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팀에서 잘 적응하고 있으니까, 이번 시즌 기대하셔도 좋아요"
포모스에서는 화제가 됐던 매치업을 골라 해당 선수에게 직접 뒷이야기를 들어보는 '스타2 리와인드' 코너를 새로 마련했습니다. 경기의 스크린샷과 그 때 그 때 선수들이 느꼈던 유불리나 관전 포인트 등을 짚어 팬들에게 소개하는 스타2 리와인드, 스타2를 잘 모르는 팬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복기해 보는 순서입니다. < 편집자 주 >
이번 주 '스타2리와인드'에서는 '꼬부기' 박현우(LG-IM)를 만나봤습니다. 새롭게 LG-IM에 둥지를 튼 박현우는 지난 주 GSTL에서 3킬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죠. 더불어 한동안 부진에 빠졌던 박현우 스스로도 부활의 신호탄을 알렸는데요. 개막전에서 가장 핫 매치로 꼽힌 송재경(FXO)과의 경기는 물론, LG-IM에서의 생활 이야기도 지금 함께 들어보시죠.
▶ 포모스=LG-IM에 합류한지 이제 한달 정도 됐는데요. 숙소 생활은 어떤가요?
▶ 박현우=형들이 다 재미있어서 좋고, 강동훈 감독님도 원래부터 알던 사이라 편해요. 그 중에서도 (최)용화 형이랑 (장)민철이 형이 가장 잘 챙겨주죠. 얘기도 제일 많이 하고, 밥도 자주 같이 먹거든요.
▶ 포모스=최초의 '올킬러'이기도 하고, GSTL에서 성적이 좋아서 이번 시즌을 기다렸을 것 같아요.
▶ 박현우=사실 최근에 제가 성적이 별로 좋지 못했어요. 뚜렷한 성과가 없어서 팬들에게 잊혀지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군단의 심장이 새로운 기회가 된 것 같아요. 팬들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고, 그만큼 이번 팀리그에서 자신감이 있었어요. 잘 하고 싶은 의욕이 강했죠.
▶ 포모스=열심히 준비한 만큼 결과도 좋아서 다행이네요. 아, 그리고 강남 스튜디오는 어땠어요?
▶ 박현우=엄청 좋던데요? 무엇보다 관중들이 더 많이 오실 수 있으니까 게임 할 맛이 나더라고요. 안 그래도 의욕이 넘치는데 팬들까지 환호를 해주니까 더 이겨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됐죠. 그리고 목동에서는 방음을 위해서 파도 소리 같은 음향이 나왔는데, 강남 스튜디오는 그런 소리가 없어요. 그런 소리가 없어도 충분히 방음이 잘 돼서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숨은 이유가 있었던 탐사정의 '오각형 무브'.
▶ 포모스=이성은 해설이 잠깐 언급했는데, 탐사정의 '오각형' 이동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박현우=그냥 간단하게 'O'자로 돌면 일벌레한테 계속 맞아요. 그런데 '오각형' 모양으로 움직이면, 부화장을 짓지 못하게 하면서 최대한 바깥쪽으로 피하게 돼요.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다 의도된 움직임이죠. 예전에 재미로 할 때는 '별' 모양을 그리기도 했지만요(웃음).
▶ 포모스=이번 경기의 전체적인 컨셉은 뭐였어요?
▶ 박현우=최대한 안전하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이때 이미 1승을 하기도 했고, 제가 안전하게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상대 체제를 보고 맞춰가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또 제가 원래 찌르기 같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서로 할 거 다하고 해보자'라는 마인드라서요. 그런데 요즘에는 (장)민철이 형의 영향을 조금 받고 있어요. 조금 공격적으로 하고, 광전사-추적자 단계에서의 찌르기 같은 것을 배우고 있죠.
▶ 포모스=좋은 변화인 것 같네요. 여기서 초반 빌드를 보면 박현우는 제련소 더블을 했고, 송재경은 2부화장 체제로 출발했어요.
