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라이브인터뷰]스타2와 은퇴 그리고 현실, 송병구와의 취중진담

Talon 2013. 10. 26. 09:24

막걸리를 앞에 두고 해맑게 웃는 송병구. 소문난 애주가라고 한다.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삼성전자(현 삼성 갤럭시)의 숙소 근처에서 '총사령관' 송병구와 만남을 가졌다. '취중진담'이라는 컨셉트라고 밝히자, 송병구는 "저 술 잘 마시는데요"라며 자신만만해 했다. 그렇게 송병구의 소개를 받아 찾아간 곳은 전과 막걸리를 파는 나름의 오붓한 분위기를 가진 곳이었다. 비록 많은 양의 술을 마실 수 없는 관계로 술자리가 가지는 흥을 낼 수 없었지만 그 누구보다 솔직하기로 유명한 송병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해 보니 그 동안 알지 못했던 고충을 엿들을 수 있었다.

'신 3대 프로토스'로 시작해 '총사령관' 그리고 '택뱅리쌍'의 자리까지 오른 송병구. 한 팬의 말대로 송병구는 정말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못한다는 비난을 들었을 때도 기대치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을 뿐, 다른 선수들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성적을 거뒀다. 물론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에서는 '패배의 상징'이 됐지만, 이마저도 팬들의 아쉬움에서 나온 소리였다. 그만큼 송병구는 e스포츠 팬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 최고의 자리에서 인터뷰를 하다 이런 시기에 인터뷰를 하니까 생소하겠어요.
▶ 제 위치를 떠나서 아직도 경기에 대한 의욕이 있기 때문에 괜찮아요. 저는 결승 무대를 여러 번 올라가봤잖아요. 또 올라가보고 싶은 거죠. 그러니 은퇴 할 수는 없어요. 그러다 이번에 예선전을 뚫고, 최병현 선수와 맞붙은 다음에 좌절을 했지만요(웃음).

- 최근에 예선전을 뚫고, 약 2년 만의 개인리그 무대에 올랐었잖아요. 떨리지는 않았어요?
▶ 조금요(웃음). 사실 언제부터인가 팬들이 오지 않아서 허전 했는데, 최병현 선수와 할 때는 어떤 팬이 공룡옷을 입고 왔었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오래된 맏형의 역할. 서운한 것이 한 둘이 아니라고.
- 이제는 경기장에서 만나는 선수들이 모두 동생들뿐이에요. 꼭 팬들 때문이 아니더라도 매년 감회가 새롭긴 하겠어요.
▶ 그렇죠. 그런데 요즘 선수들 중 몇몇은 개념들이 없어요. 바코드 아이디를 사용한다고 해도 다 알아낼 수 있거든요? 그런데 게임을 하다가 한 선수가 저보고 욕을 섞어가면서 잘한다고 하는 거예요. 욕이 들어갔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동생들에게 물어보니 어떤 팀에 있는 신예 선수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열 받아서 왜 욕하냐고 따졌더니 지니까 짜증난다는 거예요. 설명을 해줬죠. 나 송병구고, 나이도 더 많고, 경력도 더 오래됐다고요. 소위 말하는 '부심'을 부리는 게 아니라 서로 누군지 오픈이 되든 안 되든 예의를 지키는 것이 맞는데, 오히려 "어쩌라고"라는 대답을 들었어요. 다음에 만났을 때 욕했던 이야기를 하니까 찌질하게 그런 걸 기억하냐고 또 화를 내더라고요. 어린 선수들이 그렇게 개념 없이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매번 놀라고는 해요. 적어도 제가 어릴 때는 안 그랬었거든요.

- 그래요? 정말 충격적이네요. 사실 팀 내에서도 유준희, 허영무 등이 모두 나가면서 혼자 20대 중반의 나이라 소외감도 느낄 것 같은데요.
▶ 저는 사소한 거에 신경을 많이 쓰거든요. 트리플 A형이에요. 편의점 같은 곳도 혼자 가게 되고, 동생들에게 뭘 사달라고 장난을 치는 것도 어려운 나이에요. 게다가 정말 어린 친구들은 저를 어려워하니까 내심 서운한 부분도 있어요.

