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박상진의 e스토리] LCK와 함께, 윤수빈 아나운서의 3년

Talon 2022. 9. 10. 15:00

리그 오브 레전드가 e스포츠 리그로 자리 잡으면서 지금 LCK로 발전했고, 서울 종로 중심에 있는 롤파크는 이제 MZ세대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장소가 됐다. 단순히 게임 방송이 아닌, 하나의 문화이자 대회로 인정받는 LCK는 점점 그 영향력을 끌어올리고 범위를 넓히는 주목받는 콘텐츠가 되었다.

LCK가 하나의 대회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게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 전후의 과정과 뒤에 있는 이야기를 충분히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회를 중계하는 중계진은 물론 게임을 분석하는 분석 데스크까지, e스포츠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눈앞의 상황과 함께,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관해 궁금해하고 그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직접 전해 듣고 싶어 한다.

 

이러한 전달의 과정을 담당하는 역할이 LCK 아나운서다. 윤수빈 아나운서는 두 명의 LCK 아나운서 중 한 명으로 선수들의 이야기를 관중들에게 전하고 있다. 매일 치열한 풀세트 접전을 이끌어내는 멤버 중 하나지만, 절대 본인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닌 만큼 이런 분위기를 즐긴다는 윤수빈 아나운서를 만나 LCK와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LCK 아나운서를 기간으로는 2년 반, 햇수로는 3년 가까이 맡아 방송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LCK와 함께하셨는데, 처음 지원했을 때 LCK에서 이 정도 기간을 함께할 거라고 예상했나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는 당시 게임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원래는 100분 토론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목표였거든요. 제 목표와 전혀 다른 분야에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고, LCK 참여 전에도 담당 PD님들과 저에 대한 걱정을 많이 이야기했죠. 하지만 막상 첫 스플릿을 보내고 나니까 제 예상보다 이 일에 제가 잘 맞는 거dP요. 그리고 1년이 지나고 나서는 제가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LCK와 오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죠. 당시 PD님한테 제가 여기에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남는데, 벌써 LCk와 3년째를 맞고 있네요.
 


처음 시작할 당시의 윤수빈 아나운서도, 지금 이야기를 나누는 윤수빈 아나운서의 모습도 LCK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었는데,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았다는 게 신기하네요. 그렇다면 LCK와 함께한 지 1년이 지나고 어떤 점에서 서로 맞다는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에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이 게임에 제가 애정을 붙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가장 컸어요. 그런데 1년 정도 게임을 했는데, 제 생각보다 게임이 더 재미있던 거예요. 게임이 저한테 잘 맞았고, 저는 스포츠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편이었는데 리그를 준비하고 선수들이 연습하고 경기를 하는 과정에서 저도 선수와 리그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그렇게 지내던 중 문득 제가 LCK에 출근하는 게 즐겁다고 느끼기 시작했어요. 어쨌든 방송도 일이니까, 보통 일을 하러 나가면 즐거울 수 없는 게 정상이죠. 그런데 LCK가 진행되는 롤파크에 가는 날은 일하러 가는 게 아닌, 굉장히 가볍고 즐거운 마음인 거에요. 그때 이게 나와 잘 맞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게임 방송에 도전했을 때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열심히 해보자는 각오였는데, 저와 정말 잘 맞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LCK에 합류했던 2020년만 하더라도 코로나19로 관중 없이 롤파크에서 경기를 했죠. 텅 빈 경기장에서 방송을 진행한다는 게 아쉽지는 않았는지
처음이라 그런 걸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게임을 제대로 보고 대본을 만들고 인터뷰를 진행하기에도 당시 제 역량이 충분하지 않았거든요. 일단 제가 해야 할 일에 익숙해지는 게 먼저였죠. 다행히 LCk 아나운서 일에 차차 익숙해질 즈음 관중 입장도 재개됐고, 그제야 롤 파크가 원래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방송 시작 전 한 달 반 전부터 매일 롤 파크에 나와서 게임을 익히기 시작했고, 그래서 초반에는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오히려 관중이 없다 보니 인터뷰도 경기장이 아닌 분석 데스크에서 진행했고, 같이 참여하는 패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적응이 도움이 된 거 같습니다.

