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롤드컵 우승-수출 효자' 게임, 정작 한국에선 '4대악'

Talon 2013. 10. 16. 19:55

게임업계가 끊이지 않는 '마녀사냥'에 몸살을 겪고 있다. 꾸준히 관심을 집중시켰던 '게임 중독'이란 이슈는 최근 한 국회의원에 의해 '4대악'이라는 단어로 무섭게 탈바꿈했다. 이른바 '수출 효자' 산업인 게임산업을 이렇게 폄하한 것에 대해 게임업계 종사자는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인식에 한숨만 내쉴 뿐이다.


◆ 국내 콘텐츠 수출비 60%↑ 게임산업...어쩌다가 4대악





각종 규제에 이어 '게임은 4대악이다'라는 발언까지 더해져 게임업계 종사자 및 게임 이용자들의 마음이 무거워지고 있다./스포츠서울닷컴DB

"이 나라에 알콜, 마약, 도박, 게임 등 4대 중독이 만연해 있다. 괴로워 몸부림치는 개인과 가정을 치유하고 환경을 개선해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 게임에서처럼 그냥 죽여보고 싶었다는 '묻지마 호기심 살인'이 잇따르고 있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임중독의 비극이다." 새누리당 대표 황우여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한 말이다.

4대 중독, 묻지마 호기심 살인 등 자극적인 단어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게임업계는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이런 대응에 황 의원은 "산업 자체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게임업계는 쉽게 마음을 돌리지 않고 있다.

결국 13일 게임개발자연대는 성명을 통해 "지난 수십 년간 IT 기술의 첨단으로써 한국 IT 산업을 주도하며 IMF 극복의 첨병으로 활약했던 게임산업에서 일한다는 것이 이제는 '사회악'으로 규정돼 탄압받고 있다"며 그동안의 울분을 터뜨렸다.

게임개발자연대의 주장처럼 게임산업은 현재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비중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고부가 콘텐츠다. 셧다운제, 쿨링오프제라는 각종 규제 도입에 다사다난했던 지난해 게임 산업의 규모는 8조8047억원. 어지러웠던 게임 시장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년 대비 18.5% 성장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출액은 약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비 약 9% 성장한 모습이다.

사실 게임 중독에 대한 논란은 지난 4월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온라인 게임 개발자는 "같은 의미의 법률안과 발언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며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수출 효자 상품인 게임산업을 너무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정부는 '창조경제'를 앞세우고 있다. 사실 게임산업이 창조경제의 '핵' 아니냐. 돈 많이 벌어들인다고 좋아할 땐 언제고 '살인을 저지른 외국 남성, 알고보니 게임 중독'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마치 게임을 즐기는 모든 사람을 '잠재적 살인마'로 만들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게임 QA(Quality Assurance)는 "게임이 마약에 비유되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한스럽다. 내가 하는 일은 재미있고 조금 더 좋은 품질의 게임을 제공하기 위해 테스트하고 다른 게임과 비교분석도 하는 일이다"며, "게임을 마약이라고 하는데 그럼 내가 더 나은 효과를 내는 마약 출시를 앞두고 테스트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 게임 폄하하는 한국, 그 좋아하던 세계랭킹 '1위' 타이틀에도 '미지근'

이처럼 황 의원에 말 한마디에 큰 상처를 입은 게임산업. 하지만 곧이어 또 다른 폭풍우가 몰아칠 예정이니 바로 '국정감사(이하 국감)'다.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는 8일 여가위회의실에서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오진호 대표와 게임문화재단 신현택 이사장을 2013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여가위는 이번 국감에서 오 대표에게 '청소년게임 중독 문제에 대한 사전 예방조치수행 유무' 등을 질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된 이유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가 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40% 이상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PC방 점유율 뿐만 아니라 '12세 이상 이용가' 등급도 증인 채택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롤은 등급을 통해 여가위가 특히나 관심이 많은 청소년의 비중이 높은 게임이다. 이 외 e스포츠 열풍의 중심에 서 있는 게임으로 청소년을 비롯한 게임 이용자들의 관심도 집중돼 있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관계자는 "여가위 국감 증인 채택 소식을 듣고 나서도 오 대표나 회사 내부적으로나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내부적으로 국감에 대한 논의는 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미국에 위치한 라이엇게임즈 본사는 한국의 PC방 문화를 부러워한 나머지 본사 내부에 한국식 PC방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본사의 모습을 봤을 때, 한국이 상대적으로 게임에 대한 규제가 심한 것 같지 않는냐는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 라이엇 관계자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가 한국의 게임 규제 부분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입장은 단 한가지다. 자동차를 예로 들었을 때 자동차에 관련한 규제가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는 취지는 동감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역시 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회사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존중하고 있는 입장이다"며 말을 아꼈다.

사실 라이엇게임즈가 서비스, 개발한 롤은 한국에게 있어서 굉장한 영예를 안겨준 게임이다. 축구로 말하자면 월드컵과 같은 의미를 가진 롤 국가대항전 '롤드컵'에서 한국팀 SKT T1이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상금은 무려 100만달러. 화려한 무대 위에 한국 선수들이 우승컵을 거머쥐는 그 광경을 현장 1만 1000여명, 중계방송으로는 전세계 1000만명의 시청자가 지켜봤다.

각 국의 대표로 뽑힌 선수들을 모두 패배로 몰고 결국 세계랭킹 1위를 달성하고 돌아온 한국팀이다. 게임을 넘어서 e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기쁜일이 없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다른 스포츠 종목 선수들이였다면 벌써 지상파 방송에 '한국을 빛낸 OOO'라며 대문짝만하게 나왔을 일이다. 하지만 e스포츠에서의 랭킹 1위 반응은 '미지근'했다.

라이엇 관계자는 "미지근한 반응이라고 하시는데 우리는 아주 '열광적'이었다고 생각했다. 결승전이 열렸던 날 실시간검색어는 온통 '롤', '롤드컵', 'SKT T 1' 등 대부분 리그오브레전드와 관련된 말이었다"며 롤드컵에 대한 반응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의견은 달랐다. 그는 "한국에서 취미가 게임이라고 하면 좋게 보지 않는게 사실이다. 또 게임은 스포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롤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선수들에 힘입어 한국은 e스포츠 강국,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국외에서도 그렇게 인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 규제 특히나 정확한 연구 없이 주장하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열정을 걸고 일하는 e스포츠 종사자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 하다못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온 사람에게도 '결국엔 게임폐인'이지 않냐며 모진 말을 한다"며 게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어두운 시각에 대해 아쉬워했다.
-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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