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

문호준, 카트와 8년간 동고동락 “팀플레이도 제가 우승합니다”

Talon 2012. 9. 20. 12:41

"디지텍 고등학교 홈페이지에 이영호 선수 대신 제 사진을 넣을 때가 됐죠"


'카트 황제' 문호준
카트라이더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문호준'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문호준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인 8살 때 카트라이더를 시작해 11살에 첫 우승을 이뤄 '소황제'라는 칭호를 얻었다. e스포츠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정상에 오른 선수, 그가 바로 문호준이다.

첫 우승 이후 5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문호준은 엄청난 커리어를 쌓으면서 소황제에서 '황제'로 성장했다. 그리고 e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등장했던 모든 선수 중 가장 압도적인 실력을 지닌 게이머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 때문에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는 문호준을 두고 '본좌 중의 본좌(실력이 출중해 다른 이들이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사람을 일컫는 말)'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타를 종결했다'는 이영호조차 매번 개인리그 결승에 올라가지 못하고, 매번 우승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문호준은 13회 연속 결승에 진출했으며 통산 7회 우승이라는 대 기록을 세워 e스포츠 사상 가장 많은 우승 횟수를 자랑한다.

문호준의 독주가 계속된 탓인지 카트 정규리그가 개인전에서 2대 2 팀플레이로 변경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호준은 뛰어난 개인기를 앞세워 준결승전에서 조 1위로 당당히 결승전에 진출했다.

문호준, 팀전이었던 이번 16차 리그에서도 뛰어난 개인기를 바탕으로 내내 1위를 달리다
"대회 측에서 저를 견제한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팀전으로 하든 개인전으로 하든 우승할 수 있으니까 별 상관은 없고요. 개인전이 더 편하긴 해도 팀전은 파트너와 같이 연습을 하는 재미가 있어요."

대회 방식과 룰이 어떻게 바뀌어도 카트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 여태까지 문호준이 보여준 전설적인 활약을 생각하면 그의 이런 태도가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쨌든 팀플레이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아무리 잘해도 팀원의 성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 문호준은 파트너인 신하늘에 대한 전폭적인 믿음을 드러내며 서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신)하늘이 형이 그랜드파이널에 올라온 경험이 있어요. 또 하늘이 형을 믿으니까 파트너로 생각했던 것이고요. 하늘이 형도 저와 한 팀이 된 이상 자신이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 열심히 해준 덕분에 결승까지 올라갔네요. 각자 연습을 열심히 해서 실력이 향상되고 좋아요."

개막전 당시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던 신하늘이 어떻게 문호준이 '간택'을 받았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때, 문호준은 "하늘이 형을 믿는다"는 말로 모든 의문을 일축시켰다. 또한 신하늘은 카트를 떠나 문호준에게 좋은 형이기도 하다.

"카트라이더를 하면서 어느 순간 하늘이 형과 갑자기 친해져서 이젠 마치 친형 같아요. 하늘이 형은 마음이 착하고 밥도 잘 사주는데다 약속을 잘 지켜서 좋아요. 은근한 매력이 있는 남자인데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제 사랑을 다 빼앗겼네요(웃음)."

카트리그의 '빅3' (좌로부터) 문호준, 전대웅, 유영혁
카트리그 톱을 달리고 있는 문호준에게 주위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번 정규리는 팀전으로 진행되다 보니 OZONE게이밍 팀들의 추격이 거셌다.

"우승을 많이 해서 견제를 받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리그 경기뿐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 선수들과 연습할 때 테러를 당한 적도 많고, 가끔은 해설자 분들의 멘트가 부담이 되기도 하죠. 사실 온라인 연습 땐 제가 잘하는 편이 아닌데 대회 때만 되면 각성을 해요."

문호준은 자신과 함께 '빅3' 구도를 형성한 전대웅-유영혁을 모두 라이벌로 인정했다. 수험생인 전대웅은 이번 대회에 불참했지만, 유영혁은 결승 진출이 유력해 문호준과 16차 리그 우승 트로피를 두고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빅3'중 제가 탁월하게 잘해서 우승했다기보다 매번 운이 따라줬다고 생각해요. '빅3'보다 더 잘하는 신인 선수가 나오면 카트리그가 더욱 재미있어지겠죠. 매번 '빅3'만 1, 2, 3위를 다 하니까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요(웃음)."

