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황원영의 게임톡] 도타2의 등장과 롤의 퇴조, 열흘 붉은 꽃은 없다

Talon 2013. 7. 15. 17:46

지난 2005년, 4만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격투기 프라이드 헤비급 타이틀전이 성대하게 개최됐다. 당시 챔피언은 러시아의 에밀리아넨코 효도르, 크로아티아의 미르코 크로캅이었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로 불린 효도르는 '얼음 파운딩'을 무기로 한 당시 절대 강자였다. 반면 크로캅은 황제에 도전하는 '새로운 영웅'이었다. 둘의 일전에 전 세계 격투기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음은 당연하다.






'도타2'가 돌풍을 일으키며 롤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도타2 공식 홈페이지

국내 최강 게임의 자리를 놓고 게임계의 효도르와 크로캅이 맞붙고 있다. PC방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며 국내 최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이하 롤)와 젊은 패기로 그 아성에 도전하는 도타2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영원히 국내 최강 AOS(대전액션과 공성전이 결합된 장르) 자리를 유지할 것 같던 롤과 이에 맞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는 도타2에 게임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3일밖에 되지 않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도타2 '넥슨 스타터 리그(Nexon Starter League, 이하 NSL)'가 2300만원의 상금을 걸고 성대하게 개최됐다. 개최지는 서울 강남 곰TV 스튜디오로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 GSTL과 WCS 등 숱한 e스포츠 대회가 열린 곳이다.

이제 막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신생게임 도타2는 시작부터 강한 모습을 보였다. 곰TV 강남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날 NSL에는 1500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해 곰TV 사상 최다 방청객 기록을 넘어 섰다. 강남 곰TV 스튜디오 내 사무실과 회의실까지 관중에게 개방했음에도 경기 현장에 들어오지 못한 관람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온라인 방송채널 관람객은 12만명에 육박했다.

도타2의 인기는 심상치 않다. 리그 전체 관람객 4000명을 훌쩍 넘어서며 그 인기를 입증한 것은 물론, 서비스 전부터 국내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으며 남다른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국내 게임 커뮤니티 등에는 도타2와 롤을 비교 분석한 글부터 시작해 도타2가 롤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를 예측하는 각종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NSL 흥행도 눈여겨 볼만하다. e스포츠 강국이라고 불리는 국내서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켜 성공적인 국내 진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도타 2는 자신의 영웅을 조종해 상대진영의 본진을 점령하는 AOS방식의 게임으로 완성도 높은 밸런스와 최신 '소스(Source)'엔진에 기반한 고품질의 그래픽, 진화된 '매치메이킹(Match Making)'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동시 접속자는 26만명에 이를 정도로 국외에서는 이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도타2는 국내에서도 인기몰이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게임의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롤과 비슷하면서 다른 게임성으로 유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롤 자신이 스스로 도타2에 기회를 주고 있다. 잦은 접속 장애로 최근 유저들의 원성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명실상부하게 국내 1위 게임으로 자리 잡은 롤은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서버 문제로 유저들의 애를 태웠다. 지난 5월 한 달간 게시된 서버 점검 관련 공지는 28건, 그 중 21건은 단 일주일 만에 게시됐다. 조금 과장하자면 하루에 한 번씩 서버 점검에 들어간 셈이다. 금요일 오후부터 온갖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는 '롤서버'는 하나의 통과의례가 됐다.

이런 분위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서버 폭파에도 참는 인내심을 보여줬던 게이머들은 점점 롤을 대체할 수 있다고들 하는 도타2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버 장애를 더는 참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실제 게임 커뮤니티 등에는 '서버 폭파 때 롤 하다 도타로 돌아선 후기' 등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유저들은 서버 장애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도타2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 롤의 독주를 막을 수 있지 않겠냐는 반응이다.

밸브 코퍼레이션이 개발한 도타2는 현재 넥슨이 국내에 서비스하고 있다. 넥슨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도타2 리그화 확산에 힘을 쓰는 것도 롤 제작 및 배급사인 라이엇 게임즈를 긴장시키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넥슨은 유저들에게 다양한 프리미엄 혜택을 제공하는 PC방 서비스와 함께 게임 내 밸런스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글로벌 서비스와 동일하게 진행되는 유료 아이템 판매 등 게이머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잦은 서버 점검에 AOS 게임의 중심이 롤에서 도타2로 옮겨가고, 미래에는 롤이 그랬듯이 도타2가 최강으로 평가받게 될 수도 있다. 독식 구조로 이뤄지는 게임 시장에서 현재 롤의 독식이 도타2의 독식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유저들의 이동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점도 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이유다. 화무십일홍 인불백일호(花無十日紅 人不百日好)라. 꽃은 열흘 붉은 것이 없고, 사람은 백 일을 한결같이 좋을 수 없다고 했다. 영원한 것은 과연 없는가.
-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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