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를 거쳐 코치로 거듭난 주영달 코치가 전하고 싶은 말은?
삼성전자의 저그 라인을 이끄는 주영달 플레잉 코치
스타크래프트1의 마지막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올마이티' 허영무였다. 준우승자 반열에 머물러 있던 허영무는 2회 연속 우승을 통해 개인리그 역사 한 켠에 이름을 당당히 새겼다. 이후 개인리그 역시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로 진행됐고, 스타리그에서는 정윤종(SK텔레콤)이 우승컵을 차지했다.
하지만 GSL의 장벽은 높았다. 협회 소속 선수들은 끊임없이 GSL의 문을 두드렸지만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순 없었다. 팬들 역시 자유의 날개로 진행되는 마지막 2013 핫식스 GSL 시즌1 에서 협회 소속의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선수가 마지막 우승컵을 차지했다. 삼성전자 소속의 '로열저그' 신노열이 그 주인공이었다.
결국 삼성전자는 마지막 스타1-스타2:자유의 날개 우승자를 배출한 팀이 됐다. 그리고 그 뒤에는 묵묵히 지원을 아끼지 않은 코칭 스태프의 숨겨진 노력이 있었다. 특히 신노열은 우승 직후 "팀원들과 주영달 코치에게 감사하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영달 플레잉 코치에게는 '삼성 저그'를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것일까?
"먼저 간단한 인사 부탁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삼성전자 칸에서 저그를 담당하고 있는 주영달 플레잉 코치입니다. 최근에 팬들과 회식을 했는데 그 때도 팬 여러 분들께 간략하게 나마 인사를 드렸어요. 이렇게 인터뷰로 또 인사를 드리게 됐네요."
"최근에 우승한 신노열 선수 이야기를 안 물어 볼 수가 없죠. 코치로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나니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기분이 정말 좋아요. 전혀 생각지 못했거든요. 스타2로 넘어갈 때 '과연 코드S에서 협회 소속 선수들이 우승할 수 있을까?' 하는 말을 했어요. 하더라도 군단의 심장이 나온 뒤에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유의 날개 마지막 시즌에 하게 돼서 정말 다 깜짝 놀랐어요. 끝나고 돌아 가면서도 노열이가 '형 진짜 우승하게 됐네요'라고 말하더라고요(웃음)."
신노열의 GSL 우승이 갖는 의미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우승이었기에 더욱 더 뜻 깊었다. 신노열의 우승을 돕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생각 외로 잘 풀렸다. 연습 상대도 손쉽게 구했다.
"노열이가 필요하다고 하는 건 다 들어 줬어요. 플레이를 지적하기 보다는 편안하게 게임할 수 있도록 신경 써주는 편이에요. 저랑 감독님 모두 연습 상대를 구하는데 가장 신경을 많이 썼는데 다른 팀 감독님들도 다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정말 모두 감사 드린다고 이 자리를 빌어 전하고 싶네요. SK텔레콤에서는 정윤종 선수가 도와 줬고, KT는 이영호, STX는 이신형, CJ에서는 김정우-신동원 선수가 도와 줬어요."
신노열뿐만이 아니다. 이영한도 연패를 끊은 뒤 인터뷰에서 제일 먼저 주영달 코치의 이름을 언급했다. 6연패를 하는 동안 쌓아 뒀던 무거운 마음의 짐을 털어낸 이영한은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영한이가 6연패를 하는 동안에도 뭐라고 하지 않았어요. 힘 내라는 이야기만 했어요. 만약에 뭐라고 했으면 영한이가 더 힘들어 했을 것 같아요. 저도 선수 시절에 연패를 한 두 번 한 게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더 심리적 압박을 받기 보다 코칭 스태프 탓으로 생각하고 마음 편히 연습하라고 했죠. 경기만 후회 없이 하라고 이야기 했어요. 그래서 영한이가 연패를 끊은 뒤 고맙다고 이야기 한 것 같아요. 프로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평생 오는 게 아니잖아요. 후회 없이 게임 하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해 줬죠."