이제는 롤파크에 관중이 가득 찬 상태에서 경기를 진행하는데, 열기가 가득한 롤파크에서 선수 인터뷰하는 지금은 어떤가요
정말 다르죠. 경기장에 관중들이 들어오니 분위기는 완전 다르고, 인터뷰를 할 때 느끼는 책임감의 무게도 다르죠. 그리고 인터뷰하는 선수들의 감정도 달라요. 자기를 보러 여기까지 온 관중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거고,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힘을 받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게 정말 기분 좋았어요. 앞으로도 계속 관중이 가득한 롤파크에서 LCk 경기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수빈 아나운서의 인터뷰를 보면 경기를 마친 선수나 이를 지켜보는 관중들과 다른 존재가 아닌, 그 분위기에 함께 잘 녹아든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선수나 관중과 거리감이 느껴지는 게 아닌,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서 있는 윤수빈 아나운서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한데, 어떻게 현장의 분위기에 잘 녹아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저는 아직 제 인터뷰에 자신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아직 제 인터뷰가 만족스럽지도 않죠. 이제서야 LCK에 제대로 적응했고,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녹여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분석 데스크도 인터뷰도 모두 분위기를 잘 전달하면서도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저는 모두가 궁금해할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고도 싶고요. 선수의 감정과 경기의 정보를 모두 전달할 수 있는 알찬 인터뷰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답니다.

또한, 윤수빈 아나운서 자체도 LCK에 굉장히 잘 녹아 든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예측 방송을 하는데 윤수빈 아나운서가 유니폼을 입은 팀만 전부 지거나, 방송에만 나오면 풀세트를 가는 일이 흔하거든요. 하지만 이런 징크스 아닌 징크스도 능청스럽게 잘 넘기면서 LCK에 잘 어울리게 된 것도 굉장하다고 봅니다
저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요소들이 생기는 것에 대해 저는 좋게 생각해요. LCK를 즐기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건 모두 잘 아실 테니까, 저는 이런 분위기가 재미있고 신기하고 고맙고 해요. 그리고 저는 방송을 오래 하는 게 좋아요. 저는 여전히 경험을 더 해야 하는데, 경기가 길어지면 저는 얼굴을 더 오래 비치고 한 번이라도 더 이야기를 하는 거죠. 물론 가끔 체력이 부족할 때가 있는데, 그래도 저한테 선택권이 있다면 4세트보다는 6세트를 하는 쪽을 고르려고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같이 방송하는 분석 데스크 패널이나 중계진들이 별로 안 좋아할 거 같아요
풀세트가 나오면 저를 구박하시기는 하는데, 이제 많이 친하기도 해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요. 그리고 저 역시 풀세트가 나오면 다른 분석 데스크 패널들이 중계진 모두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싫어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죠.
 


얼마 전에 강범현 해설 인터뷰를 했고, 입대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이라 관련된 질문을 몇 개 했거든요. 그중 매주 면회를 올 거 같은 사람에 대해 윤수빈 아나운서 본인을 선택했어요. "매주 놀리러 올 거 같다"는 게 그 이유였는데, 지금 윤수빈 아나운서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저도 강범현 해설의 선택이 이해가 가네요
강범현 해설이 저를 아주 잘 봤네요.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LCK 출연진들과 친해지기도 했어요. 분석 데스크나 출연진 분들하고는 경기도 같이 보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게 되거든요. 그리고 제가 장난을 치는 걸 좋아해서 친해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친분을 쌓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강범현 해설이 저를 지목했을 거 같아요.

지금까지 윤수빈 아나운서와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본인의 성격을 가감 없이 방송에 보일 수 있기에 LCK에 빠르게 적응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이 좋아요. 오히려 제가 처음 LCK에 왔을 때 조용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갖게 된 게 의아했거든요. 저는 살면서 조용함이나 단아함 같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말이죠. 지금은 다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그 부분일 받아들여 주셔서 저는 지금이 훨씬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본인에게 어울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룰루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변이로 상대를 놀리기는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저는 한 방이 있는 챔피언보다 멀리서 계속 귀찮게 한 대씩 날리는 챔피언들이 저랑 어울리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의 모스트 픽인 럭스가 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옆에 있는 친구들이 묵직한 한 방을 날릴 수 있게끔 도와주는 챔피언이 저와 어울리는 거 같아요. 그리고 이야기 주신대로 룰루도 어울릴 거 같아요. 룰루 코스프레도 괜찮을 거 같아요. 다만 룰루는 좀 짧아져야 하는데 그건 이미 제가 짧은 편이라 괜찮을 거 같아요.

코스프레에도 거부감 없는 모습을 보이셨는데, 예전 WCK 결승에서 잔나 코스프레를 했던 걸 부끄러워하시던 게 기억이 나네요
금발 가발을 쓴 제 모습이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거울을 봤는데 그냥 단어 그대로 충격이었어요. 제가 겁은 없는데 가발을 쓴 모습은 겁이 없는 거 하고 거리가 좀 먼데 충격적이었거든요.
 


