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한 e스포츠, 그리고 LCK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단지 MZ 세대의 인기에 편승하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팀의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 특히 모기업 후원이 아닌 각 팀이 스스로 자생력을 가져야 하는 방식을 추구하며 이런 모습이 리그와 각 팀이 갖는 글로벌 영향력과 결합해 일어난 모습이다.
26일 SK 와이번스가 신세계에 1352억 8000만 원에 인수됐다. 한국 야구에서 팀 매각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매각은 기존의 매각과 결이 다르다. 과거 해태나 쌍방울의 경우 모기업의 경영난이 구단 운영까지 영향을 주었고, 결국 이 팀들은 새로운 기업이 인수했다. 두 기업 소속 야구단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은 몇 번 더 있었다.
SK의 야구단 매각에 스포츠계는 왜 충격에 빠졌을까. SK는 지금 경영난을 겪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의 각별한 야구 사랑의 결과였을 수도 있다. NC 게임 개발사지만 김택진 대표의 야구 사랑이 결국 NC 다이노스 창단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이번 인수로 국내 스포츠를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이 조금씩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 모기업 지원 기반의 홍보 수단으로 프로 스포츠의 시대는 점점 지나가고 있다고 보는 모습이다. SK 역시 이러한 판단을 기반으로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인 신세계와 이번 딜을 성사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한국 구단 역시 자체 수익 창출화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다. 국내 유통이 주력인 신세계는 내수 시장 확보 및 기존 영업 체계와 야구단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 시킬 것이 그 예다.
그렇다면 e스포츠는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을까. 과거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시절 진행됐던 프로리그의 경우 기존 한국 스포츠와 비슷한 방식이었다. 모기업은 전폭적인 지원으로 팀을 운영하고 이를 통한 무형의 홍보 효과를 누리려 했던 것. 이는 초창기 LCK의 몇몇 팀도 취했던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모기업의 방침 변화로 팀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가 있었고, 실제로 모기업의 선택으로 팀이 와해되는 문제도 있었다.
반면 팀이 자생할 수 있는 구조 변화의 바람도 2010년대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2010년대 초 기존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e스포츠 무대와 다른 노선을 추구했던 스타크래프트2 종목 게임단들의 활동이 그것이다. 이들은 대기업 스폰이 아닌 클럽 시스템으로 팀을 운영했다. 국내 대기업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연한 선택이었고, 이는 국내에 국한됐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던 스타크래프트2의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당시 GSL을 운영하던 그래택은 이를 기점으로 흑자까지 기록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LCK 역시 프랜차이즈 출범을 기점으로 각 팀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는 시스템을 추구한다. LCK 프랜차이즈 출범 전 이정훈 LCK 사무총장이 포모스와 인터뷰에서 나눈 이야기는 겨우 반년 전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 의미가 남다를 정도다.
"이번 LCK 프랜차이즈 도입을 통해 기존 한국 스포츠와 다른 모습을 LCK에서 보여주고 싶습니다.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팀 자체가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습이죠. 대기업의 참여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프랜차이즈에 참여하는 팀이나 기업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LCK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관심받는 리그고, 전 세계적으로 성공 가능한 콘텐츠입니다. 한국뿐만이 아닌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마케팅이나 스폰서 유치 역시 세계 단위로 고민했으면 합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LCK가 한국 기존 스포츠와 다른 글로벌 콘텐츠라는 점이다. e스포츠, 특히 LCK는 한국 내 인기도 높지만 '페이커' 이상혁이 대표하는 글로벌 영향력도 엄청나기 때문. 2020 LCK 서머 일 평균 순 시청자 수는 403만 명이었고, 이중 67%인 270만 명이 글로벌 시청자였을 정도. 특히 롤드컵이라 불리는 국제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LCK 소속 팀의 선전이 이어지며 국제 대회에서도 한국 팀은 통하는 컨텐츠라는 이유로 e스포츠가 주목받고, 기아 자동차나 LG전자 등 기업이 LCK를 선택했다.
LCK에 참여하는 팀들 역시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기존 스폰서십 구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다. 젠지 e스포츠 아놀드 허 한국지사장은 역시 포모스와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시각을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후원'이라고 인식된 고전적인 스폰서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시각이다.
"타업계 최고 수준의 기업 마케터들도 MZ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e스포츠를 통해야 하는 것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e스포츠에 원하는 것도 다르죠.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유니폼에 패치를 붙이는 거로 끝나는 게 아닌 브랜드가 원하는 맞춤 콘텐츠를 제작하려 합니다."
신세계 그룹의 이번 SK 와이번스 매각으로 스포츠계의 인식 변화가 일어나는 가운데 한국 e스포츠, 특히 LCK는 글로벌 콘텐츠 영향력을 기반으로 자생력을 갖추려는 변화를 시도했다. 이러한 모습에서 e스포츠와 LCK가 받는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패치를 붙이는 정도의 스폰서십에서 멈추면 LCK 역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관심받는 만큼 더욱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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