다 주영달 코치의 '경험'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출전 기회를 잡아 경기에 나가도 이어지는 실수에 후회가 되는 게임이 너무 많았다. 준비해 온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패배할 때마다 허무했다.
"실수 하지 말고, 후회 없이 게임하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어요. 물론 마음처럼 쉽게 안 되죠. 저도 선수 시절에 부담감도 크고 하다 보니 후회가 되는 게임이 너무 많았어요. 제 플레이를 제대로 못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도 그런 부분들을 강조해요. 지더라도 멋있게 게임을 하다가 지라고 이야기 하죠. 감독님께서 제게 항상 해주셨던 이야기거든요."
주영달 코치와의 인터뷰 내내 김가을 감독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주 코치 역시 멋쩍어 하며 "너무 감독님 이야기 많이 하는 거 아닌가요?"할 정도였다. 그만큼 김가을 감독은 주영달 코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었다.
"감독님께서 선수 시절에 저에게도 잔소리를 좀 하셨어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관심이 있으니까 잔소리도 하는 거다. 무관심하면 그만큼 서러운 게 없다"고 하셨죠. 선수들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해요. 이렇게 이야기 해주는 게 좋은 거라고. 감독님께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제가 하고 있어요(웃음)."
선수들과는 늘 '형'처럼 편안히 지낸다고.
선수와 감독, 코치의 역할은 모두 다르다. 주 코치 역시 그에 대해 실감하고 있었다.
"코치는 선수들을 어느 정도 휘어잡을 수 있어야 돼요. 주장 때는 팀 분위기를 잡아야 했고요. 노열이와 영한이가 팀에 합류했는데 스타일이 달랐어요. 연습 방식이 좀 어긋났는데 그걸 잡아주는 게 힘들었죠. 선수 시절에는 본인만 잘하면 끝이었는데 코치는 달라요. 선수 한 명이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면 그건 코치의 실책이 되는 거죠."
주장을 맡고 있던 주영달이 코치를 하게 된 것도 '형'같은 코치가 필요해서였다. 숙소 안에서 여전히 주영달 코치는 '형'으로 불린다. 코치라는 호칭이 붙기 시작하면 거리감이 생겨서 힘든 일이 있어도 털어놓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라운드의 부진을 털어 버릴 수 있었다. 모두들 힘든 시간이었지만 다들 다독이며 이겨 냈다. 스타일상 연패를 하다가도 연승을 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기에 인고의 시간을 버텼다.
"오히려 감독님께서는 크게 좌절하시지 않으셨어요. 잘 될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렇게 됐죠. 오히려 8연승 할 때 감독님께서는 잘 하고 있다가 한 번 실수하게 되는 순간을 경계하셨어요. 분위기 안 좋을 때는 영화도 자주 보여 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셨죠. 팀의 기둥인 감독님께서 안 흔들리셨기 때문에 잘 풀어 나갈 수 있었어요."
연패하는 동안 주 코치 또한 선수보다 자신을 탓했다. 실수로 인해 패배하는 경기가 나올 때마다 아쉬움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서로 힘이 돼야겠다는 생각 하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견뎠다.
"감독님께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되는지 많이 여쭤 봤어요. 윗사람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말을 해주신 덕분에 보고 배웠죠."
결과적으로 연패가 '몸에 쓴' 약이 됐다. 시즌 전에는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많았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형편이 없었다. 패배로 인해 각성한 삼성전자 선수단은 오히려 더 열심히 연습을 했고, 자발적으로 연습 시간을 늘려 나갔다. 새벽 3, 4시까지 연습을 하자 점점 더 희망이 생겼다. 송병구, 허영무, 신노열 등 팀의 고참들이 솔선수범 하는 모습을 보이자 후배들도 뒤따랐다.
"선수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병구나 영무와는 10년 가까이 한 팀에 있었죠. 안 좋은 일 있으면 서로 상담도 하고, 아지트에서 이야기도 나누죠."