- 이야기만 들어도 고충이 느껴져요. 취중진담이니까 속 시원하게 한번 털어 놓으세요.
▶ (박)대호야 팀 내에서 적은 나이도 아니고, 특별하게 문제될 게 없어요. 그 외 문제들은 같은 선수로서 이해를 해요. 대호도 쉬고 싶을 때가 있을 테고 하니까 그런 부분들은 제가 터치할 이유가 없죠. (김)기현이는 말을 하면 듣는 편이라 좋고, (신)노열이는 아예 잔소리를 들을 상황을 만들지 않아요. (이)영한이는 말실수를 많이 해도 꼭 따로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고요. 그런데 그 밑에 동생들은 저를 정말 어려워하고, 혼을 내도 제가 사라지면 금세 웃고 떠들어요. 적어도 선수 대 선수 입장에서 혼내는 게 아니거든요? 주장으로서, 또 형으로서 혼내야 할 일이었고 누군가 관리를 해야 했기 때문에 하는 부분인데도 아직 이런 생활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다행인 것은 지금은 정말 말을 잘 들어요(웃음).

- 그런 부분들은 주영달 코치님이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요?
▶ (주)영달이 형은 코치니까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 다 신경 쓸 수도 없고, (허)영무랑 (유)준희마저 나갔잖아요. 아, 괜히 쓸쓸하네요(웃음).

- 그래도 주장 생활을 오래 했으니까 동생들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 처음에 주장을 맡았을 때는 좋게 갔어요. 동생들은 잘 모르겠죠. 그런데 저는 제가 기분이 나쁘면 그 앞에서 바로 말을 해요. 하지만 동생들은 혼난 직후에 반성의 기미가 없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지금은 말을 잘 들어주니까 뭐라고 할 일이 없어요.

광주, 송병구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이 가득한 곳이다.
- 스타2에 관한 이야기도 좋지만, 추억 속에 잠긴 이야기를 안 꺼낼 수가 없어요. '총사령관'이라는 칭호를 달기까지 고난이 많았잖아요.
▶ 그게 생각나네요. 2006년에 소문대로 와우라는 게임에 빠졌어요(웃음). 솔직하게 2005년에도 한번 하기는 했었어요. 팀에 있던 워3 선수들을 따라서 PC방에 따라가서 해봤었거든요. 그때는 시작부터 배를 타고 이상한 곳으로 가길래 접었었죠. 그러다 2006년에 다른 스타 선수와 같이 했는데, 저만 정말 심하게 빠졌어요. 연습 시간이 끝나면 바로 PC방을 찾아가서 와우를 했을 정도로요. 그런데 계속해서 내부 성적이 1등이니까 심각성을 몰랐던 시기였죠. 결국 그때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죠. 옛날 이야기를 하니까 괜히 생각이 났어요(웃음).

- 거슬러 올라가보면 송병구의 '리버-캐리어', 김택용의 '커세어-다크템플러'가 생각이나요. 그런 라이벌 구도가 사라진 게 무척 아쉬워요.
▶ 그런가요. 저는 원래 빌드를 만드는 편이에요. 리버-캐리어 빌드나 커세어-다크템플러 빌드 모두 기존에 있던 것들이잖아요. 커세어-다크템플러를 만든 게 (김)택용이로 알고 있지만, 바로 그 직전에 박지호 선수가 마재윤을 만나서 그 빌드를 썼었어요. 아깝게 패했지만요. (김)택용이와 박지호 선수가 같은 팀이다 보니 공유를 했었죠. 리버-캐리어의 경우도 이미 기존에 있던 빌드였고, 저는 상황에 맞춰서 사용했을 뿐이에요.

- 하지만 송병구의 그 리버-캐리어가 무참히 깨진 적이 있었죠. 바로 이영호와의 결승전에서 말이에요.
▶ 광주요? 생각하기 싫은 동네에요(웃음). 그날 울었던 걸로 기억해요. 원래 카트리나에서 BBS 같은 초반 전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은 했어요. 그래서 맞춤 빌드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게이트웨이를 안 올린 거예요. 별 수 없이 그냥 뒷마당 멀티를 가지고 갔는데 그대로 당했어요. 저는 핑계 대는 것을 좋아하니까 팬들도 뭐라고 안 하시겠죠(웃음).

- 다시 스타2 이야기로 넘어오면, 송병구만의 '무색무취'라는 색깔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스타1과 그렇게 많이 다른가요?
▶ 스타2에서 닮고 싶은 선수는 송현덕 선수에요. 원래는 제가 굉장히 공격적이고, 다양한 빌드를 만들어내서 사용하거든요. 정석은 어차피 정해져 있으니까 거기서 조금씩 변화를 줘서 티가 나지 않았을 뿐이지 송현덕 선수와 같이 컨트롤하는 것을 좋아해요. 실제로 연습 때도 공격만 하다 지는 경우도 다반사고요. 그런데 스타2는 프로토스가 일단 수비를 해야 하니까 제가 잘 못했던 것 같아요.

