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은 보고 추리하고, 한 쪽은 상대의 생각을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이자 이를 바탕으로 영화화되고 최근 드라마로 인기를 얻은 셜록의 이야기가 아니다. 9일 벌어지는 스타리그 결승 이야기다.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2016 시즌1” 결승이 열린다. 이날 결승에는 ‘황제의 유산’ SK텔레콤 T1 저그 박령우와 ‘kt 그 자체’ kt 롤스터 프로토스 박령우가 경기를 벌인다.
저그의 기본 소양은 ‘맞춰가기’다. 박령우를 이야기 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지만 박령우는 저그의 기본을 매우 잘 한다. 상대를 보고, 그 플레이를 유추하고, 미리 한 수 앞에서 상대를 기다린다. 스타크래프트2 초창기를 대표하는 저그 임재덕과 비슷하다. 임재덕의 별명 중 하나는 바로 ‘명탐정’이다. 잘 보고, 잘 예측해서 상대를 좌절시켰다. 지금 박령우는 그렇다. 마치 셜록과 같이 상대 플레이 하나에 단서를 찾아 전략을 간파하고 미리 가서 기다려야 한다.
박령우를 상대할 김대엽은 완전 반대의 입장이다. 상대는 자원 최적화까지 포기하면서 상대가 무엇을 하는 지 보려고 한다. 그리고 조금의 움직임이라도 확인되면 김대엽의 플레이는 박령우에게 읽힐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김대엽은 박령우가 못 보게 하든지, 완전히 잘못 판단하게 해야 한다. 지금 박령우는 자신감에 차 있다. 자신감은 양날의 검이다. 자신감을 무기로 든 박령우가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끝없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자신의 추리에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 손쉽게 무너질 수 있다. 먼저 움직여야 하는 쪽은 김대엽이다. 하던대로 하면 이길 수 없다.
선수의 이야기, 선수를 둘러싼 이야기,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힌 결승이다. 한 편의 추리소설의 배경으로 부족함이 없는 무대다. 이 무대에서 한 명은 상대를 읽어내려고 하고, 한 명은 상대를 무조건 속여야 한다. 과연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할 선수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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