▶ 박현우=보통 저그들이 무난하게 하면 3부화장 체제로 가는데, 2부화장으로 하더라고요. 이러면 저그가 바퀴나, 저글링-맹독충, 히드라리스크로 올인을 올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조금 더 유리하게 갈려고 올인을 배제하고 광자포를 하나만 건설했어요. 절 잡으려고 나왔으니까 올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거든요. 약간의 심리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어쨌든 보통 올인에 대비해서 최소 2광자포를 올려야 하는데, 저는 하나로 버텨서 유리하게 출발할 수 있었죠.
▶ 포모스=그러면서 불사조로 정찰을 하고, 본진에는 로봇공학시설까지 갖췄네요.
▶ 박현우=제가 최대한 상대에 맞춰 간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불사조 1기가 나오자마자 바로 내보냈어요. 그리고 저그가 2부화장에서 군단숙주-땅굴망 공격을 할 수도 있어서, 로봇공학시설을 올렸죠. 거신이 없으면, 막기 힘든 공격이거든요.
박현우를 상대로 송재경은 빠른 군락을 선택했다.
▶ 포모스=불사조로 상대의 진영을 정찰한 뒤에는 어떤 생각을 했나요?
▶ 박현우=2진화장을 보고 근접 공격-방어 업그레이드 아니면, 원거리 공격-방어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원거리 공격 업그레이드를 했으면 군단숙주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후에 딱히 올라가는 건물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글링에 치중하는구나 싶었죠. 그리고 두 번째 정찰로 군락 업그레이드를 보고서 '아, 이거 울트라구나'라고 직감했죠.
▶ 포모스=상대의 빠른 울트라리스크 전략을 알아챈 순간에 어땠어요?
▶ 박현우= 상대가 꺼낸 빌드가 흔한 것은 아니었지만, 별다른 느낌은 없었고 쉽게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공중 유닛으로 끝내야겠다는 판단도 내렸고요. 보통 울트라리스크를 상대할 때는 불멸자나 공허포격기를 모으는데, 이때는 공허포격기를 선택했죠.
▶ 포모스=그래서 거신 생산을 중단하고, 우주관문을 늘렸군요.
▶ 박현우=거신은 울트라리스크한테 엄청 약해요. 만약에 바퀴-히드라리스크를 상대하듯이 거신이랑 추적자를 모으면 여왕이라 울트라리스크에 바로 전멸해 버리죠. 스타2는 조합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우주관문을 4개까지 늘렸는데, 사실 연습이 많이 되지 않아서 최적화인지는 잘 몰르겠어요. 그런데 6가스를 먹고 지상병력을 뽑지 않으면 4우주관문에서 공허포격기를 생산할 수 있더라고요.
울트라리스크가 나오기 진전에 멀티 부화장을 파괴한 박현우.
▶ 포모스=이때 황영재 해설의 박현우 선수의 예전 경기를 얘기하기도 했는데요.
▶ 박현우=예전에 코드A에서 제8게임단의 김정환 코치님이랑 경기를 했었어요. 맵도 벨시르해안이었는데, 제가 엄청 불리하고 김정환 코치님이 울트라리스크 10기 정도 있었죠. 그런데 제가 불멸자랑 공허포격기를 모으고, 사이오닉 폭풍을 다 적중시켜서 저그 유닛을 한번에 제압해버린 경기였어요. 저도 이때 그 경기가 생각나면서 이길 자신이 있었죠. 대신 이번에는 공허포격기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포모스=그렇게 서로 병력을 모으는 상황에서 먼저 공격을 들어갔어요.
▶ 박현우=지금 상대가 울트라리스크가 나오기 직전이라서 여왕이랑 저글링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광전사와 공허포격기로 공격을 하면 확장기지를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8가스를 최대한 늦춰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멀티를 깨긴 했는데, 잠시 딴 곳을 보고 있다가 저글링한데 지상 병력을 다 잃어버려서 조금 아쉬웠어요.
▶ 포모스=그래도 초반에 생산한 불사조가 후반까지도 활약을 펼쳤어요.