김택용(왼쪽)과 허영무의 은퇴가 아쉬운 송병구. 개인방송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 그러다 보니 프로리그 성적에서 '택뱅리쌍' 중에 꼴찌로 내려 앉았어요. 본인이 말했던 것처럼 적응기간이 좀 긴 것 같은데요.
▶ 지금 돌아보면 스타1 때부터 항상 1등은 하지 못해도 나쁜 성적은 거두지 않았어요. 스타2도 초반에는 그렇게 시작했어요. 결국에는 패가 엄청나게 쌓였지만요. 어차피 택용이는 은퇴 했으니까 프로리그 다승은 역전하지 않을까요(웃음).

- 김택용의 은퇴를 보면서 많은 팬들이 송병구마저 은퇴를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어요.
▶ 저도 이번에 은퇴를 생각했었어요. 사실 스타2와는 별개로 매 시즌 고민을 했었어요. 10대 때는 게임이 좋아서 그것만 했었는데, 20대에 들어서는 여러 문제가 많아지면서 게임에만 몰두할 수 없는 상황이더라고요. 그래도 끝까지 해봐야죠.

- 그런 점에서 프로리그 성적은 송병구의 커리어에서 최악의 오점일 것 같아요.
▶ 이번 프로리그에서는 쿵짝이 잘 맞지 않았어요. 제가 아무리 힘들어도 경기를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거든요. 일단은 나가고 보는데, 계속 지니까 한번은 쉬고 싶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출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심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꼭 그것뿐만이 아니라 여러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정신과 치료도 받고, 힘든 상황이 많았어요. 상세한 내용은 노코멘트 할게요(웃음).

-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허영무의 은퇴는 정말 큰 타격일 것 같은데, 어때요? 다음 시즌에는 지금보다 훨씬 잘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을 텐데요.
▶ (허)영무 때문에 우리 팀의 성적을 장담할 수가 없게 됐어요(웃음). 영무가 나간다고 했을 때도 말을 했었어요. 그만큼 중요한 선수였죠. 일단 저는 스타2 성적도 그렇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인데, 보고 배울 수 있는 선수가 은퇴를 해버렸으니 아쉽기도 하고 부담도 생겨요.

- 그렇게 잘하던 선수들이 은퇴를 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요?
▶ e스포츠가 진짜 스포츠처럼 변해가고 있는 것은 좋아요. 그런데 여건이 되질 않잖아요. 이곳에 있는 선수들은 정말 어리거든요? 그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해요.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에 은퇴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아요.

- 그래도 은퇴한 선수들은 개인방송을 통해서 팬들을 찾고 있잖아요. 인기가 장난이 아니던데, 부럽지는 않아요?
▶ 저는 개인방송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이거든요. 방송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니까 안타까워요. 조작 사건과 관련된 선수도 방송을 하잖아요. 그러니 더더욱 개인방송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기가 어렵죠. 저는 프로게이머로서의 프라이드가 강해요. 관중들이 한 둘씩 오는 것이 아니라 몇 만 명씩 와서 환호를 하잖아요. 그런 팬들이 좋아했던 것은 궁극적으로 그 선수의 플레이잖아요. 개인방송을 하는 사람들 중에 일부는 그런 환상을 모두 깨는 동시에, 팬들을 돈으로 보는 행동을 해요. 분명히 대회장에서 보면 정말 멀쩡했거든요. 그런데 돈을 위해 그렇게까지 변한다는 점이 무척 아쉬워요. 순수한 의도면 모를까 돈을 위한 방송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안 그런 선수들도 있지만요.

- 그런 이야기도 있잖아요. 송병구마저 BJ 활동을 하면 스타1 리그가 다시 흥하지 않겠냐고요.
▶ 그렇잖아도 어떤 팬이 그러더라고요. 소닉 스타리그에 나오지 않냐고요. 그런데 저는 멀쩡히 프로 생활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 권유와 상관없이 내가 벌써 이렇게 잊혀졌나 싶어서 씁쓸해요(웃음).

