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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600경기-400승 '페이커' 이상혁, 기록이라는 이름의 발걸음

Talon 2021. 2. 11. 11:00


'페이커' 이상혁이 LCK 600전에 이어 400승을 기록했다. 이상혁은 데뷔하고 2861일 만에 600세트 출전을, 2864일 만에 400승을 올린 셈이다. LCK 사상 최초이며, 앞으로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 이상혁의 발걸음은 LCK의 발전, 그리고 변화와 함께했다. 이상혁이 600경기 출전-400세트 승리를 달성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그리고 그는 앞으로 더 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

이상혁이 세운 첫 기록의 시작은 2013년 4월 6일, 그의 데뷔일이다. SK텔레콤 T1 K(현 T1)로 LCK에 출전한 이상혁은 데뷔 전부터 '고전파'라는 솔로랭크 소환사명으로 유명했고, 스타크래프트에서 명문 게임단으로 인정받은 SK텔레콤 소속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데뷔전 이상혁의 상대는 '앰비션' 강찬용. 당시 미드로 출전했던 강찬용과 대결에서 이상혁은 니달리를 꺼내 들어 6킬 노데스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전설의 첫 발걸음을 떼었다.
 


이후 이상혁은 꾸준히 자신의 기록을 세워나갔다. 특히 LCK가 단일팀 체계로 변하며 토너먼트 방식이 아닌 리그 방식이 도입되며 이상혁은 매해 꾸준하게 자신의 기록을 쌓아나갔다. 2015년 5월 29일 이상혁은 나진 '꿍' 유병준의 아리를 상대로 카시오페이를 꺼내 들어 4킬 노데스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자신의 100번째 세트 출전을 자축했고, 다음해인 2016년 1월 22일에는 '크라운' 이민호의 빅토르를 상대로 갱플랭크를 선택해 1킬 3데스 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역시 팀을 승리로 이끄는 동시에 자신의 100번쩨 승리를 기록했다.

2016년 6월 29일 이상혁은 ESC '템트' 강명구의 아지르를 상대로 200번째 세트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고, 200번째 세트 승리는 2017년 6월 7일 당시 롱주 게이밍(현 DRX) '비디디' 곽보성의 제드를 상대로 탈리야를 꺼내 3킬 1데스 10 어시스트로 기록했다.

그의 기록경기가 항상 승리로 장식됐던 건 아니다. 이상혁의 기념비적인 기록경기 중 단 한 경기는 패배로 끝났다. 바로 2017년 7월 18일 진에어를 상대로 한 그의 300번째 세트 경기다. 진에어 그린윙스 '쿠잔' 이성혁의 루시안을 상대로 이상혁은 신드라를 꺼내 들었지만 1킬 4데스를 기록하며 패한 것. 이후로 이상혁은 자신의 출전-승리 기록 경기에서 패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400전 출전 경기 이후 거의 1년만인 2018년 7월 17일 MVP '이안' 안준형의 클레드를 상대로 갈리오를 꺼내든 이상혁은 2킬 1데스 4어시스트를 거두며 500세트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고, 다음 해인 2019년 4월 7일 킹존 드래곤 X(현 DRX) '폰' 허원석의 코르키를 상대로 리산드라를 활용해 5킬 5데스 6어시스트를 거두며 자신의 300세트 승리를 기록했다. 이상혁의 500세트 출전은 2019년 8월 21일 아프리카 프릭스 '유칼' 손우현의 리산드라를 상대로 키아나를 꺼내 7킬 1데스 14어시스트를 올린 경기였다.

2020년은 이상혁이 세트 출전, 그리고 승리 모두 기념할만한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꾸준히 그의 기록을 쌓아나갔다. 그리고 LCK 프랜차이즈가 출범한 2021년 2월 사흘 차이로 600승과 400승을 기록했다. 2월 3일 농심 레드포스 '베이' 박준병의 신드라를 상대로 2킬 6어시스트 오리아나 활용으로 600전 승리를 기념했고, 2월 6일 프레딧 브리온 '치프틴' 이재엽의 신드라를 상대로 세트를 꺼내 5킬 노데스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400번째 세트 승리를 올렸다.
 


데뷔 8년차를 맞는 이상혁은 여전히 자신의 기록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진행한 인터뷰에서 아직도 선수로서 커리어를 이어나갈 확고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나이 역시 아직까지는 이상혁의 기록 경신에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LCK 최고 탑 라이너로 꼽히는 '칸' 김동하는 95년생이고, '데프트' 김혁규은 이상혁과 동갑이지만 모두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LCK 프랜차이즈 시스템 도입 역시 이상혁의 발걸음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과거보다 체계화된 선수 관리 시스템은 물론 역사와 전통이 중요한 프랜차이즈 시스템 내에서 이상혁과 같은 선수는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상혁이 있었기에 LCK가 있을 수 있었다. 물론 지난 인터뷰에서 이상혁은 아래와 같이 이를 부인했지만, LCK의 발전과 이상혁의 기록은 항상 같이했다.
 


"LCK 발전에 있어 제가 기여했다기보다, LCK 발전으로 제가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제가 있어서 LCK가 성장한 것이 아닌, LCK가 성장하면서 저도 같이 성장한 거죠. e스포츠는 언제나 성장할 거로 생각했고, 이 과정에서 제 역할이 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상혁이 LCK, 그리고 임요환의 뒤를 이은 한국 e스포츠 최고 인기 스타가 된 이유는 지금까지 그가 기록한 성적과 보여준 인게임 플레이, 그리고 흠잡을 곳 없는 그의 태도 때문이다. 특히 지금에 와서는 가장 마지막으로 언급한 그의 태도가 더욱 빛나는 상황이다. 이상혁은 언제나 자신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2,632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가진 '철인' 칼 립켄 주니어는 기록을 세우는 동안 가장 큰 적은 게으름과 식상함이라고 회고했다. 적어도, 내가 아는 이상혁은 두 단어와는 가장 멀리 있는 선수다. 지금 이순간에도 이상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그를 믿고 좋아하는 이유고, 앞으로의 이상혁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이유다.
 

-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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