▶ 박현우=정말 불사조로 은근히 이득을 많이 봤어요. 상대가 포자촉수를 짓지 않아서 후반인데도 쏠쏠하게 일벌레를 잡을 수 있었어요. 진짜 꽤 많이 잡았어요. 그래서 자원적으로 조금 타격이 있었을 것 같아요. 불사조는 계속 살려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요. 아마 저그 입장에서는 제일 짜증나는 유닛일 거예요.
공허포격기의 일점사에도 죽지 않는 여왕.
▶ 포모스=계속 공허포격기를 모으고 있는데, 언제쯤 나갈 생각이었나요?
▶ 박현우=제가 지상군이 조금 모자라기도 해서 거의 200을 다 채우고 나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송재경 선수는 제가 공허포격기를 준비하는 것을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4차원관문에서 올인하듯이 모은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아요. 만약에 제 조합을 정확히 알았다면 히드리스크를 섞어주거나, 여왕을 더 많이 모았을 것 같아요. 아마 그렇게 했으면 제가 힘들었겠죠.
▶ 포모스=드디어 정면 대결을 펼쳤는데, 예상보다 상대가 만만치는 않았어요.
▶ 박현우=이때 공허포격기 열 몇 기가 여왕 1기를 공격했는데, 여왕이 죽지 않더라고요(웃음). 저는 싸우자마자 여왕이 싹 녹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일점사를 당하는 여왕이 죽지 않는 것을 보고 '아, 이게 뭐지' 싶었죠. 일점사한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되고 말았죠. 나중에 경기 끝나고 생각해보니까 공허포격기가 DPS(초당 데미지)가 빨라서 공격력 1이 추가 된 것이 중요한데, 이때 공1업 밖에 되지 않았어요. 반대로 송재경 선수는 2진화장을 일찍 돌려서 방3업이었고요. 업그레이드의 차이가 제일 컸고, 수혈도 있어서 여왕이 쉽게 죽지 않은 것 같아요.
▶ 포모스=지상군은 밀리고, 여왕은 죽지 않고. 솔직히 어땠어요?
▶ 박현우='그림이 좀 다르네' 싶었죠(웃음). 그래도 지상 병력을 추가로 뽑기에는 업그레이드가 안 돼서 어중간 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공허포격기로 끝내보자', '여왕이 잘 죽지 않아도 더 많이 뽑아서 이겨보자', 그렇게 생각했죠.
행운이 따랐던 드롭 차단.
▶ 포모스=그런 뒤에 상대가 울트라리스크로 공격을 시도했는데, 그 사이에 멀티 부화장을 파괴했어요.
▶ 박현우=이때 제가 울트라리스크를 공허포격기를 거의 다 빼고, 4기 정도로만 공격을 했어요. 부화장 근처에 여왕이 있어서 송재경 선수가 여왕으로 수혈을 계속 해줬으면 부화장이 깨지지 않았을 텐데, 울트라리스크를 컨트롤 하느라 그러지 못한 것 같아요. 만약에 부화장을 파괴하지 못했으면 제가 더 힘들어졌겠죠. 안 그래도 제가 4시 지역 확장기지를 계속 파괴당해서 유리한 것 같은데도 불안한 마음이 자꾸 들었거든요.
▶ 포모스=그래도 이후에 드롭 공격은 깔끔하게 차단했잖아요.
▶ 박현우=드롭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어요. 상대 멀티를 치려고 공허포격기를 돌렸는데, 딱 그 타이밍에 드롭을 오고 있더라고요(웃음). 드롭을 당했으면 타격이 있었을 텐데, 여러모로 운이 따라줬어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낸 광자포.
▶ 포모스=이제 다시 한번 공허포격기를 갖춰서 공격을 재개했는데, 이길 자신이 있었나요?
▶ 박현우=공허포격기도 많이 모였으니까 멀티부터 하나씩 밀면서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나갔죠. 그런데 진균 번식 때문에 고전했어요. 광전사는 금방 죽어버렸고요. 저도 언제 죽었는지 모르겠어요, 없어져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압도적으로 이길 줄 알았는데, 진균을 3~4번 맞으면서 공허포격기가 거의 반으로 줄고 말았어요. 그래서 인구수도 확 떨어지고, 4멀티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었죠.