예전에 카트라이더 2.0을 기획한 넥슨 김진수 카트라이더 기획파트장을 만나 인터뷰를 할 당시, 김 파트장은 문호준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얼마나 카트를 열심히, 많이 했으면 저 정도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던 문호준의 연습량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오전 7시경에 일어나 학교를 다녀온 뒤 저녁 식사를 마치면 오후 6시. 좋아하는 TV 오락프로그램을 보고 카트라이더 연습을 하면 문호준의 하루 일과가 끝난다.

"예전에는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엄청 연습을 많이 했어요. 하루에 10~12시간 정도 연습하던 때도 있었죠. 그 때는 팀에 소속돼 있어서 저보다 나이 많은 형들에게 지기 싫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했어요. 실력의 틀이 잡힌 요즘은 하루에 2, 3시간 정도만 연습해도 충분해요."

10차 리그에서 우승했을 당시 (가운데)문호준
카트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어린 시절을 문호준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문호준은 "8살 때 아빠 친구 분이 오픈한 PC방에서 처음 카트를 해봤다"고 회상했다.

문호준이 여성 손님이 카트라이더 아이템전 하는 것을 재미있게 지켜보자, 아버지는 "이번 판에 1등을 하면 프로게이머를 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게임을 좋아해서 프로게이머를 꿈꿨던 문호준은 우연히 그 경기에서 1등으로 골인했고, 그 때부터 '카트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만들어진 천재'라는 평가에 문호준은 이렇게 답했다. "게임 천재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혼나기도 많이 혼나면서 엄청나게 노력했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거예요."

카트라이더 리그(이하 카트리그)를 평정한 문호준은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의 천재로 알려진 '최종병기' 이영호(KT)에 비견되며 카트의 이영호'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카트계의 이영호'라는 별명에 관해 이야기를 할 떼 문호준은 꽤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영호 선수가 스타크래프트를 정말 잘 하시는 선수라 그 별명이 마음에 들어요. 제가 내년에 이영호 선수가 나온 디지텍 고등학교로 진학하려고 하거든요. 디지텍 고등학교 홈페이지에 이영호 선수의 사진이 걸려있는데 거기에 제 자신을 넣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웃음)."

문호준은 "카트리그에 친구도 있고 형도 있는데 동생은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문호준이 얼마나 어린 나이에 카트리그에 뛰어들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카트 밖에 몰랐던 문호준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을까? 그의 대답은 'NO'다.

"아마도 열살 때였을 거예요. 경기장에 와서 김대겸 선수가 나오는 대회를 보며 정말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선수들이 카트리그 경기하는 모습이 참 멋있어 보였거든요. 또 김대겸 선수가 저를 반갑게 대해주셔서 카트리그의 매력에 빠졌어요." 그렇게 문호준은 앞만 보며 달려왔고, 김대겸이 있던 자리를 대신 차지하며 정상에 올랐다.

팀플레이도 우승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카트라이더 게이머로 살면서 문호준이 가장 기뻤던 때는 2007년 SK1682 5차 리그에서 첫 우승 타이틀을 품에 안았던 순간이다. "제 휴대폰 뒷 번호가 1682인데다 처음 우승을 했던 대회라 SK1682 5차 리그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 얘길 하면서 또 제 휴대폰 번호까지 알아내 테러를 하는 분이 계실까 봐 조금 걱정은 되네요(웃음). 사실 그 때는 손이 정말 작았고, 몸이 통통했죠(웃음). 지금에 와서 예전 모습을 보면 제 스스로 대견해요. '저렇게 조그만 애가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할까요?"

또한 5차 리그로 인해 문호준에게는 '하얀 안경' 징크스가 생겼다. 문호준은 4차 리그 때 빨간색 안경을 쓰고 3위를 했고, 5차 리그 때는 하얀색 안경을 쓰고 1위를 했다며 "이제는 하얀 안경을 꼭 착용해야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징크스가 있다"고 전했다. 흔하지 않은 컬러라 하얀색 안경이 나오면 바로 구입한다고.

작고 통통했던 어린이 문호준은 제법 어른 티가 나는 소년으로 변모했다. 더불어 그의 꿈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문호준은 꾸준히 정규리그가 열리는 것뿐 아니라 카트리그가 세계로 뻗어나가 해외 국제 대회 등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더 넓어지기를 소망한다.

"WCG 같은 대회 종목에 카트도 들어가면 좋겠어요. 예전에 중국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긴 하지만 카트도 스타크래프트처럼 세계 곳곳에서 대회가 열리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번 리그 우승을 해서 대회 측이 룰을 바꿀 필요를 못 느끼게 할 테니 많이 응원해주세요(웃음)."
-출처 : 포모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