이미 이야기를 나눈 대로 윤수빈 아나운서는 LCK 다섯 스플릿을 보냈는데, 그만큼 선수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죠.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나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내가 이런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어서 좋았던 기억 같은 거 말이죠
관중과 시청자에게 경기장과 선수의 분위기를 전달해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선수의 솔직한 감정이 인터뷰를 통해서 전달될 수 있는 인터뷰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제가 선수에게 편안하고 솔직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상대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런 감정의 폭을 그대로 전할 수 있는 인터뷰를 하는 게 목표죠. 기억에 남는다면 올해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농심 레드포스 인터뷰와 초반의 부진을 털어내고 선발전까지 갔던 리브 샌드박스 인터뷰에요. 특히 '고스트' 장용준 선수와 인터뷰가 기억에 남네요.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마음을 전할 기회를 잡지 못하다 승리 인터뷰를 통해서 전할 수 있었죠. 인터뷰를 하면서 옆에서 지켜봤는데, 정말 팬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하고 싶어 하는 게 기억에 남아요. 리브 샌드박스의 끝은 아쉬웠지만, 기세를 타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갖은 선수들이 팬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어하던 것도 기억에 남네요. 이런 선수들의 진심을 인터뷰를 통해서 전할 수 있다는 게 뿌듯했습니다.
LCK 방송을 위해 출근하는 게 즐겁다고 이야기했는데, 방송 일정이 자기 관리에는 참 어려운 편이죠. 오후에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해서 끝나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시즌이 끝나면 또 패턴도 돌려야 하는데 국제대회 시간대가 안 맞으면 밤낮이 바뀌는 경우도 있죠. 그래도 본인 관리를 놓을 수는 없을 거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챙기나요
특별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지는 않아요. 다만 시작 시간이 늦으니 오전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고, 생활 패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송 유무와 상관없이 일정한 기상 시간과 생활 패턴을 지키려고 하고요, 오전에도 시간을 정해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고 있죠. 그 외에는 대단하게 무언가를 하는 건 없어요. 음식도 따로 안 가리고, 생라면을 부숴서 야식으로 먹을 정도죠. 신라면과 너구리가 저에게는 입맛에 맞더라고요.
 