역시 선수들이 잘할 때 코치로서 얻는 만족감이 크다
코치로서 얻는 만족감 또한 남달랐다. 신노열의 우승, 이영한의 코드S 진출도 기뻤지만 신예 강민수의 1승 역시 소중했다. 더 잡아 주고 도와줄 부분이 많았던 강민수였기에 뿌듯했다. 선수들의 1승 1패가 모두 기억날 정도다.
"선수 생활 역시 아직 하고 있죠. 병행 시즌에 감독님께서 스타2 경기에 나가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전 프로리그에는 나가지 않을 생각이에요. 선수들의 소중한 기회를 빼앗고 싶지 않아요. 개인전 예선은 앞으로도 나갈 생각입니다. 경험을 쌓겠다는 생각으로 출전하려고요. 트렌드를 쫓아가기 위해서라도 필요해요."
아직 시즌의 절반만이 지났을 뿐이다. 4라운드에서는 테란 유저가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 있는 주영달은 이영한을 걱정했다.
"코드S에 올라간 것도 기쁘지만 프로리그에서도 잘해야죠. 영한이도 많이 깨달았을 거예요. 그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다른 선수들이 쉽게 못 얻는 출전 기회를 갖고 있을 때 즐기면서 게임하라고 말이죠. 노열이는 이걸 깨달은 것 같아요. 스타1에서 잃었던 흥미를 되찾으면서 적응을 잘했죠. 그래도 영한이 역시 개인리그에 올라갔으니 더 탄력 받겠죠?"
자유의 날개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던 신노열이 다시 한 번 군단의 심장에서도 우승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주영달 코치는 "기대하고 있다"는 말로 답변했다.
"영한이와 노열이 모두 군단의 심장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둘에게 거는 기대가 크죠. 우승했으면 좋겠어요."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아직까지 섣불리 종족 밸런스를 파악하기엔 이르다. 적응해 가는 단계이기에 좀 더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주 코치는 "현재 밸런스는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군단의 심장에서는 강민수 선수를 주목해 주세요. 신노열-이영한 선수는 당연히 잘 할 거니까 강민수-장지수 선수 같은 신예들을 지켜봐 주시길 바랄게요. 제가 군단의 심장이 나온 뒤로 새벽까지 연습실에 있을 때가 많았어요. 그 때마다 뒤를 돌아보면 항상 지수가 남아 있더라고요. 경기에서는 막상 제 실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유)준희도 더 열심히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하죠."
앞으로 더 잘하길 기대하는 유준희와 한 컷
더 이상 큰 욕심은 없다. 지금 이대로 선수들과 어울려 지내면 '형'같은 코치가 되고 싶다. 서로가 믿음을 갖고 이해하면서 잘 이끌어 나간다면 이번 시즌 또한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어떤 코치가 되고 싶으세요?"
"더 이상 크게 바라는 게 없어요. 전 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선수들 입장을 잘 헤아려 줄 수 있어요. 애들을 볼 때마다 뭐 때문에 어려워하는지 보이죠. 그 심정을 알기 때문에 잘 이야기해서 풀어 주고 싶어요. 선수들은 좌절했을 때 누군가 잡아 주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거든요. 잡아 주고 도와 주는 게 제 역할이죠."
또 한 번의 결승 무대를 밟아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주 코치는 2년 연속 광안리 무대에 올랐던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때의 감동을 지금의 선수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프로리그에서 우승했을 때의 벅찬 감동과 환희를 알려 주고 싶은 것.
"모든 저그 유저들이 성적을 잘 냈으면 좋겠어요. 제가 팀의 막내였을 때 저그 유저들 모두 개인리그에 이름을 올렸거든요. 선수들의 개인적인 커리어도 중요하잖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정말 많은 것들을 이뤘어요. 프로리그에서 우승도 해봤고, 노열이가 우승하는 모습도 지켜 봤죠. 이제 제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없어요. 다만 선수들이 좌절하지 않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싶어요. 경기에서 지고 나면 잠들기 전에 항상 패배하던 장면이 떠올라요. 그런 아쉬움을 느끼지 않으면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죠. 제 목표보다는 선수들의 꿈을 이뤄 주고 싶어요."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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