만약 이들이 정말로 한 팀이었다면?
- 더 질문을 하면 강도가 세질 것 같아요. 예전부터 인터뷰를 정말 솔직하게 했잖아요. 압박도 있고 그럴 텐데요.
▶ 미리 이야기를 듣죠. 입 조심 좀 하라고요(웃음). 워낙 인터뷰나 공개적인 발언을 소신대로 해서 주의를 많이 받았어요. 스타2로 전환될 때는 어떤 관계자분이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해외 대회도 내보내주고 할 테니 불만 갖지 말고, 그런 인터뷰도 자제하라고요. 그런데 막상 스타2로 전환 되니까 안 보내주는 거예요. 불만이 어떻게 쌓이지 않겠어요. 저라도 말해야죠.

- 스타2로 전환되면서 '택뱅리쌍'끼리 만나는 것도 어려워졌겠어요.
▶ 어차피 조작 사건 이후로 타 팀원들과의 교류가 많이 차단됐어요. 따로 연락은 안 하지만 (이)영호, 택용이, (이)제동이랑은 대회장에 가면 하루 종일 보게 되니까 친할 수 밖에 없었고요. 그냥 만나면 팀 이야기도 하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는 없네요(웃음).

- 만약 스타2에서 '택뱅리쌍'이 한 팀이 되면 정말 재미있었겠어요. 성적은 어떨 것 같아요?
▶ 당연히 성적이 안 나오죠(웃음). 영무랑 (정)명훈이까지 있다면 성적이 좋았겠지만요. 저랑 택용이 빼고 다 잘하니까요. 솔직히 제가 이번 시즌에 제동이랑 택용이보다는 잘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동이는 정말 열심히 하기로 유명해서 그런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선수더라고요. 택용이한테도 밀렸지만, 승수는 제가 더 많았으니 그걸로 만족할게요(웃음).

프로게이머라면 대회를 준비한다는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 스타2와 관련된 기사만 나오면 팬들끼리 패를 갈라서 싸우잖아요. 도대체 스타2의 뭐가 문제이길래 그럴까요.
▶ 스타1이 재미있던 이유는 같은 상황이 나오지 않아서였죠. 센스에 따라 과정이 달라졌으니까요. 반면 스타2는 과정이 똑같아요. 안전하게 200을 모아서 싸우면 되니까요. 불리한 상황에서도 스타2는 잘못 견제를 시도하면 정면에서 뚫려버려요. 그래서 그런지 지더라도 상대에게 감명을 받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이건 보는 사람의 입장일 것이고, 경기 자체를 준비하는 프로게이머 입장에서는 스타1과 스타2 모두 재미있어요. 참가하고 있는 대회를 준비한다는 것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재미가 있죠.

- 재미있다고 말들은 하지만 여전히 대중의 시선을 끌어 모으지 못하고 있잖아요.
▶ 제가 이렇게 말해도 대중들이 스타2에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모두 선수들의 잘못이에요. 원인이야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쇼맨십을 선보이지 못한 선수들의 탓이라고 생각해요. 엔터테인먼트가 없어요. SK텔레콤은 그런 노력을 많이 보여줬지만, 그 외 팀들은 그런 외적인 재미가 전혀 없었어요. 이 게임이 재미있어야 보고, 하는 것이지 이 선수이기 때문에 무조건 봐야 하고, 무조건 게임을 해야 하는 팬은 없거든요? 물론 몇몇 선수들은 존재의 이유만으로 팬을 모을 수 있겠죠. 그런데 관심이 덜한 선수들이 훨씬 많잖아요. 그런 선수들은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줘야 팬이 모이는데, 모두가 대단한 경기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예전에는 입담 좋은 선수들이 굉장히 많았고, 감초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원이삭 선수 밖에 없어요. 정말 저라도 올라가서 받아 쳐주고 싶었어요. 떨어져 버렸지만요(웃음).

- 이제는 송병구라는 이름이 팬들에게 '애증'으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최근의 별명들도 그렇고, 지게 되면 아쉬움에 나오는 욕 같은 것들을 봐도 느껴지더라고요.
▶ 욕 같은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아요. 살이 쪘다는 이야기도 크게 속상하지 않고요. 아까도 말했지만, 정신과 병원 약을 먹으면서 살을 찐 것이 가장 큰 이유에요. 지금은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오늘도 하고 왔는데, 이렇게 술을 마시고 있네요. 다만, 제 스스로 옷 같은 것을 입을 때는 무척 신경이 쓰여요.