생활 패턴만큼이나 LCK에 처음 입문하면서 지금까지 지키고자 했던 초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윤수빈 아나운서가 지키고자 했던 초심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카메라에 비치는 제 모습만큼, 실제 생활에서도 다른 분들이 저를 어떻게 보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백스테이지에서도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래서 기본적인 것은 지키려고 처음부터 계속 노력 중이에요. 선배들을 만나면 항상 먼저 인사하고, 방송 시작 한 시간 반 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경기장에 도착해 있으려고 합니다. 기본적인 것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거든요. 정말 사소하고 당연한 일인데 사람의 평판에 중요한 것들을 지키려고 해요. 그래야 이후에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죠. 방송에 단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을 정도로 잘 지키고 있어요. 평소에도 늦지 못하는 병이 있는데,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제가 너무 초조해져서 그냥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게 마음 편한 성격이라 그런 듯합니다.
그리고 이번 LCK 강릉 결승을 보시고도 느낀 점이 있으셨을 거 같아요. 코로나19로 현장 관람에 대한 관중들의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강릉에서 열렸지만 만 명 이상의 팬이 찾아왔잖아요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결승 때도 이렇게 많은 분이 찾아오실 줄은 몰랐는데, 강릉까지 더 많은 분이 오실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이게 현실인가 싶더라고요. 경기 전날과 당일 강릉으로 가는 대부분의 교통편이 매진될 정도로 많은 분이 오셨고, 저는 이게 실제인지 믿기지 않았거든요. 롤 페스타가 끝나고 근처 해변을 갔는데, 해수욕장 시즌이 끝났음에도 정말 많은 분들이 있었어요. 이분들이 전부 LCK 결승을 보러 오신 분 같았고, 제가 참여하는 방송이 생각보다 더 큰 영향력과 힘을 가졌다는 것에 뭉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승 당일 분석 데스크를 진행했는데, 처음으로 방송을 하면서 긴장을 한 거 같아요. 거기에 관중석에 앉은 관중들 얼굴도 하나하나 다 보이는데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까지 해서 벌벌 떨었던 거 같아요. 1세트 분석 데스크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이 왜 이리 긴장했냐고 했을 정도였죠. 그래도 그날 하루가 저에게는 엄청난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LCK를 시작하면서 윤수빈 아나운서가 생각하는 커리어 루트가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2년 반이 지나면서 처음의 본인과 차이가 날 정도로 성장도 했을 거 같은데, 윤수빈 아나운서는 어떤 목표를 바라보고 있나요
말하기 부끄럽지만, 이제서야 제가 어떤 길을 갈지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게 목적이었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성격도 아니거든요. 일단, LCk가 존재하는 한 계속 아나운서로 함께하고 싶어요. 제가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요. 그리고 아예 다른 길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단 LCK가 저를 원하는 한 계속 아나운서로 있는 게 지금의 목표입니다. 그 이후는 아직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매일 최선을 다하는 윤수빈 아나운서의 마음가짐이 지금의 본인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윤수빈 아나운서의 모습을 보면서 e스포츠 리그 아나운서를 꿈꾸는 사람들도 많을 거고요.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고자 하는 분들에게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 제가 하는 방송이 완전히 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부끄럽기도 해요. 그래도 이야기를 해보자면 가장 먼저 게임과 리그 자체에 관심이 많고 사랑해야 하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쪽을 생각하는 분들은 다들 기본적으로 게임과 리그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준비는 항상 되어 있어야 하고, 순발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자주 오는 건 아니라고 보고, 특히 리그는 생방송이니만큼 돌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미리 생각을 해둬야 하고요. 면접 때도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회가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왔을 때 꼭 잡을 수 있는 준비가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윤수빈 아나운서가 LCK와 함께한 시간만큼 e스포츠와 게임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졌죠. 예전에는 단순히 게임 좋아하는 사람이 보는 대회 정도의 인식에서 이제 e스포츠와 LCK는 하나의 세대를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이 될 정도고요. 윤수빈 아나운서 주위에서도 인식의 차이가 느껴질 거 같습니다
처음에는 친구나 가족들이 제가 어떤 걸 하는지 잘 모르셨어요. 하지만 이제 이적이나 관련 소식이 들려오면 먼저 저한테 알려줄 정도입니다. 특히 아버지가 대학에서 강의하실 때 제가 LCK 아나운서라는 걸 처음에는 크게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는데, 요즘에는 학생들한테 티를 안 내고 윤수빈 아나운서를 아는지 물어보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학생들이 잘 안다고 대답한다는 걸 이야기를 저에게 하셨는데, 아버지도 지금 제가 하는 일을 좋아시는 거 같아요. 친구들도 처음에는 제가 고민을 했을때 같이 결정을 내려주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제가 LCK와 함께하기로 한 결정을 정말 잘했다고 해요. 2년 반 정도의 시간 만에 이렇게 주위의 인식이 바뀐 걸 보고 저도 신기함을 느끼죠. 저에 대한 인지도는 물론이고 리그나 게임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인식이 좋게 바뀐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년 반 전 고민하던 윤수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너무 고민하지 말고 겁내지 말고 재미있게 즐기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겁이 많아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두려움이 컸는데, 그렇게까지 생각 안 해도 되었을 거 같아요.
 


LCk를 보면서 윤수빈 아나운서를 좋아하는 팬과 현장 관중도 많아졌다고 봐요. 현장에서 윤수빈 아나운서를 응원하는 치어풀을 보기도 했을 텐데 어떤 기분이 들던가요
치어풀로 저를 응원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이게 괜찮나 싶긴 해요. 경기장은 선수들이 응원받기 위한 곳인데 여기서 감히 제가 그 시선을 가져가도 되나 하는 생각이죠.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진 건 정말 좋아요. 최근 유튜브를 시작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어쨌든 그 자체가 마음에 들거든요. 반갑고 친구를 만난 느낌이에요. 그리고 LCk를 통해서 제 진짜 모습을 보여도 좋아하는 분들이 있다는 게 행복해요. 방송을 위한 가짜 모습이 아니라 평소의 제 모습 그대로를 방송에서 보여도 다들 편하고 좋아해 주신다는 게 꿈만 같거든요.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며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의 저는 제 노력 1과 시청자와 팬이 만들어 준 게 99라고 생각해요. 지금 하는 일이 제 천직이라서 잘 되는 게 아니라, 리그와 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 덕분이고, 제가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신기한 일이에요. 이제 LCK와 함게한지 3년이 되었는데, 지금까지 시간보다 함께 할 시간이 더 길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할 거고, 그사이에 실수가 있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해요. 리그 오브 레전드와 LCK, 그리고 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 출처 : 포모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