 압도적으로 1등 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또 페이즈2 4,5주차 때 세 경기에서 45킬을 한 적 있어요. 그 두 경기가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DPG 다나와와 나희주는 만족하지 못했다. PKL 페이즈3에서 흔들렸고, PGC 선발전에서 역전으로 1위 자리를 내주며 꿈의 무대 진출에 실패했다. OGN 엔투스 에이스에겐 극적인 역전승이었지만 DPG 다나와에겐 쓴 패배였다. 

“PGC 선발전에서 4라운드 끝났을 때 2등과 10몇점 차이가 났거든요. 광탈 안 하고 4점씩만 먹어도 PGC 갈 것 같다고 생각해 현상 유지에 힘썼어요. 그런데 긴장한 건지 잘 안 풀리더라고요. 결국 막바지에 두 번 연속 광탈하더니 역전 당했는데 정말 아쉬웠죠.”

PKL 페이즈3 역시 DPG 다나와에겐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이었다. PKL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게임의 템포가 빨라졌고, 새로운 맵 사녹이 도입됐다. DPG 다나와는 페이즈2에서 날카롭게 중앙을 파고드는 운영으로 성적을 올렸지만 페이즈3에선 운영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자기장이 극변하는 경우가 많았고, 잘 파고들어가도 못 풀어냈어요. 외곽 쪽에 있으면 풀어나갈 수 있는데 가운데 찔러 들어가는 타입이다보니 자기장이 튀면 풀어가기가 힘들더라고요. 오히려 사녹에서 점수가 좋았어요. 운도 잘 따랐고요. 뭐라 말하긴 어려운데 게임이 잘 풀렸어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노닉스’ 나희주의 새로운 시즌이 다가왔다. DPG 다나와는 전 OGN 엔투스 에이스 ‘랭’ 김성진과 오피지지 스포츠에서 활약하던 ‘DG98’ 황대권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이제 막 팀이 완성된 단계라 아직 깊은 대화는 나누지 못했어요. 원래 친분이 없던 선수들이기도 하고요. 또 DPG EVGA 형제팀에 ‘서울’ 조기열 선수가 들어왔잖아요. 형제 팀은 계속 서로 마주치기 때문에 경쟁심을 더 불러일으키거든요. 형제 팀을 더 경계하게 됐죠.”

“다른 경계 대상은 단연 젠지와 OGN 엔투스 포스 아닐까 생각해요. 형제 팀에 있던 ‘언더’ 박성찬 선수가 OGN 엔투스 포스로 이적할 때 가서 잘하라고 격려해줬는데. 원래 OGN 포스가 팀워크로 똘똘 뭉쳐 강하다는 느낌이었다면 (박)성찬이가 들어간 후 OGN 포스는 그냥 강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젠지는 세 명을 팀원을 직접 겪어봤는데 어느 하나 부족한 게 없어요. 새로운 시즌에서 젠지를 상대하기 많이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젠지가 압도적으로 우승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모든 팀이 경계 대상에 오를 만큼 리그는 상향평준화를 이뤘다. 나희주는 그 속에서도 빛날 수 있는 이유로 연습량을 꼽았다.

“연습량이 첫 번째이지 않을까요. 하루에 12시간 정도 연습하는 것 같아요. 그 다음 생각나는 건 마음가짐 정도예요. 순위와 높은 곳에 대한 간절함이 있으면 더 잘되는 것 같더라고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갖고 인기를 얻으면서 여러 가지가 변했어요. 저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인데, 게임을 잘한다고 남들에게 인정받는 게 이상해요. 낯가림이 심해서 팬들이랑 마주칠 때마다 긴장되기도 하고요. 부족하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시즌 DPG 다나와 리빌딩 잘 마쳤는데, 가까운 대회 서울컵을 시작으로 더 강해진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2020년엔 PGC 뿐만 아니라 모든 세계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