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역경의 열매] 최경주 (8) 입문 5개월 만에 ‘싱글’… 광주 시내 ‘골프 괴물’로 소문

Talon 2024. 12. 17. 01:40

골프장 데려오고 그린피 내주신
어르신들 덕으로 맘껏 골프 연습
아침부터 쉬지 않고 하루 63홀
세 라운드 돌고도 9홀 더 돌아

초로의 신사들과 열일곱 소년이 한 차에 타고 새벽길을 달렸다. “돈은 우리가 알아서 낼 테니까 너는 열심히 연습햐. 우리랑 붙어 다닐 필요도 없어. 우리는 나이도 있고 천천히 노니면서 할 테니께. 너는 니 맘대로 돌아다녀야.” 그때는 그린피 1만 2000원만 내면 주니어는 얼마든지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줬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곧바로 필드로 나가 한 라운드를 돌고 오면 어르신들은 9홀도 채 끝내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곧바로 두 번째 라운드를 돌았다. 집에 가기 전 한 홀이라도 더 돌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라운드를 도는 데 평균 4시간이 걸린다.

 

라운드 한 번 도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친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세 라운드는 돌아야 적성이 풀렸다. 아침 6시 반부터 쉬지 않고 돌았는데 최고로 많이 돈 것이 63홀이었다. 통상 18홀을 한 라운드로 치는데, 나는 세 라운드를 돌고도 9홀을 더 간 것이다.

 

“저 자식 웃긴 놈이여. 아야, 잘 봐 둬라. 나중에 뭐라도 될 놈이여.” 어르신들은 나를 보며 껄껄 웃기도 하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기특해하셨다.

 

이후 나는 엄청난 연습량 덕분에 골프 시작 5개월 만에 78타를 기록했다. 파(par)는 홀마다 정해 놓은 기본 타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파3는 공치기 세 번 만에 홀에 공을 넣어야 파가 된다. 18홀은 기본적으로 파3가 4군데, 파4가 10군데, 파5가 4군데로 구성돼 있다. 기본 타수만 계산하면 72타가 된다. 핸디캡이란 기본 타수를 넘겨서 더 친 횟수를 말한다. 핸디캡이 18이면 홀마다 보기를 하는 실력이라는 뜻으로 ‘보기 플레이어(bogey player)’라고 부르고 10에서 17 정도면 잘 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핸디캡이 1에서 9 사이의 한 자리 숫자면 ‘싱글 핸디캐퍼’라고 하는데 매우 잘 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프로 골퍼는 핸디캡이 없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골프에 입문한 지 5개월 만에 싱글 핸디캡 스코어를 냈으니 광주 시내에 ‘골프 괴물’이 등장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른들이 어깨를 들썩이는 동안 나는 골프에 대한 감을 익혀갔다.

 

골프는 스코어다. 18홀 성적을 모두 합한 숫자로 평가된다는 의미다. 이 말인즉슨 18홀을 다 마치기 전까지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공을 아무리 멀리 쳐도 그 기록이 스코어카드에 올라가지는 않는다. 첫 타를 실수해서 꼭 보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한 타 한 타 정성을 다해 마지막 홀인까지 해야 비로소 스코어가 정해진다. 그러니 좌절할 것도 들뜰 것도 실망할 필요도 없다. 마지막까지 꾸준히 성적을 내기 위해 실수를 줄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라운딩을 하다 보면 광주 지역 고등학교 골프부 아이들과 마주치곤 했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번지르르한 자가용을 타고 와서 18홀을 가뿐하게 돌고 클럽하우스에서 밥 먹는 모습을 보면 어린 마음에 솔직히 부러웠다. 나는 그늘집에서 혼자 간단하게 허기만 채우고 바로 필드로 나갔다. 새벽에 나를 태워서 광주까지 데려오고 그린피를 내주신 어르신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를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감사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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