프로게이머 생활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사실! 하지만 미래도 준비도 착실히 해야 한다.
- 팬들도 스타2의 미래에 불안해 하지만 선수들은 유독 심하잖아요. 후배 게이머들을 위한 말들도 좀 해주세요.
▶ 프로게이머들은 특히 심한 게 있는데, 사람을 만나면 뭘 해야 할지 몰라요. 다들 야행성이다 보니까 12시에 연습이 끝나는데 누굴 만나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갇힌 생활을 하다 보니까 사회 생활 하는 법을 잘 몰라요. 그런데 이 부분은 선수들이 아닌 팀의 잘못이에요. 팀이 잘 되면 서로 좋은 것은 맞아요. 하지만 행복과는 별개에요.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해요. 어떻게, 어디다 써야 할지를 모르잖아요. 휴가를 받았는데,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니 계속 스타만 하는 거예요. 밖에서는 폐인으로 볼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해요. 꼭 여자가 아니더라도 사람 자체를 만나서 사회라는 것을 배워야 해요. 돈 벌어서 사업을 한다는 생각들을 하는데, 하기는 뭘 해요. 사람도 만나보고 놀 줄도 알아야 뭘 할지, 어떻게 할지 알죠. 쉽게 말해서 이영호가 될 것이 아니라면 좀 멀리 바라봐야 해요.

- 다르게 보면 정말 노력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본인도 그렇게 해왔잖아요.
▶ 팀에서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도 아닌데, 프로게이머 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인생 모두를 걸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른 스포츠야 관련된 일을 하기 쉽지만, e스포츠는 아니에요. 앞서 말한 것처럼 일반 스포츠처럼 되기에는 여건이 받쳐주질 않아요. 스스로 준비해야죠. 저도 29세까지 프로 생활을 이어가고 싶은데, 영달이 형이 군대에 가거나 하면 조금 흔들릴 것 같긴 해요. 그래도 일단은 선수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준비도 착실히 해둘 생각이에요.

저랑 한잔 하실래요?
- 그럼 송병구가 바라 봤을 때, 프로게이머로서 자신의 미래를 잘 설계한다 싶은 게이머는 누가 있어요?
▶ 제가 연락을 해도 답장을 해주지 않는 '클템' 이현우 선수가 있죠(웃음). 포모스에서 함께 인터뷰를 했었잖아요. 그 선수가 생각도 넓고, 방송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성적을 잘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 선수들이 정말 잘해야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전에도 방송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본인의 길을 찾았으니 앞으로는 더 잘되길 바라고 있어요.

- 그럼 스타2 선수 중에서는요? 선수로서 본받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 스타 선수 중에는 당연히 이제동이죠. (송)현덕이나 이삭이도 있고요. 저는 예선을 뚫기 전에 다른 게임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 세 선수들은 정말 스타2 자체에 대해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저희 팀의 (박)진석이도 그렇거든요. 이런 선수들을 보면서 아직 스타2는 망하지 않았다고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팀원의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유병준 같은 재능 있는 선수들의 종목 전환도 아쉽지 않아요? 부럽기도 할 것 같고요.
▶ (유)병준이가 만약 계속 스타2를 했다면 그 누구보다 잘 했을 거예요. 병준이는 엄청난 노력파에요. 심지어 휴대폰이 없는 줄 알았어요. 그 정도로 연습에만 몰두하니까요. 스타일 자체도 스타2에 딱 맞았고요. 그러니 아쉽기도 하지만, 지금은 잘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아마 저도 몇 년만 젊었다면 전환을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잘했을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 여전히 닮고 싶은 선수가 있다는 이야기에 조금 놀랐어요. 그런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10년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되는지 듣고 싶어요.
▶ 제가 데뷔한지 9년이 됐어요. 팀에 들어 온지는 10년이 됐고요. 그때는 (임)성춘이 형이나 임요환 감독님이 롤모델이었어요. 지금은 누군가를 보고 따라가는 입장은 아니죠. 그렇다고 그분들 못지 않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올라가야 할 길이 짧아졌다면 내려갈 길은 더 길고, 넓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저만의 색깔이란 것을 가지고 싶어요. 그러면 스타2에서도 인정받는 선수가 될 것 같아요.

홀로 술을 들이키던 송병구는 '택뱅리쌍' 그리고 후배 프로게이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쉴새 없이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송병구는 지금의 이 상황이 누구보다 안타까운 것 같았다. 그럼에도 송병구는 여전히 프로로서 또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살아있는 전설로서 e스포츠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모두의 우려와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만큼 앞으로 송병구가 '총사령관'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길 기대해 본다.
-출처 : 포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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