▶ 포모스=그래도 상대 부화장을 깬 반면에 4시 지역 연결체를 지켰어요.
▶ 박현우=정말 멀티가 또 파괴당했으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주 병력을 빼지 않은 상태에서 멀티를 지킨 덕분에 이긴 것 같아요. 때맞춰 광전사랑 공허포격기가 나와서 막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삼룡이 멀티에서는 광자포 하나가 컸어요. 수정탑으로 둘러놓고 광자포를 지었는데, 저글링을 그냥 어택으로 보내면 광자포 깨려고 빙빙 돌다가 다 죽거든요. 저 광자포가 참 효자였어요(웃음).
압도적이었던 마지막 전투.
▶ 포모스=그러면서 인구수를 재역전 했는데, 마무리 공격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 박현우=계속 공허포격기를 모을 생각이었는데, 공허포격기만으로는 이기기 힘든 조합이더라고요. 여왕도 있고, 감염충까지 있어서요. 그래서 집정관을 섞어주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제 보니까 제가 불멸자를 빠르게 뽑았으면 쉽게 이겼을 것 같아요. 불멸자가 있으면 여왕이 수혈할 틈도 없이 울트라리스크를 녹일 수 있거든요. 나중에 뽑긴 했는데, 너무 늦어지는 바람에 경기가 박빙으로 흘러간 것 같아요. 이때는 가스가 너무 많아서 집정관을 많이 뽑았었어요.
▶ 포모스=이제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있는데, 자신 있었나요?
▶ 박현우=일단 송재경 선수가 재정비 할 시간을 조금 줬어요. 아무래도 상대도 멀티를 잃어서 빠른 타이밍에 들어오지 못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공허포격기만 계속 또 모았으면 조합상 졌을지도 몰라요. 상대가 공허포격기를 제압하려고 감염충을 많이 뽑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집정관을 섞여줬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죠.
▶ 포모스=정말이지 마지막 전투는 말그대로 완벽했어요.
▶ 박현우=싸우는 진영이 제가 압도적으로 좋았어요. 조합도 잘 갖췄고, 시간왜곡도 잘 들어갔고요. 약간의 불안감은 있었는데, 상대를 앞뒤로 덮치자마자 '아, 이겼구나' 싶었어요. 생각보다 더 크게 압도적으로 이겼어요.
부활을 예고한 박현우!
▶ 포모스=이렇게 2승을 거두고, 결국 3킬까지 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는데요.
▶ 박현우=일단 개막전에서 이긴 것이 정말 좋았어요. 제가 자유의 날개 맨 처음 GSTL 때도 성적이 좋앗는데, 개막전에서 뭔가 좋은 징크스가 있는 것 같아요. 팀 이적 이후에 첫 단체전 경기고, 강남 스튜디오 첫 경기라서 뭔가 '처음'이라는 타이틀이 많았는데요.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고, 많이 기뻤어요.
▶ 포모스=GSL에서 준우승 이후로 계속 16강을 넘지 못했는데, 차기 시즌 목표는 어떤가요?
▶ 박현우=솔직히 16강만 뚫으면, 8강부터는 한 명과의 다전제 경기라서 자신 있어요. 그래서 언제든 16강을 넘으면 결승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시즌도 16강을 뚫느냐, 마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 포모스=그렇다면 올해 목표는 어떤가요?
▶ 박현우=개인적으로 우승으로 상금을 많이 번 (장)민철이 형이랑 (정)종현이 형이 많이 부럽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올해 정말 열심히 하고, 여러 대회를 우승해서 억 단위의 상금을 얻고 싶어요.
▶ 포모스=꼭 이루길 바랄게요. 오늘 인터뷰 정말 즐거웠고요, 끝으로 팬들에게 인사 한 마디 해주세요.
▶ 박현우=스타테일에서 나오면서 팬들도 많이 걱정하시고, 저 스스로도 조금 힘들었어요. 또 GSL 경기도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바람에 경기력이 좋지 못했고요. 하지만 새로운 팀에서 잘 적응하고 있으니까, 이번 시즌에 기대하셔도 될 것 같아요.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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