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황원영의 게임톡] 롤 天下 서버 대란..영원한 권력은 없다

Talon 2013. 6. 1. 14:41

당나라 고종 때부터 실세를 떨치던 측천무후는 실질적인 권력을 자랑하던 황제다. 하지만 화려한 여름이 지나면 쓸쓸한 가을이 오는 법이다. 말년 냉혹한 숙청과 강력한 통치가 자행되자 결국 장간지(張柬之)의 반란이 일어난다. 이는 건곤일척 싸움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중종이 복위 한다.


현재 국내 게이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이하 롤)는 게임계의 측천무후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의 권력을 갖고 있다. 소소한 업데이트가 진행돼도 마치 황제 폐하의 말씀이 내린 것 마냥 온갖 포털사이트에 오르내린다. PC방 점유율은 40%를 넘어 50%를 바라보고 있다. 롤 전용 공간이 없는 게임 커뮤니티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마치 게임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와 같다.



라이엇 게임즈가 유통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잦은 서버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롤 역시 말년 조정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냉혹한 오과금과 해결되지 않는 서버 문제로 잠잠하던 PC방 업주들이 롤의 개발 및 유통사인 라이엇 게임즈에 공식 질의서를 발송했다. 롤 PC방 점유율은 한 주 사이에 15% 넘게 감소했다.

이 모든 원인은 접속 장애에 있다. 롤은 5월 들어 네 번의 접속 장애를 겪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발생한 꼴이다. 지난 23일, 25일, 26일, 그리고 27일에 이르기까지 롤 서버는 '안정화 작업'이라는 명분 아래 끊임없는 점검이 이뤄졌다. 해당 서버는 24일부터 26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던 '롤 올스타전 2013' 기간에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간 롤의 은혜(?)를 입으며 웬만한 건 눈감아주자던 PC방 가맹점들도 결국 반기를 들었다. 한국인터넷문화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하 한인협)은 서버 대란이 계속되던 28일 국내 롤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에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한인협은 "리그 오브 레전드는 불완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이라며 "타 게임과 같이 매주 정기적인 서버점검을 실시해 서버 안정성을 높이고 PC방 전용 서버를 도입하라"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롤은 44주 동안 전국 PC방 점유율 40%를 넘어서며 PC방 업주의 주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게임이다. 롤에 반기를 드는 것은 마치 농민이 황제에게 반기를 드는 봉건적의 난과 같았을 것이다. 그만큼 서버 장애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롤은 서버 장애에 시달리고 게이머들은 온갖 접속 장애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방송에서는 롤 올스타전이 게이머들의 겜심(게이머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올스타전 출전 선수마냥 소환사와 함께 달려보고 싶은데 롤 홈페이지는 온통 접속 장애라는 문구뿐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뾰족한 수법 없이 궁지에 몰리면 민심은 돌아서는 법이다.

못하는 것이나 할 수 없는 것이나 안하는 건 마찬가지다. 지속해서 이어온 롤 접속대란은 급기야 PC방 점유율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27일 PC방 게임전문조사 업체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롤 PC방 점유율은 21.3%로 지난주보다 약 15%가량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유지해온 30%의 점유율도 무너졌다. 11일 기록했던 41.58%의 점유율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이 틈을 타 온갖 지방 분권(?)이 들고 일어났다. 이른바 춘추전국시대를 꿈꾸는 일명 대작(大作) 게임들이다. '롤이 오래도 해먹었다'고 눈에 핏대를 세우던 PC 게임들은 스멀스멀 서버 접속 대란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특히 블레이드앤소울, 아이온, 리니지던전스트라이커 등 국산 RPG들의 점유율이 오름세를 보였다. 이 중 평소 2% 점유율을 기록하던 블래이드앤소울이 4%를 넘어섰다. 그동안 롤의 인기에 밀렸던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3 등 블리자드 게임 역시 각각 4.95%, 2.06%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다.

적진점렴(AOS) 장르 신작을 준비하고 있던 게임 업체 역시 기회를 잡았다. 온라인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롤이 주춤해지자 비집고 들어갈 틈새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버 불안 현상 해소에 최대 두 달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게이머들의 한숨 소리도 커졌다. 라이엇 게임즈는 인심 쓴다는 듯 제공하는 몇몇 보상으로 게이머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게이머들이 원하는 것은 게임 농사하기 좋은 환경이지 반복되는 서버 장애와 구휼작물이 아니다.

언제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이번 서버 장애를 겪으며 영원할 것 같던 권력에도 균열이 생겼다. 오랜 기간 겜심을 장악한 롤은 국내 게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지만 이 기록이 언제 바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나간 역사는 추억이 될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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